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식물이야기] 1만여 식물 중 파란색 꽃은 300여 종… 식물엔 파란색 만드는 유전자 드물어요

입력 : 2021.03.30 03:30

파란색 꽃을 보기 힘든 이유

일본 연구팀이 유전자 조작으로 만든 파란색 국화입니다. /일본 농업식품기술종합연구기구
일본 연구팀이 유전자 조작으로 만든 파란색 국화입니다. /일본 농업식품기술종합연구기구
빨간색, 노란색, 분홍색 등 자연에는 다양한 색의 꽃이 있습니다. 그런데 파란색 꽃을 본 적 있나요? 파란색 꽃은 흔히 볼 수 없는데요. 자연계서 꽃을 피우는 1만여 식물 중 300여 식물만 파란색 꽃을 피워요. 그래서 과학자들은 유전자 조작으로 파란색 꽃을 만들기도 해요. 일본에서 인위적으로 파란색 국화를 만들어 큰 주목을 받았었죠. 그렇다면 왜 파란색 꽃이 드문 걸까요? 지난 1월 발표된 호주 멜버른대 에이드리언 다이어 박사의 논문을 통해 그 이유를 알 수 있습니다.

꽃의 색은 두 종류의 색소가 결정합니다. '안토시아닌'은 빨간색과 파란색을 내는 역할을, '카로티노이드'는 개나리꽃처럼 노란 꽃을 만들어내는 역할을 합니다. 안토시아닌이나 카로티노이드와 같은 색소가 없거나, 있더라도 색이 발현되지 않은 꽃은 목련처럼 흰색을 띠게 됩니다.

꽃의 색이 다양한 이유는 나비나 벌과 같은 곤충을 유인하기 위해서입니다. 과학자들은 지구에 살았던 초기 식물들이 모두 초록색 꽃을 피웠을 것으로 추정하는데요. 이후 꽃을 피우는 식물 중 80% 이상이 곤충에게 꿀을 주고 그 대가로 곤충의 날개, 다리 등에 꽃가루를 묻혀 번식하는 방법을 택하면서 경쟁이 점점 치열해졌답니다. 식물은 특정 곤충을 집중적으로 공략하기 위해 '맞춤형' 전략을 취하며 꽃의 색을 다르게 하며 진화하기 시작했습니다.

곤충도 식물과 함께 진화했습니다. 식물의 번식에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하는 벌은 서로 다른 종류의 꽃을 먹이로 찾기 위해 벌 특유의 '적색맹'을 갖도록 진화했는데요. 적색맹은 빨간색은 거의 보지 못하고 파란색에만 민감하게 반응하는 거예요. 파란색 꽃이 두드러져 보여 먹이를 찾는 데 훨씬 효과적이죠. 그런데 중요한 건 우리 눈이 볼 수 있는 색과 벌이 보는 색이 다르다는 점이에요. 우리에게는 흰색, 노란색 등으로 보이는 꽃이 벌에게는 파란색으로 보인다고 합니다. 벌이 주로 활동하는 초여름에 관찰할 수 있는 흰색 꽃 대부분이 벌에게는 파란색으로 보여요. 양귀비나 동백처럼 빨간색을 띠는 꽃도 벌의 눈에는 파란색으로 보여요. 그래서 우리 눈에 보이는 파란색으로 꽃이 진화하지 않은 거죠.

식물의 유전자나 체내 환경도 파란색 꽃이 드문 이유 중 하나입니다. 안토시아닌의 파란색 발현을 도와주는 유전자가 식물에는 아주 드물어요. 또 파란색이 발현되더라도 식물 안에 있는 산성도 때문에 선명한 파란색으로 되기 어렵답니다.

최새미 식물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