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식물이야기] 전 국민이 '민둥산'에 나무 심어… 지금은 국토 60%가 숲이 됐어요

입력 : 2021.04.05 03:30

식목일

지난 2일 대구 달서구에서 어린이들이 나무를 심고 있어요. /뉴시스
지난 2일 대구 달서구에서 어린이들이 나무를 심고 있어요. /뉴시스
4월 5일은 식목일입니다. 식목일은 1949년 제정됐어요. 당시엔 무엇보다 '민둥산'에 숲과 산림을 회복하는 게 목표였죠. 민둥산은 나무가 없는 산이란 뜻이에요. 당시 우리나라 산 대부분이 민둥산이었습니다. 조선시대 후기부터 산간 지대에서 풀과 나무를 불태워 버리고 그 자리를 파 일구어 농사를 짓는 방식인 '화전(火田)'이 널리 퍼졌고, 일본이 숲의 나무를 잘라낸 목재를 수탈했기 때문이에요. 게다가 6·25전쟁이 일어나면서 폭격까지 겹쳤어요. 우리나라 산은 나무가 거의 없고 숲도 찾아볼 수 없게 됐어요.

한번 민둥산이 된 땅엔 다시 나무가 뿌리를 내리기 어렵습니다. 숲이 사라지고 토양이 드러나 물이나 빛에 노출되면 땅에 있는 수분과 양분이 빠져나가는데요. 그 결과 흙의 응집력도 떨어져 산림토양 고유의 색과 성질을 잃어버리고 말아요. 이런 토양에선 뿌리가 잘 고정되지 않아 나무가 잘 살 수 없습니다.

정부는 민둥산에 숲을 일구기 위해 수십 년에 걸쳐 아까시나무, 소나무, 낙엽송, 백합나무 등을 전국에 심었습니다. 이런 나무는 짧은 기간에 20m 이상 곧고 크게 자라는 특징이 있어요. 그중에서도 아까시나무가 가장 중요한 역할을 했습니다. 아까시나무는 4~5월이면 달콤한 향기로 꿀벌이나 나비를 불러모아요. 봄의 아름다운 정취를 만들어 주는 나무로 우리에게 친숙하지요. 아까시나무 뿌리엔 불룩한 '혹'이 있어요. 이 혹에서만 사는 뿌리혹박테리아가 독특한 작용을 합니다. 식물에 꼭 필요한 성분 중 하나인 질소를 흡수해 식물에 공급하죠. 이 박테리아는 질소를 식물에 공급하고, 식물은 이 박테리아에 단백질을 공급해 서로 공생해요. 뿌리혹박테리아는 주로 콩과 식물에 있는데요. 아까시나무는 빠르게 자라는 나무이면서도 뿌리혹박테리아가 있어 척박한 토양에 제격이었죠. 박테리아가 일종의 천연비료를 제공하는 역할을 해 아까시나무는 황폐한 민둥산에서도 잘 자랐어요. 일단 나무가 자라고 나면 토양 생태계가 좋아져요. 미생물이나 지렁이가 살 수 있기 때문이에요. 그래서 아까시나무가 먼저 자리를 잡으면서 다른 나무도 더 잘 자랄 수 있게 됐답니다.

우리나라는 지난 수십 년간 식목일마다 집중적으로 나무를 심어 산을 푸르게 만드는 데 성공했어요. 이제 전 국토의 60% 이상이 산림인 국가가 됐습니다.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국가 중에서도 핀란드, 일본, 스웨덴에 이어 산림 면적 비율이 4위에 올랐답니다. 1950년대에 비하면 지금은 30배쯤 산림자원이 늘었습니다. 과거 식목일은 황폐한 산을 숲으로 회복시키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는 날이란 의미가 있었습니다. 그런데 오늘날은 '탄소'를 잘 흡수하는 나무를 심는 날이란 의미가 더 중요하게 바뀌었습니다. 이제 석탄·석유 등 화석연료를 사용하며 생긴 다량의 탄소를 흡수해 기후변화를 막는 것이 더 중요하기 때문이에요.
최새미 식물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