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재밌다, 이 책!] 아이들의 꿈, 환상을 불러일으키는 집… 산·강을 닮은 곡선을 건물에 담았어요

입력 : 2021.03.25 03:30
/계수나무
/계수나무

훈데르트바서의 집

제랄딘 엘슈너 지음 l 서희준 옮김 l 루시 반드벨트 그림
출판사 계수나무 l 가격 1만4000원

여러분이 앞으로 살 집을 지을 수 있다면 어떻게 만들고 싶나요? 영화 '반지의 제왕'에 등장하는 호빗 친구들이 사는 지붕이 낮은 집, 애니메이션 '겨울왕국'의 엘사가 사는 얼음이 덮인 뾰족한 성, 벽과 기둥이 모두 장난감으로 채워지고 방마다 인형이 가득한 집 등 현실에서는 볼 수 없지만 한 번쯤 살아보고 싶은 집들이 떠오를 거예요.

오스트리아 빈에는 실제로 마법같이 아름다운 집이 있답니다. 바로 훈데르트바서의 집이에요. 이 집은 모양과 크기가 다른 벽돌을 퍼즐처럼 쌓고 알록달록한 색깔로 벽을 장식했어요. 창문 모양과 크기도 제각각이고 지붕의 높낮이도 모두 다릅니다. 기둥은 막대 사탕처럼 맛있어 보이고 분수대는 거인이 밟고 지나간 듯 찌그러져 있죠. 훈데르트바서의 집은 재미있는 상상과 놀라운 생각들로 가득한 공간입니다.

이 그림책은 생태 건축의 개척자이며 환경 운동가인 훈데르트바서가 지은 집에 관한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훈데르트바서가 집을 짓기 전에는 딱딱하고 건조한 회색 건물로 가득한 곳이었다고 합니다. 훈데르트바서는 친한 건축가 두 명과 함께 자연과 조화를 이루면서 아이들의 꿈과 환상을 담은 집을 만들고자 계획했어요. 그리고 1983년부터 1985년까지 예쁜 공간을 완성했죠.

훈데르트바서는 50개 건물과 테라스, 여러 상점과 병원을 지었어요. 이들은 우리가 평소에 아는 건축물과는 다릅니다. 마을 중앙의 옥수수 거리를 걷다 보면 인도 위에 집이 있기도 하지요. 반만 포장된 도로도 보이고, 물결 모양의 산책로는 마치 흐르는 시냇물처럼 반짝거려요. 커다란 양파처럼 생긴 황금 지붕과 어디서든 나무가 보여 숲속의 마법 나라처럼 느껴집니다.

그는 인간과 자연이 동등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직선보다는 자연을 닮은 곡선을 좋아했어요. 건물을 지을 때 자와 같은 측정 도구도 사용하지 않았어요. 강, 물, 산, 나무를 닮은 곡선을 건물에 담으려 노력했어요. 사실 훈데르트바서의 원래 이름은 스토바서였답니다. 그런데 자연을 사랑하는 마음을 담아 독일어로 '백 개의 강'이라는 뜻의 훈데르트바서로 이름을 바꿨다고 해요.

이 책은 아이들에게 똑같이 생긴 딱딱한 집이 아니라, 신기하고 엉뚱한 생각과 상상이 만든 집과 마을을 보여줘요. 그림책이 보여주는 원색의 강렬함과 속이 훤히 보이는 건물은 마치 이 마을을 여행하는 기분을 느끼게 한답니다.

훈데르트바서가 오스트리아 빈에 지은 집. /위키피디아
훈데르트바서가 오스트리아 빈에 지은 집. /위키피디아
김성신·출판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