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세상을 바꾼 사소한 역사] 1768년 조선시대에도 냉면을 배달해 먹을 수 있었어요

입력 : 2021.03.31 03:30

배달

12세기에 송나라 화가가 그린‘청명상하도’에는 그릇을 들고 이동하는 사람이 있어요(원 안). /위키피디아
12세기에 송나라 화가가 그린‘청명상하도’에는 그릇을 들고 이동하는 사람이 있어요(원 안). /위키피디아
코로나바이러스 확산 사태가 장기화하면서 배달업계가 호황입니다. 피자, 치킨, 자장면에서부터 호텔 레스토랑 음식까지 거의 모든 음식을 식당까지 가지 않고 배달시켜 집에서 먹을 수 있는 시대가 됐어요.

우리나라 역사상 배달에 관한 최초 문자 기록은 조선 시대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실학자 황윤석이 쓴 '이재난고'라는 책에서 황윤석이 과거시험을 본 후 냉면을 시켜 먹었다는 기록이 있는데요. 1768년 7월에 이미 조선에서 냉면을 배달시켜 먹을 수 있었다는 거죠. 18세기 말~19세기 초에는 해장국을 배달했다고 해요. '효종갱(曉鐘羹)'이라는 국인데요. 한자를 풀이하면 새벽을 알리는 종을 칠 때 먹는 국이라는 뜻이에요. 주로 양반들이 밤새 술을 마시고 새벽에 해장용으로 먹었죠. 당시 기록을 보면 현재 경기도 광주시에 있는 남한산성에서 서울 종로~동대문까지 배달했어요. 국이 식으면 안 되기 때문에 솜으로 그릇을 꽁꽁 싸매서 배달했다고 합니다. 전화가 없으니 노비가 직접 가게로 찾아가 주문을 했고 경기도에서 서울까지 걸어서 배달하거나 말을 타고 배달해야 했기 때문에 가격도 어마어마했어요. 지금처럼 누구나 집에서 편히 시켜 먹을 수 없었고 소수 양반만 가능한 일이었죠.

한국에서 배달은 개항 이후 서양 문물이 들어오면서 더욱 발전을 거듭하게 됩니다. 1906년에 발행된 신문 '만세보'에는 명월관이라는 식당이 집에서 파티를 열 때 필요한 분량을 요청하면 배달해드린다는 내용의 광고가 실리기도 했어요. 1920~1930년대에는 일본인을 대상으로는 메밀로 만든 면 요리가, 한국인들을 대상으로는 설렁탕과 냉면이 배달 음식으로 각광을 받았어요. 이때 배달원들은 자전거를 주로 사용했는데, 자전거를 운전하면서도 여러 개의 그릇을 머리에 얹고서 떨어지지 않게 배달하는 모습은 흡사 서커스를 방불케 했다고 전해집니다.

중국이나 일본에서도 오래전부터 배달 서비스가 있었던 것으로 추정됩니다. 12세기 중국 송나라 화가 장택단이 그린 '청명상하도'를 보면 앞치마를 두른 사람이 그릇을 들고 이동하거나, 음식이 담긴 것으로 추정되는 상자를 들고 어디론가 바쁘게 움직이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일본에서는 17세기 에도(도쿄의 옛 이름)에 큰불이 나 도시의 70% 이상이 불타버린 일이 있었는데요. 이 사건 이후 도시를 다시 지으려고 모인 노동자들의 식사를 위해 배달 서비스가 등장했다고 합니다.

서양에서 배달에 대한 최초 기록은 1889년 이탈리아의 기록입니다. 당시 이탈리아 왕과 왕비가 '피에트로 에 바스타'라는 피자 가게에서 신제품을 배달시켜 먹었다는 기록이 남아있어요. 이때 왕과 왕비에게 피자를 배달해준 가게는 '피제리아 브란디'라는 이름으로 아직도 영업을 하고 있답니다.
김현철 서울 영동고 역사 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