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클래식 따라잡기] 귀에 쏙쏙 들어오는 경쾌한 멜로디가 특징이죠

입력 : 2021.03.22 03:30

모차르트 협주곡

모차르트가 오페라‘돈 조반니’를 피아노로 연주하는 모습을 그린 그림입니다. 1787년 체코 프라하에서 첫 무대에 오른 돈 조반니는 모차르트 예술의 절정이라고 평
가받아요. /게티이미지뱅크
모차르트가 오페라‘돈 조반니’를 피아노로 연주하는 모습을 그린 그림입니다. 1787년 체코 프라하에서 첫 무대에 오른 돈 조반니는 모차르트 예술의 절정이라고 평 가받아요. /게티이미지뱅크
국내 최대의 오케스트라 음악 축제가 오는 30일부터 4월 22일까지 열립니다.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열리는 '교향악 축제'랍니다. 이번 축제의 주제는 '뉴 노멀(New Normal)'인데요. 코로나 사태를 맞아 연주자와 청중 모두 새로운 시각과 자세가 필요하다는 뜻을 담았다고 해요. 그래서 이번 축제에서는 오케스트라 규모를 줄인 협주곡을 많이 연주해요. 협주곡은 주로 연주하는 독주 악기를 다른 관악기, 현악기와 함께 연주하기 위해 만든 곡이에요.

협주곡 하면 모차르트를 빼놓고 얘기할 수 없습니다. 모차르트 협주곡은 다른 작곡가들 작품에 비해 소리 높낮이나 길이, 리듬으로 만들어진 선율이 아름답게 흐르는 게 특징입니다. 모차르트는 한 번 들으면 누구나 기억할 정도로 뛰어난 멜로디를 만들어 냈어요. 이번 축제에서도 모차르트의 작품이 5곡이나 무대에 오를 예정이죠. 모차르트는 뛰어난 작곡가로 유명하지만, 그에 못지않게 여러 악기를 다루는 데 능했어요. 이 때문에 그는 악기의 특색에 맞는 협주곡, 악기의 진가가 발휘되는 곡을 작곡할 수 있었던 거죠. 모차르트는 주변 친구나 음악 동료 등 자신과 인연이 있는 사람들을 위해 협주곡을 쓰기도 했는데, 오늘은 그 이야기를 풀어볼게요.

천재 작곡가도 마감 기한에 쫓겼어요

모차르트는 악기 가운데 플루트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았다고 해요. 당시에 플루트는 지금처럼 발달하지 않아 음이 고르지 않고 음정을 정확하게 내기 어려웠거든요. 그럼에도 모차르트는 훌륭한 플루트 협주곡을 남겼어요. 그 결정적인 계기가 된 것은 요한 밥티스트 벤틀링이라는 플루티스트와의 만남이었어요.

모차르트는 1777년 독일 남서부 지역 만하임에서 벤틀링을 만나 그의 뛰어난 연주에 자극을 받았죠. 벤틀링은 모차르트에게 네덜란드 귀족 페르디난트 드 장을 소개했어요. 드 장은 모차르트에게 플루트를 위한 협주곡과 플루트와 바이올린, 비올라, 첼로를 함께 연주하는 플루트 사중주곡을 작곡해 달라고 부탁했습니다. 고액의 사례비를 약속한 드 장을 위해 모차르트는 플루트 협주곡 두 곡과 플루트 사중주곡 세 곡을 단숨에 완성했죠. 맑고 가벼운 악상과 투명한 플루트의 음색이 돋보이는 이 협주곡을 계기로 플루트는 음악계에서 위치가 확고해졌어요. 지금도 플루티스트라면 누구나 연주하는 곡이에요.

그런데 모차르트는 이 곡에 대한 사례금을 절반밖에 받지 못했어요. 당시 작곡 마감 시간에 쫓겼던 모차르트가 플루트 협주곡 두 곡 중 한 곡을 다 쓰지 못해 미리 작곡해 놓은 오보에 협주곡을 음정만 바꿔 드 장에게 보냈다고 해요. 모차르트가 정해진 날짜를 지키지 못할 위기에 놓이자 편법을 썼다가 애초 약속한 사례금을 다 받지 못하게 된 거죠.



클라리넷의 진가를 선보였어요

모차르트는 호른 협주곡을 네 곡 남겼습니다. 이 곡은 오스트리아 잘츠부르크 궁정 악단의 호른 연주자였던 요제프 로이트게프를 위해 작곡한 건데요. 그는 모차르트 아버지와 친분이 깊어 모차르트와도 어린 시절부터 친하게 지냈답니다. 모차르트는 로이트게프에게 곡을 선물하는 글에서 "당나귀, 소, 바보인 로이트게프를 동정하며"라고 쓰기도 했어요. 스스럼없이 농담할 정도로 친분이 깊었던 것이죠.

로이트게프는 뛰어난 기교와 놀라운 호흡량을 가진 연주자였어요. 그래서 모차르트가 그를 위해 쓴 호른 협주곡은 호른 연주자의 눈부신 활약이 두드러지고 호른의 매력을 한껏 발휘할 수 있는 것이 특징입니다. 그러면서도 호른 연주가 오케스트라와 긴밀하게 호흡하는 곡이죠.

클라리넷<사진>은 모차르트가 가장 좋아하고 중요하게 여겼던 악기입니다. 그의 곡에선 클라리넷의 진가가 제대로 드러납니다. 클라리넷은 18세기 초에 탄생해 다른 악기보다 상대적으로 역사가 짧답니다. 모차르트는 이런 클라리넷을 교향곡 편성에 과감하게 넣어 클라리넷을 널리 알린 작곡가였지요.

클라리넷 협주곡은 모차르트가 세상을 떠나기 전 작곡한 마지막 협주곡이에요. 모차르트는 어린 시절부터 가까운 친구이자 오스트리아의 유명한 연주자 파울 안톤 슈타틀러를 위해 이 곡을 썼어요. 모차르트가 세상을 떠나기 두 달 전에 완성된 이 곡은 클라리넷 특유의 부드러운 음색과, 서정성을 잘 살린 악상과 멜로디가 인상적이죠. 이 곡은 클라리넷을 널리 알렸고 클라리넷 발전에 많은 영향을 줬어요.



직접 피아노 연주하며 지휘했어요

모차르트는 뛰어난 피아니스트였어요. 자신이 직접 피아노를 연주하며 동시에 지휘도 하는 무대를 꾸미기도 했어요. 특히 여성 연주자들을 위한 피아노 협주곡을 많이 남겼어요. 친누나 난넬과 함께 연주하기 위한 협주곡을 작곡하고, 오스트리아 에른스트 로드론 백작 부인과 그녀의 두 딸을 위한 피아노 협주곡을 썼어요. 이 협주곡에는 피아노가 2~3대씩 등장하는 게 특징입니다.

시각 장애인 피아니스트 마리아 테레지아 폰 파라디스를 위한 협주곡도 있습니다. 마리아는 귀족 가문에서 태어난 음악가였는데요. '시칠리엔'이라는 곡으로 유명하죠. 모차르트는 그녀의 탁월한 연주 실력을 높이 인정했다고 해요. 장애가 있었지만, 학생들을 가르치는 음악 교사로도 많은 활동을 했던 그녀에게 모차르트가 피아노 협주곡을 선물한 것이죠.

[오케스트라(Orchestra)]

관악기, 현악기, 타악기 등 여러 악기를 함께 연주하는 것을 뜻합니다. 60~120명 연주자로 구성되는 교향관현악이 대표적이고, 실내관현악은 15~30명 정도로 이뤄져요. 오케스트라는 고대 그리스 원형 극장의 무대와 관람석 사이에 있는 넓은 장소인 오르케스트라(orkhestra)라는 그리스 말에서 유래했어요. 무용수가 이 장소에서 노래를 부르며 춤을 췄고, 악기 연주자도 이곳에 있었죠. 그래서 오케스트라는 무대, 무용 등을 가리키는 용어로 쓰이기도 했어요. 여러 악기를 함께 연주하는 단체라는 의미로 쓰이게 된 것은 사상가이자 문학가인 장 자크 루소가 '음악 사전'에서 오케스트라의 정의를 '여러 악기의 집합체'라고 처음 쓰면서부터입니다.
[클래식 따라잡기] 귀에 쏙쏙 들어오는 경쾌한 멜로디가 특징이죠
김주영 피아니스트 기획·구성=최원국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