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재미있는 과학] 지구 기온 낮추기 위해 '인공나무'·인공구름 만들어요
입력 : 2021.04.06 03:30
지구공학(Geoengineering)
- ▲ /그래픽=안병현
기후 시스템을 인위적으로 조절해요
지구의 기후는 대기와 해양, 육지가 연결돼 순환하는 시스템입니다. 지구공학은 이 과정 가운데 어딘가에 개입하려는 것이지요. 기후변화에 관한 지구공학적 연구 방법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뉩니다. 하나는 지구온난화를 일으키는 대표적인 온실 기체인 이산화탄소를 대기에서 제거하는 방법입니다. 이불 속에 들어가면 몸이 따뜻해지는 것처럼 대기 중의 이산화탄소는 지구가 내뿜는 열을 가둬 지구의 기온을 높이게 됩니다. 그러니 지구온난화 현상을 막으려면 이산화탄소 농도를 낮춰야 하는 거지요.
이산화탄소를 줄이려면 숲을 많이 만들어 이산화탄소를 흡수하게 하면 됩니다. 그러나 이 방식 외에도 다양한 방법이 연구되고 있어요. 실제 나무보다 더 많은 이산화탄소를 흡수하는 '인공 나무(나무 역할을 하는 기계 장치)' 숲 조성하기, 대기 중 이산화탄소를 모아 액체로 만든 다음 땅속이나 바닷속 깊은 곳에 묻어버리기, 이산화탄소를 흡수하는 식물성 플랑크톤이 많아지도록 바다에 철분 씨앗을 뿌리기, 해저의 심층수를 표층까지 끌어올려 심층수에 사는 해조류(海藻類)가 이산화탄소를 흡수하게 하는 방법, 산소가 없는 밀폐된 곳에서 유기물(탄소 화합물)을 태워 만든 바이오 숯을 이용해 이산화탄소를 흡수하는 방법 등이 연구되고 있어요.
지구 기온을 낮추는 또 다른 방안은 지구로 들어오는 태양 에너지를 관리하는 것입니다. 지구에 도달하는 태양광의 약 30%는 우주로 반사되고 나머지는 지구 표면에서 흡수해요. 이때 열을 받은 땅에서는 적외선이 방출되는데 대기 중의 이산화탄소가 이를 흡수했다가 다시 에너지로 뿜어내면서 지구 온도가 상승하게 됩니다. 그러니 지구로 들어오는 태양광을 더 많이 반사시켜 우주로 내보내면 지구 기온은 떨어지게 되는 거지요.
지구공학 과학자들은 이를 위해 다양한 아이디어를 냈어요. 대형 거울을 우주 공간에 설치해 태양에서 오는 빛을 차단하는 방법, 인공 구름을 만들어 태양광을 반사하는 방법, 지표면에서 약 10~50㎞ 떨어진 성층권에 이산화황 같은 화학물질을 뿌려 일종의 방어막을 만들어 태양광이 지구로 들어오지 못하도록 하는 방법 등이 연구되고 있답니다.
지구를 식힐 대형 풍선을 띄우려 했어요
과학자들은 이 같은 과학적 상상 가운데 일부에 대해선 실험을 통해 진척시키기도 했어요. 미국 하버드대 기후학자 데이비드 키스 교수 연구팀이 2014년 '스코펙스' 프로젝트를 최초로 시도했는데요. 연구진은 1991년 필리핀 피나투보 화산 폭발에서 아이디어를 얻었다고 해요. 화산 분화 당시 화산재와 화산가스 덩어리가 지표면에서 약 35㎞ 높이까지 치솟았는데요. 이때 화산가스에 포함된 황산가스가 태양광을 반사하거나 흡수하면서 당시 지구 기온이 약 0.5도나 낮아졌지요.
연구진은 6년 동안의 연구로 인체에 해로운 황산가스 대신 탄산칼슘 입자를 성층권에 뿌리면 지구 기온을 낮출 수 있다는 결론에 도달했어요. 이 연구 결과를 토대로 작년 12월엔 성층권 실험 계획을 발표했어요. 길이 1㎞, 지름 100m에 달하는 대형 풍선에 탄산칼슘 입자를 넣어 날려 보낸 뒤 우주 공간에서 터뜨려 태양광을 반사하거나 흡수하는 방어막을 형성할 계획이었죠.
다른 곳에 미칠 영향 예측이 어려워요
그런데 3월 31일 연구진은 "실험 계획을 취소한다"고 공식 발표했어요. 이 실험으로 생길 수 있는 부작용과 역효과를 우려했기 때문이에요. 우주에서 들어오는 태양광을 막을 수는 있지만 그렇게 줄어든 태양광이 지구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알 수 없다는 거였죠. 기온을 낮출 수는 있어도 지구라는 거대한 기후 시스템에 예상치 못한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는 것이죠.
사실 이 같은 우려는 지구공학 연구가 갖고 있는 본질적인 한계이기도 해요. 기후는 지구 전체와 연결돼 있어요. 어느 한 지역에서 지구의 기후 시스템에 인위적으로 개입하면 다른 지역에서는 그에 대한 반작용으로 예측하기 어려운 영향이 나타날 수밖에 없다는 것이죠. 피나투보 화산이 폭발했을 때도 지구 평균 기온은 하락했지만, 강우량이 10~20% 줄어 이듬해 대가뭄이 발생했어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구온난화에 대응하려는 지구공학적 연구는 계속 이뤄지고 있어요. 지구온난화가 극도로 심각해져 그로 인한 위험이 커질 경우 부작용을 무릅쓰더라도 지구공학적 방법을 실행에 옮겨야 할 때를 대비할 필요는 있을 겁니다. 그런 날이 오지 않기를 바라야겠죠.
[유엔 국제기구도 지구공학 연구하고 있어요]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는 세계기상기구(WMO)와 유엔환경계획(UNEP)이 1988년 공동으로 설립한 유엔 국제기구입니다. 기후변화가 얼마나 빠른 속도로 진행되고 있는지 과학적으로 연구하고 있어요. 전 세계 기상학자, 해양학자 등 전문가 3000여명이 이 기구에서 활동하면서 5~7년마다 기후변화와 관련한 분석 보고서를 발표하고 있는데요. 2014년 발표한 5차 보고서에 지구공학 방법론이 담겼고, 앞으로 나올 6차 보고서에선 지구공학이 과연 바람직한 방법인지에 대해 결론을 내릴 계획이라고 해요. 이 기구는 기후변화 문제 해결을 위한 공로를 인정받아 2007년 노벨평화상을 받았어요. 2015년에는 이회성 박사가 6대 의장으로 선출돼 현재까지 활동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