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재밌다, 이 책!] "네 사진 보내줄 수 있니?" 무심코 보내면 큰일 나요

입력 : 2021.03.18 03:30
[재밌다, 이 책!] "네 사진 보내줄 수 있니?" 무심코 보내면 큰일 나요

너, 그 사진 봤어?

시그리드 아그네테 한센 지음
황덕령 옮김ㅣ찰리북ㅣ1만 2000원

디지털 성범죄가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습니다. 최근 조사에서 지난해 디지털 성범죄 피해자가 5000여 명에 달해 전년보다 2배 이상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죠. 특히 10대와 20대가 전체 피해자의 절반 가까이 차지했어요. 또 피해자 대부분은 소셜미디어를 이용하다가 디지털 성범죄를 당했다고 해요.

이 책은 소녀 안나가 첫사랑에 빠졌다가 디지털 성범죄에 휘말려 겪는 고통과 회복의 과정을 그린 청소년 소설입니다. 노르웨이 공영 방송국 기자로 활동한 저자가 청소년 누구나 피해자가 될 수 있는 디지털 성범죄의 심각성을 문학적으로 잘 녹여냈어요.

주인공 안나는 조용하고 차분한 성격의 여학생이에요. 중학교 2학년이 되자 안나는 같은 반 남학생인 랄쉬가 갑자기 다르게 보이기 시작했어요. 랄쉬는 이전과 달리 키가 훌쩍 크고 단단한 근육도 생겼어요. 잘생긴 외모에 성숙해진 랄쉬에게 안나는 한순간 마음을 빼앗겼어요. 어느 날 랄쉬는 교실에서 자신의 뒷모습을 지켜보던 안나를 향해 "너 소셜미디어 '스냅챗' 아이디가 뭐야?" 라고 물었어요. 스냅챗은 스마트폰으로 대화하고 사진이나 영상을 주고받을 수 있는 소셜미디어예요. 안나와 랄쉬는 그날부터 스냅챗으로 대화를 나누며 가까워졌어요.

그러던 어느 날 랄쉬는 웃통을 벗은 자신의 사진을 안나에게 보냈어요. 안나는 당황했지만 랄쉬가 자신을 좋아해서 한 행동이라고 생각했어요. 그리고 얼마 후 랄쉬는 "네 모든 걸 보고 싶어"라는 문자와 함께 안나에게 사진을 보내달라고 했어요. 랄쉬를 좋아했던 안나는 자신의 사진을 랄쉬에게 보냈어요. 이 한 장의 사진으로 안나의 삶은 일순간 지옥이 됐어요. 랄쉬가 안나의 사진을 나쁘게 이용했거든요. 순식간에 안나는 디지털 성범죄의 피해자가 됐답니다. 친구들의 비웃음, 모욕적인 말과 행동은 순수하고 착하기만 했던 안나의 마음을 찢어놨어요. 그날의 사건으로 안나는 친구를 만나지도, 학교에 가지도 못했어요. 이후 안나는 가족의 위로와 도움으로 조금씩 악몽의 시간을 이겨낸답니다.

인터넷과 스마트폰을 일찍부터 사용하는 어린이, 청소년 모두가 디지털 성범죄에 휘말릴 수 있음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누구에게나 안나와 비슷한 사건이 발생할 수 있어요. 디지털 성범죄의 심각성을 인식하는 것이 중요해요. 청소년 자녀를 둔 부모들도 책을 함께 읽고, 디지털 사회에서 살아가는 아이들이 몸과 마음을 지키기 위해 어른들이 무엇을 해줘야 하는지 고민하는 게 좋습니다.

김성신 출판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