신문은 선생님

[세상을 바꾼 물건] 옛날엔 대나무, 동물 가죽에 글 써서 끈으로 묶었어요

입력 : 2021.04.14 03:30



양피지를 끈으로 엮어 만든 책입니다. /위키피디아
양피지를 끈으로 엮어 만든 책입니다. /위키피디아
오는 23일은 '세계 책의 날'입니다. 교육·과학·문화 보급과 국제 교류 증진을 목적으로 삼는 국제기구 유네스코가 1995년 제정했는데요, 책의 소중함을 일깨우기 위해 만든 날이랍니다. 책은 인류 지식이 쌓여 있는 보물창고라고 일컬어지는데요. 책은 언제 처음 만들어졌고, 어떻게 발전했을까요?

책은 '인류의 생각이나 지식을 그림이나 문자로 기록해 남긴 것'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구석기 시대의 동굴벽화도 책이라고 볼 수 있겠네요. 하지만 오늘날 우리가 흔히 보는 형태의 책은 문자가 발명된 이후에 등장했어요. 고대 메소포타미아 문명에서는 선이 쐐기 모양으로 된 문자로 기록을 남겼는데요. 당시 행정적인 내용을 담은 문서나 아버지가 말을 듣지 않는 아이를 훈육하며 남긴 일기 등이 남아있어요.

이집트 문명에서는 나일강 유역에 있는 식물로 종이를 만들었어요. 풀줄기의 섬유를 가로세로로 엮어서 종이를 만들었는데 이 식물의 이름을 따 '파피루스'라고 불렀지요. 파피루스는 종이를 뜻하는 영어 단어 '페이퍼(paper)'의 어원이 됐지요.

중세 유럽에서는 종이 용도로 양피지를 사용하기도 했어요. 양피지는 소·양·염소 등 동물의 가죽으로 만든 건데요, 파피루스에 비해 튼튼하고 오랫동안 보존이 가능했어요. 하지만 비싸고 무겁다는 단점이 있었죠. 양피지가 발명된 이후 본격적으로 우리가 지금 보는 형태의 책이 만들어지기 시작했어요. 사람들은 네모로 만든 양피지 위에 글을 쓰고 나서 양피지 왼쪽 끝에 구멍을 뚫었어요. 그리고 양피지들을 모아 끈으로 묶은 다음에 표지를 만들어 입혔습니다.

동아시아에서는 대나무와 나무에 글을 썼어요. 이 나무조각을 죽간(竹簡), 목독(木牘)이라고 했는데요. 나뭇조각을 가죽끈으로 묶어 책으로 만들었지요. '책(冊)'이라는 한자는 바로 이 나뭇조각을 묶은 모양에서 유래했어요. 공자가 '주역'이라는 책을 끈이 세 번이나 끊어질 정도로 읽었다는 이야기가 전해 내려오는데요. 이 책은 나뭇조각을 엮은 책이었죠.

약 2000년 전 중국의 채륜이라는 사람이 종이 만드는 기술을 개발했어요. 이전에도 종이는 있었지만 질이 좋지 않았어요. 채륜의 종이 만드는 기술은 이슬람을 거쳐 유럽 세계로 전파됐어요. 이후 15세기 로마 제국의 요하네스 구텐베르크가 1450년쯤 활자 인쇄기를 개발하면서 출판 시대가 열렸어요. 그 전까지 책은 값비싼 사치품이었는데요, 출판 기술의 개발로 대중에게 책과 지식이 보급되기 시작했습니다.
김현철 서울 영동고 역사 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