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클래식 따라잡기] 가난한 사랑, 바람둥이의 유혹… 설레는 봄노래 들어보세요
사랑의 2중창
- ▲ 영국 글라인드본 오페라 하우스에서 공연한 ‘사랑의 묘약’에 등장하는 남녀 주인공입니다. 이 오페라는 재미있는 내용과 경쾌한 선율, 가슴을 울리는 서정적인 음악으로 유명해요. 농장주의 딸 아디나와 시골 청년 네모리노의 ‘밀당 사랑’이야기입니다. 이탈리아의 작곡가 가에타노 도니체티가 만들었지요. /게티이미지코리아
완연한 봄 날씨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봄은 흔히 '사랑의 계절'이라고 일컬어져요. 1년 중 결혼식이 제일 많이 치러지는 것도 4월, 5월이지요. 오페라에서도 남녀 주인공이 사랑을 속삭이는 '사랑의 2중창'이 있습니다. 2중창은 두 사람이 부르는 노래지요. 오페라에서는 2중창이 주로 남자와 여자 주인공이 작품의 전체 줄거리를 설명해주는 용도로 활용되는데 주로 '사랑의 2중창' 형식으로 사용된답니다. 등장인물들의 다양한 사랑 이야기가 극적인 재미를 더해 주지요.
알콩달콩 사랑을 나누는 노래
우선 사랑을 속삭이는 커플을 만나볼까요? 이탈리아 작곡가 가에타노 도니체티가 만든 음악극 '사랑의 묘약' 1막에 나오는 2중창 '산들바람에게 물어보세요'입니다. '사랑의 묘약'은 농장주의 딸 아디나를 사랑하는 시골 청년 네모리노의 이야기입니다. 네모리노는 예쁘고 애교 많은 아디나에게 반하지만, 아디나는 "나는 마음이 자주 바뀌는 여자이니 나를 좋아하지 말라"고 말해요. 요즘 말로 '밀당'을 하는 거죠. 밀당은 연인들의 미묘한 심리 싸움을 밀고 당기는 줄다리기에 비유한 말이에요. 네모리노는 "당신을 위해 죽을 수 있다"고 고백하고 아디나의 사랑을 얻으려고 약장수에게 엉터리 사랑의 묘약을 사서 마셔요. 그 후 두 사람은 한바탕 사랑의 소동을 벌이죠.
세계적인 명성의 이탈리아 작곡가 자코모 푸치니가 쓴 오페라 '라 보엠'에서는 파리의 다락방에 사는 가난한 연인의 이야기가 펼쳐집니다. 시인 로돌포는 삯바느질을 하는 미미가 촛불을 구하러 로돌포의 방에 오면서 처음 만나요. 첫눈에 서로 자신의 운명임을 깨달은 두 사람은 서로에게 '그대의 찬 손' 과 '내 이름은 미미'를 불러주며 사랑을 확인합니다. 이어 두 사람은 함께 2중창 '오 사랑스러운 아가씨여'를 불러요. 로돌포가 크리스마스이브를 맞아 파티에 함께 가자고 제의하고 이를 받아들이는 미미의 대답으로 꾸며진 노래죠. 가난한 삶 속에서 탄생한 이 커플의 이야기는 지금도 전 세계에서 공연되는 작품이에요.
바람둥이가 부르는 유혹의 노래
바람둥이 남자와 그에게 유혹당하는 여자의 모습을 그린 2중창도 있어요. 오스트리아 작곡가 모차르트의 오페라 '돈 조반니'에 나오는 '서로 손을 잡고'가 대표적입니다. 주인공 돈 조반니는 수많은 여성을 유혹하는 인물로 나오는데요. 심지어는 결혼식을 앞둔 아가씨 체를리나에게도 유혹의 손길을 내밀었어요. 그는 "당신에게는 저런 시골뜨기 신랑보다 나 같은 멋진 남자가 어울린다"며 자신과 함께 떠나자고 속삭이는데, 달콤한 유혹에 흔들린 체를리나는 망설이다 결국 조반니에게 넘어가고 말아요.
19세기 최고의 명성을 누린 이탈리아 작곡가 주세페 베르디의 오페라 '리골레토'에도 바람둥이가 등장합니다. 만토바 공작은 교회에서 아름다운 질다를 발견하고 집까지 몰래 쫓아가요. 질다는 만토바가 고용한 광대 리골레토의 딸이었어요. 만토바는 자신을 가난한 학생이라고 속이고 질다에게 사랑한다고 고백해요. 질다는 곧 공작에게 마음을 빼앗기죠. 두 사람의 이야기를 담은 노래가 2중창 '사랑은 영혼의 태양'입니다.
비극적인 사랑의 노래
남녀 주인공의 비극적인 사랑을 그린 2중창도 있어요. 19세기 로마를 배경으로 한 푸치니의 오페라 '토스카'의 마지막 장면인데요. 남자 주인공인 카바라도시는 탈옥수를 도와준 죄로 옥에서 총살형을 기다려요. 그의 애인 토스카는 경찰서장인 스카르피아에게 연인을 풀어달라고 부탁하죠. 스카르피아는 "카바라도시에게 공포탄을 쏠 테니 총에 맞아 쓰러지는 척하고 사람들이 물러가면 다른 도시로 도망가라"고 토스카와 약속해요. 그러면서 스카르피아는 토스카를 유혹합니다. 토스카는 다가오는 스카르피아를 우발적으로 살해해버려요. 스카르피아가 죽기 전에 약속을 지켰을 것이라고 생각한 토스카는 카바라도시에게 상황을 설명해요. 두 사람은 희망에 찬 2중창을 부르지만, 카바라도시는 진짜 총알에 목숨을 잃어요. 스카르피아는 처음부터 약속을 지킬 생각이 없었던 거죠. 연인을 잃은 토스카는 스카르피아를 살해한 범인으로 쫓기다 성벽에서 떨어져 세상을 떠나는 비극적인 결말을 맞이하죠.
세계적인 명성을 누린 오페라에 등장하는 사랑의 모습은 이처럼 여러 가지예요. 비극적인 결말을 맞이하기도 하지만 주인공들이 사랑을 나누는 노래만큼은 관객들의 마음을 설레게 한답니다. 사랑의 계절, 봄을 맞아 이 노래들을 찾아 한번 들어보는 건 어떤가요?
[남녀가 고음 대결을 펼치는 2중창도 있어요]
푸치니가 미완성으로 남긴 마지막 오페라 '투란도트'에 나오는 2중창인데요. '투란도트'는 푸치니가 작곡하면서 "이제까지의 내 오페라들은 모두 버려도 좋다"고 할 만큼 자신 있어 했던 작품이에요. 주인공 투란도트 공주는 외국에서 자신에게 청혼하는 남자들에게 세 개의 수수께끼를 내고 풀지 못하면 교수형에 처했어요. 수수께끼는 "아침이면 사라졌다가 밤마다 다시 태어나는 것은?" "패배할 때 차가워지고 승리를 꿈꿀 때 뜨겁게 달아오르는 것은?" "이것이 그대에게 자유를 허락하면 이것은 그대를 노예로 만들고, 이것이 그대를 노예로 인정하면 그대는 왕이 된다"였어요.
이웃 나라의 칼라프 왕자가 순서대로 '희망' '피' '투란도트'라고 수수께끼의 정답을 맞혀요. 이 장면은 오페라에서 가장 극적인 부분인데요. 남녀가 점점 더 높은 고음을 내며 '고음 대결'을 펼친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