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재밌다, 이 책!] 옛 그림 32점에 숨어있는 선조들의 삶… '책거리도'엔 선비들의 애장품 있어요
입력 : 2021.04.05 03:30
옛 그림 속에 숨은 문화유산 찾기
그림은 보는 사람을 즐겁게 하고 삶을 풍요롭게 합니다. 그림엔 작품 자체의 아름다움뿐 아니라 화가가 그림을 그리던 당시의 풍습과 문화가 담겨있어요. 이 책은 우리 선조들이 남긴 그림과 관련한 유물과 풍습을 알려줍니다. 역사책에서 배운 내용이 옛 그림 속에 생생하게 살아있답니다.
저자는 그림을 소개하면서 어떤 풍속이 사라졌고 무엇이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는지 설명해줍니다. 청동기 시대 유물인 '농경무늬 청동기'에는 농사 짓는 모습과 항아리에 뭔가를 담고 있는 인물의 모습이 새겨져 있어요. 새겨진 그림을 자세히 보면 시골 마을에서 축하할 일이 있을 때 마을 앞에 세우는 '솟대'가 당시에 있었던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또 논이나 밭을 가는 농사 도구 중 하나인 '따비', 땅을 파거나 흙을 고르는 데 쓰는 '괭이'를 볼 수 있습니다. 일부 농가에서 아직도 쓰고 있는 이런 도구들이 청동기 시대에도 있었다는 거예요.
조선시대 풍속화가 신윤복이 그린 '미인도'를 볼까요? 이 그림에선 조선시대 여성들이 어떤 옷을 입었고 어떻게 꾸몄는지 알 수 있습니다. '삼회장저고리' '가체' '삼작노리개' '외씨버선' 등이 등장하기 때문입니다. 삼회장저고리란 저고리의 깃, 끝동, 겨드랑이, 고름 등을 다른 색의 헝겊으로 대는 것을 말하고요. '가체'는 머리를 꾸미기 위해 다른 사람의 머리카락을 얹거나 덧붙여 만든 것을 말하지요. 여자 한복에 다는 장식물인 노리개는 장식으로 달린 여러 가닥의 실뭉치가 하나인지 세 개인지에 따라 단작노리개와 삼작노리개로 구분됩니다. 외씨버선의 '외씨'는 오이씨를 말한대요. 버선이 마치 오이씨처럼 볼이 조붓하고 갸름하다 해서 그런 이름을 붙였다고 합니다.
'책거리도'는 선비들의 서재를 그린 그림입니다. 그림에 있는 서재에는 당시 선비들이 즐겨 쓰던 물건들이 진열돼 있는데요. 책을 담아 정리하는 상자인 '책궤', 두루마리 족자, 종이를 돌돌 말아 꽂아두는 '지통'과 붓을 꽂아두는 '필통', 벼루에 먹을 갈 때 쓰는 물을 담아두는 '연적' 등이 그려져 있어요. 또 꽃을 꽂아두는 '화병', 부채에 매다는 장식품인 '선추' 등도 함께 볼 수 있지요.
이 책은 교과서에 나오는 그림 32점을 소개합니다. 그림을 보고 유물과 풍습을 공부할 뿐 아니라 그동안은 자세히 보지 않았던 옛 그림을 인상 깊게 기억할 수 있을 거예요. 책에 나오지 않은 다른 옛 그림을 봐도 등장인물이 입은 옷이나 들고 있는 물건이 예사롭게 보이지 않을 겁니다. 선조들의 삶이 담겨있다는 사실을 알았으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