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예쁜 말 바른 말] [185] '걸맞은'과 '걸맞는'

입력 : 2021.03.24 03:30
[예쁜 말 바른 말] [185] '걸맞은'과 '걸맞는'

'나는 어느 면으로 보나 그녀에게 (걸맞은/걸맞는) 신랑감이 못 됐다.'

이 문장에서 괄호 안의 두 단어 중 어느 것이 맞는 표현일까요? '걸맞은'이 맞고 '걸맞는'은 틀리는 표현입니다. 두 단어를 헷갈리는 사람이 참 많은데요. 언론이 보도한 기사에서도 '스마트 시대에 걸맞는 태블릿 PC 활용 회의 진행' '휴대용 기기에 걸맞는 시리즈 작품' '시청자들의 기대에 걸맞는 가수가 되겠다' 등과 같이 '걸맞은'을 '걸맞는'으로 잘못 쓰는 일이 많아요. 오늘은 올바른 표현인 '걸맞은'에 대해 공부해봅시다.

'걸맞은'의 기본이 되는 단어는 '걸맞다'입니다. '걸맞다'는 '두 편을 견주어 볼 때 서로 어울릴 만큼 비슷하다' '어떤 대상이 다른 대상과 분위기나 정도가 서로 어울리는 상태에 있다'라는 뜻이에요. 예를 들어 '분위기에 걸맞은 옷차림' '최고의 맛집이라는 명성에 걸맞게 그 집 국수는 정말 맛있었다'와 같이 쓸 수 있습니다.

그럼 '은'과 '는'을 어떻게 하면 쉽게 구별해 쓸 수 있는지 알아볼까요? '형용사'는 다른 단어를 꾸며주는 일을 해요. 예를 들어 '작은 자동차'에서 '작은'은 '자동차'를 꾸며 주죠. 사람, 사물의 성질이나 상태 등을 나타내는 형용사가 다른 단어를 꾸며줄 때(이하 현재 시점)는 '-은'이 붙어요. 그러나 사람이나 사물의 움직임 또는 작용을 나타내는 동사가 다른 말을 꾸며줄 때는 '-는'이 붙죠. 예를 들어 '작다' '올바르다'는 형용사이므로 '작은 집' '올바른 자세'와 같이 써야 합니다. 반면 '먹다' '잠자다'는 동사이기 때문에 '먹는 물' '잠자는 공주'로 쓰는 게 맞습니다.

'걸맞은'과 마찬가지로 '알맞은'도 '알맞는'으로 잘못 쓰는 경우가 많아요. 형용사인 '알맞다'는 '알맞은 운동, 알맞은 차림새'같이 쓰는 게 맞아요. 참고로 동사인 '맞다'는 '입에 맞는 음식, 맞는 답'과 같이 써야 합니다.

다음 예문을 보고 '걸맞은'과 '알맞은'이 어떻게 쓰이는지 더 공부해봐요.

〈 ­예문 〉

―4차 산업 시대에 걸맞은 인재를 기르기 위한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해야 한다.

­―너한테 걸맞은 일이 무엇일지 잘 생각해 보고 행동하면 좋겠다.

­―인공지능 시대에 걸맞은 창의 융합 교육에 대한 책을 관심 있게 읽고 있다.

­―이 공원은 나무가 우거져 한낮에도 산책하기에 알맞은 곳입니다.

류덕엽 교육학 박사·서울 양진초 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