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예쁜 말 바른 말] [188] '뜨뜻미지근하다'와 '뭉그적거리다'

입력 : 2021.04.12 03:30
[예쁜 말 바른 말] [188] '뜨뜻미지근하다'와 '뭉그적거리다'

①레시피를 받아 든 주인의 첫 반응은 (뜨뜨미지근/뜨뜻미지근)했지만 맛을 보고 나서 깜짝 놀랐다.

②경찰이 (뭉기적/뭉그적)거리는 동안 범인은 이미 해외로 떠나 자취를 감췄다.

두 문장에 들어갈 알맞은 낱말은 무엇일까요? 먼저 첫 문장에 들어갈 정답은 '뜨뜻미지근'입니다. '뜨뜻미지근'을 '뜨뜨미지근' '뜻뜨미지근' 등으로 잘못 사용하는 사람이 많은데요. '뜨뜨미지근'이라는 노래 제목도 있을 정도예요. 가사에서도 '그저 눈치만 보고 있지 뜨뜨미지근해'라고 잘못된 표현이 쓰였죠. '뜨뜨미지근하다'는 '뜨뜻미지근하다'의 강원도, 경상남도 사투리입니다. 그리고 '뜻뜨미지근하다'도 표준어가 아니에요. 표준어 규정은 "'뜨뜻미지근하다'의 의미로 '뜻뜨미지근하다'를 쓰는 경우가 있으나 '뜨뜻미지근하다'만 표준어로 삼는다"고 명시했어요.

'뜨뜻미지근하다'는 '온도가 아주 뜨겁지도 않고 차지도 않다'라는 뜻이 있습니다. 예를 들면 '목욕탕의 물이 뜨뜻미지근하다'와 같이 쓸 수 있어요. 또 '(성질이나 태도가) 확실하게 맺고 끊음이 없이 어물쩍하다'라는 뜻도 있어요. 예를 들면 '나를 대하는 그의 뜨뜻미지근한 태도를 더는 참을 수가 없다'와 같이 씁니다.

두 번째 문장에 들어갈 알맞은 표현은 '뭉그적'입니다. '뭉그적거리다'는 '나아가지 못하고 제자리에서 조금 큰 동작으로 자꾸 게으르게 행동하다' '몸이나 몸의 일부를 조금 큰 동작으로 자꾸 느리게 비비대다'와 같은 뜻이 있어요. 예를 들면 '좀이 쑤셔서 도저히 더 뭉그적거리고 있을 수가 없다' '엉덩이를 땅에 붙이고 몸을 뭉그적거리며 기어 내려갔다'와 같이 쓸 수 있어요. 비슷한 낱말로 '뭉그적대다' '뭉그적뭉그적하다' '뭉그적이다'가 있지요. '뭉기적거리다' '밍기적거리다' '뭉그작거리다'는 표준어가 아니랍니다. 참고로 '뭉기적거리다'는 북한에서 쓰는 말인데요. '일을 시원하게 처리하지 못하고 제자리에서 꽤 굼뜨게 자꾸 뭉개다' '앉은 자리에서 자꾸 움질움질 비비대며 움직이다'라는 뜻이에요.

다음 예문을 보고 '뜨뜻미지근하다'와 '뭉그적거리다'에 대해 더 알아봅시다.

〈예문〉

­―마일리지 현금화 서비스에 항공사 측이 뜨뜻미지근한 반응을 보여 고객들 불만이 예상된다.

­―네가 온갖 핑계를 대며 방 치우는 일을 뭉그적거리면 결국 엄마를 힘들게 하는 거야.

­―코로나 바이러스 사태가 장기화하면서 휴일에도 종일 집 안에서 뭉그적거리는 사람이 늘고 있다.

류덕엽 교육학 박사·서울 양진초 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