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숨어있는 세계사] 150억t 화산재가 햇빛을 가려 한때 여름이 없어졌대요
화산 폭발의 영향
- ▲ 이탈리아에 있는 폼페이 유적지의 모습입니다. 폼페이는 화산 폭발로 쏟아지는 화산재에 도시 전체가 묻혀버렸어요. 매몰 깊이가 20여m에 달했습니다. 사진에 보이는 유적들이 모두 묻혀 있었던 거죠. 지금도 여전히 발굴해야 할 부분이 남아있다고 합니다. /픽사베이
"결혼식이나 퍼레이드 등에 사용되던 사륜마차를 폼페이의 고대 별장에서 발굴했습니다. 이처럼 훌륭한 상태로 보존된 마차는 지금까지 없었습니다."
이탈리아 폼페이고고학공원이 최근 폼페이 유적 발굴 사실을 알리며 "너비 90㎝, 길이 140㎝가량 마차가 네 바퀴가 모두 달려있는 상태로 발견되었다"고 했어요. 마차의 뒤쪽엔 붙은 아름다운 아이 모양의 장식은 그리스로마 신화에 나오는 사랑의 신, 큐피드로 추정하고 있답니다. 그런데 말이지요. 놀라운 것은 사륜마차가 화산재에 파묻힌 지 2000여 년이 됐는데 바로 얼마 전에 만든 것처럼 멀쩡했다는 것이죠. 그 옛날 무슨 일이 있었기에 2000년 만에 아름다운 사륜마차가 땅 밑에서 나타났을까요?
화산 폭발로 도시가 순식간에 파묻혔어요
서기 79년에 이탈리아 남부 나폴리 연안에 높이 솟은 베수비오 화산이 돌연 폭발했답니다. 검은 구름이 분출하면서 화산이 용암을 토하며 분화하기 시작했어요. 엄청난 양의 화산재와 뜨거운 흙과 돌 같은 화산 분출물이 비 오듯 쏟아져 산 아래에 있던 폼페이시를 순식간에 덮쳤지요. 화려한 궁전을 비롯한 도시 전체가 파묻히면서 안타깝게도 당시 인구의 10%에 해당하는 2000여 명이 뜨거운 열에 타 죽거나 질식한 것으로 추정돼요. 폼페이라는 도시 문명은 한순간에 역사 속으로 사라져 버렸어요.
1748년 이후 본격적인 발굴 작업이 시작됐어요. 도시의 광장과 목욕탕, 원형극장, 약국 등과 함께 수준 높은 문화재들이 속속 세상에 다시 모습을 드러냈답니다. 그러다 이번엔 아름다운 사륜마차까지 발굴된 것이지요.
화산재가 햇빛을 가려 대기근이 닥쳤어요
화산의 힘이 얼마나 강하면 한 도시 문명이 사라질까 하는 의문이 들지 않나요? 놀랍게도 세계사를 살펴보면 폼페이보다 1400년 전에 화산 폭발로 사라진 또 다른 문명이 있었어요. 그리스 동쪽 에게해에 위치한 크레타섬에서 꽃피웠던 '미노아 문명'이랍니다. 크레타섬은 아시아와 가까워 오리엔트 문화권과 해상 교통을 통해 직접 연결되어 있었는데요. 이로 인해 밝고 생동적인 해양 문화와 해상 무역이 발달하였답니다. 방이 1000개 넘는 궁전에다 도시엔 하수도 시설까지 완벽하게 설치돼 있었어요.
이렇게 화려하고 막강했던 미노아 문명이 기원전 1400년쯤 갑자기 멸망해 버린 거예요. 과학자들이 고대의 기후 등을 분석해 보니 그 당시 산토리니섬에서 강력한 화산 폭발이 있었다는 것을 밝혀내었답니다. 화산 폭발로 궁전이 붕괴되고, 이어 닥쳐온 쓰나미가 크레타섬을 강타했다는 거지요. 여기에다 상공으로 솟구친 화산재가 햇빛을 가리면서 기온이 뚝 떨어져 식량 생산이 어려워지면서 대기근이 닥쳤다는 거예요. 이 재난에서 살아남은 많은 미노아인들은 어쩔 수 없이 다른 곳으로 이주할 수밖에 없었답니다. 이후 그리스인들의 침략으로 미노아 문명은 끝내 사라지고 말았던 거지요.
화산재가 150억t이나 방출됐어요
더 놀라운 사실도 있어요. 화산 폭발이 세계에 걸쳐 큰 영향을 끼친 적도 있었답니다. 1815년 4월 인도네시아의 숨바와섬에 있는 탐보라(Tambora) 화산 대폭발 사건이에요. 이때 분출된 화산재가 150억t이나 됐는데 이때 방출된 에너지는 지구상에서 발생한 그 어떤 지진·태풍·토네이도 등보다 강력하고 컸어요. 대폭발로 4200m 높이의 탐보라산은 2730m 정도로 낮아져 버렸어요. 인도네시아는 화산재로 뒤덮여 3일 동안 캄캄한 밤만 계속되었고 숨바와섬에서만 9만2000여 명이 숨지는 비극이 발생했어요.
세계 곳곳에서도 재앙이 발생했어요. 화산재가 지상 30~40㎞ 높이 성층권까지 올라가 오래 머물면서 전 지구에 영향을 끼쳤기 때문이에요. 화산재가 햇빛을 가리는 바람에 지구의 평균 기온이 섭씨 1도 넘게 떨어졌고, 유럽에선 화산 폭발 이듬해인 1816년 '여름이 없어졌다'는 말까지 나왔대요. 식량 가격이 너무 올라 빵을 살 수 없게 되자 유럽 곳곳에서 폭동이 줄을 이었고, 그 여파로 1818~1819년 대규모 불황이 닥쳤어요. 굶주림과 전염병까지 창궐하자 '굶어 죽더라도 꿈의 대륙에 가서 죽자'며, 그 당시 미국으로 떠난 유럽인들이 많았다고 해요.
우리나라도 탐보라 화산 폭발의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보여요. 1816년 조선조 순조(純祖) 임금 때 '경상도에서 굶어가는 9만여 명에게 구호곡 8000여 섬을 방출하였다'는 기록이 있어요. 유럽처럼 우리도 대기근을 겪었다는 것이죠.
[지진과 화산 폭발]
로마 사람들은 불의 신 불카누스가 분노해 폼페이가 화산에 파묻혔다고 믿었다고 해요. 화산을 뜻하는 영어 단어 볼케이노(vol cano)는 불의 신 '불카누스'에서 유래했죠.
우리가 서 있는 땅 밑에는 북아메리카판, 아프리카판 등 여러 개의 거대한 판(板)이 있어요. 또 지구 내부에는 고온으로 암석이 녹아 액체 상태가 된 마그마가 있습니다. 판은 서서히 이동하는데요. 판과 판이 만나 부딪치면 지진이 발생하고 마그마가 판을 뚫고 솟아오르는 것이 바로 화산 폭발이에요. 그래서 판과 판의 경계에서 화산 폭발이나 지진이 자주 발생합니다. 폼페이는 아프리카판과 유라시아판의 경계에 있어요.
우리나라는 판의 경계에 있지 않아 강력한 지진이나 화산 폭발이 발생할 가능성이 작아요.
- ▲ 이번에 발굴된 사륜마차처럼 발굴 작업을 할 때마다 새로운 유적이 나오고 있어요. 마차 뒤쪽에는 ‘사랑의 신’ 큐피드와 남녀의 모습을 담은 원형 장식이 그대로 보존돼 있었어요(아래 사진). /AFP 연합뉴스
- ▲ 지난해 인도네시아의 므라피 화산에서 화산재가 6km 높이까지 치솟았어요. 판의 경계에 위치한 인도네시아에서는 화산 활동이 활발해요. /로이터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