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법학 에세이] '학폭' 사실을 학생부에 적도록 한 게 기본권 침해일까요?
입력 : 2021.03.24 03:30
학교폭력
- ▲ /성형주 기자
나날이 심각해지는 학교폭력을 예방하기 위해 2004년 국회는 '학교폭력 예방 및 대책에 관한 법률'을 제정했습니다. 법이 만들어지고도 학교폭력이 수그러들지 않자 2012년 학교폭력법을 개정해 학교폭력으로 처벌을 받으면 조치 사항을 학생부에 적기로 했어요. 학생부에 학교폭력 가해 기록이 남으면 고등학교나 대학교 등 상급 학교를 진학할 때 불이익을 받을 가능성이 크니까 학교폭력이 줄어들 거라고 기대한 거죠. 교육부 통계를 보면 학교폭력 피해를 당했다는 학생의 비율은 2012년 약 12%에서 꾸준히 감소해 2017년엔 0.89%까지 줄었죠.
하지만 이 조치가 오히려 학교폭력 문제를 더 심각하게 만들 수 있다는 의견도 나왔어요. 학생부 기록이 마치 전과자처럼 낙인찍게 돼 행동을 바로잡기보다 또 학교폭력을 저지를 가능성이 크다는 거죠. 학생부 기재가 오히려 범죄의 악순환을 만들 수 있다는 주장이었습니다. 또 피해자에게 학교폭력을 사과하고 화해하면 해결할 수 있는 문제도 잘못을 인정하면 가해자로 기록이 남을 것이 두려워 사과를 거부하는 경우도 많았어요. 학생들끼리 자율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것도 법적 다툼으로 번지게 됐죠.
2012년 학교폭력의 학생부 기록 문제는 헌법재판소로 갔습니다. 친구를 때린 중학생이 학교로부터 교내봉사처분을 받았는데, 이 사실이 학생부에 적히면 고등학교 입시에서 불이익을 받을까 우려해 학생부 기재 조치가 헌법에 어긋났다고 헌법소원을 제기한 거예요. 이 중학생은 '개인정보 자기결정권 침해'를 제시했어요. 내 정보가 언제, 누구에게, 어느 범위까지 알려지고, 어떻게 이용되도록 할 것인지 스스로 결정해야 하는데, 학생부 기재는 숨기고 싶은 사실까지 다 알려서 헌법에 보장된 기본권을 침해한다고 주장했죠.
그러나 헌법재판관 모두가 학교폭력 조치 사항을 학생부에 적는 것이 헌법에 어긋나지 않는다고 결정했어요. 헌법재판소는 학생부 기록이 "가해 학생을 선도하고 교육할 수 있는 유용한 정보이자 학교폭력을 예방하는 데 가장 효과적인 수단이 될 수 있다"고 봤습니다. 또 가해자의 정보결정권 침해와 비교해봤을 때 학생들의 안전한 학교생활을 보호하는 공익이 더 크다고 했습니다.
헌법재판소 결정 이후에도 이 지침에 대한 위헌 논란이 이어졌고, 교육부는 2020년부터 사안이 가벼운 학교폭력은 첫 1회에 한해 학생부에 적지 않기로 했어요. 하지만 나중에 또 학교폭력을 저지르면 이전 조치도 모두 기재된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