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예쁜 말 바른 말] [184] '무심치'와 '서슴지'

입력 : 2021.03.17 03:30
 /정서용
/정서용
① 행운의 여신이 (무심지, 무심치) 않았는지 막판에 우리 편이 역전승했다.

② 코로나 집합 금지 단속을 피해 영업하면서 바가지 장사도 (서슴지, 서슴치) 않은 업소들이 경찰 단속에 결렸다.

이 두 문장에 들어갈 말을 골라 보세요. 정답은 '무심치'와 '서슴지'입니다. 두 단어 모두 소리를 낼 때 성대가 진동하는 울림소리인 'ㅁ' 다음에 '-지'가 만난 단어인데요. 왜 '치'와 '지'로 다르게 쓸까요?

'무심치'는 '무심하다'가 기본형입니다. '무심하다'는 '아무런 생각이나 감정 따위가 없다'는 뜻이 있어요. 예를 들면 '그는 무심한 표정으로 창밖만 바라보았다'와 같이 써요. 또 '남의 일에 걱정하거나 관심을 두지 않다'라는 뜻이 있어요. '아픈 사람을 두고 어찌 그리 무심할 수 있니?'와 같이 쓸 수 있습니다. '무심치'는 '무심하다'가 '-지'가 합하면서 '무심하-'의 'ㅏ'가 탈락하고 'ㅎ'이 '-지'와 만나 '치'가 된 거예요. '무심치'처럼 기본형에 '하'가 있는 '당하다' '허송하다' '만만하다' '편하다' 등이 '-지'와 만나면 '당치' '허송치' '만만치' '편치'로 씁니다.

그러나 '서슴지'는 기본형인 '서슴다'와 '-지'가 만난 단어입니다. 기본형에 '하'가 없기 때문에 '-치'로 변하지 않은 거죠. '서슴다'는 흔히 '서슴지'꼴로 '않다' '말다' 따위의 부정어와 함께 쓰여 '어떤 행동을 선뜻 결정하지 못하고 머뭇거리며 망설이다'라는 뜻이 있어요. 예를 들면 '그 사람은 귀찮은 일에 나서기를 서슴지 않는다' '묻는 말에 서슴지 말고 대답해라'와 같이 쓸 수 있어요.

원래 '하'가 없는 말인데 '하'를 덧붙여 잘못 쓰는 단어도 있어요. '삼가다'인데요. '삼가하다'는 잘못된 표현이니 주의해야 합니다.

다음 예문을 보고 '무심치'와 '서슴지'를 어떻게 쓰는지 더 알아봅시다.

<예시>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장애인들의 고통에 무심치 않은 자세가 필요하다.

­하늘이 무심치 않았는지 뒤집힌 어선에서 그는 40시간 만에 극적으로 구조되었다.

­유혈 진압을 서슴지 않는 미얀마 군부에 대해 전 세계가 우려를 표명하고 있다.

­빚을 내 무리한 주식 투자를 서슴지 않는 개인 투자자가 늘어나 금융 당국이 우려하고 있다.

­거짓말과 타인에게 상처를 주는 행위를 서슴지 않는 유튜버를 단속해야 한다.

류덕엽 서울 양진초 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