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고전 이야기] 전국의 구전 설화 모은 국내 최초 소설이죠
입력 : 2021.04.06 03:30
금오신화
- ▲ 16세기 조선중기 문신 윤춘년이 베껴 쓴 금오신화. /위키피디아
남원에 사는 양생은 일찍 부모를 여의고 만복사 근처에 살았어요. 그는 배필을 얻고 싶은 마음을 배나무 아래서 시로 읊었어요. 그때 양 갈래로 땋아 내린 머리와 수수한 옷차림이 얌전한 아가씨가 나타났죠. 두 사람은 시를 주고받으며 사랑을 고백해요. 하지만 그녀는 사실 왜구가 침입해 난리가 났을 때에 적에게 해를 입어 죽은 지 오래인 귀신이었답니다. 양생은 그녀의 부모님에게 이 사연을 듣고 슬픔을 이기지 못해요. 결국 그는 결혼하지 않기로 하고 산에 들어가 살아요.
'금오신화'는 이렇게 현실과 상상을 오가는 다섯 편의 이야기를 담고 있어요. 우리나라 최초의 소설로 평가받는 작품이죠. 김시습은 세조가 단종의 왕위를 빼앗자 중이 되어 세상을 떠돌았어요. 그는 전국 각지를 떠돌며 백성들과 함께 살면서 그들의 삶을 살폈는데요. 금오신화는 그가 체험한 백성들의 삶에 상상력을 더해 만든 작품이에요.
'남염부주지'는 염라대왕의 이야기입니다. 주인공 박생(朴生)은 유학자로 성품이 순박했어요. 어느 날 박생은 꿈속에서 넓은 바다 한가운데에 있는 어떤 섬에 가게 되는데, 그곳 이름은 염부주(閻浮洲)였어요. 그곳에서 박생은 불꽃이 온몸을 휘감은 염라대왕과 만나요. 박생은 염라대왕과 유교 성인들의 가르침, 나아가 정치에 대해 이야기하는데요. 박생은 "나라를 다스리는 이가 폭력으로 백성을 위협해서는 안 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어요. 이는 세조에 대한 김시습의 마음을 나타낸 것이랍니다.
금오신화는 또 천생 배필을 만났지만, 홍건적의 난 때문에 생이별하는 이생(李生)의 이야기 '이생규장전'과 선녀와 시를 주고받으며 사랑에 빠진 홍생(洪生)의 이야기 '취유부벽정정기', 그리고 시를 주고받으며 용왕과 우정을 나누는 한생(韓生)의 이야기 '용궁부연록' 등 흥미로운 이야기를 담고 있어요. 김시습은 유학을 최고 가치로 여겼던 조선 초기에 상상의 세계를 넘나드는 이야기로 세상에 메시지를 던졌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