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재밌다, 이 책!] "어른들이 작아지면 우릴 이해할거야" 아이들의 고민·상상 동시에 소개해요

입력 : 2021.03.11 03:30
[재밌다, 이 책!] "어른들이 작아지면 우릴 이해할거야" 아이들의 고민·상상 동시에 소개해요

거인들이 사는 나라

신형건 지음|김유대·강나래·안예리 그림
출판사 끝없는이야기|가격 1만 1500원

"어른들을 거인국으로 보내자. 거인들 틈에 끼이면 어른들이 우리보다 더 작아 보일 거야."

'거인들의 나라'에 나오는 동시의 한 구절입니다. 어른들을 거인의 나라로 보내면 상대적으로 작아지기 때문에 어린아이들 마음을 이해할 수 있을 거라는 아이들의 재미있는 상상이에요. 어린아이들이 느끼는 것처럼 어른들도 거인들의 나라에 가면 횡단보도는 얼마나 긴지 아이들의 눈에서 공감할 수 있다는 거죠. 동화와 같은 이야기와 재치 있는 상상력으로 아이들의 마음속을 보여주는 시입니다.

이 책은 신형건 시인의 대표 동시집입니다. 아마 신형건 시인의 이름을 들어 본 친구들도 있을 거예요. 그의 시 '그림자' '시간여행' '입김' 등 8편이 초등학교와 중학교 국어 교과서에 실렸습니다. 신형건 시인은 세상을 바라보는 따뜻한 시선을 시에 담았어요. 그의 동시는 아이들에게 친근한 어투로 소탈하게 말을 건네죠. 아이들의 마음을 이해하고 따뜻한 위로를 전하기도 합니다. 그가 소개하는 동심의 세계로 떠나볼게요.

수퍼맨처럼 지구를 들 순 없을까요? '지구 들기'라는 시에서 그 방법을 알려줘요. 손으로 땅바닥을 짚고 힘껏 물구나무서 보세요. 물구나무서 있는 동안 바다가 출렁이고 놀란 새들이 날아오를 거예요. 지구를 들어 올린 셈이죠. 아이들의 상상 속에서 불가능한 것은 없어요. 나무들이 사람처럼 걸어 다니는 상상, 읽기 따분한 책의 글자를 모두 없애버리는 상상, 맛있는 음식이 가득한 세상에서 양탄자를 타고 날아다니는 상상 등 어린 시절 누구나 꿈꿔봤을 거예요.

이 책은 아이들의 엉뚱한 속마음을 보여주기도 합니다. "갑자기 엄마가 날 모르는 척하면 어쩌지?" "아무 까닭 없이 찔끔 눈물이 나" 등 아이들이 느끼는 순수한 불안을 재치 있는 동시로 풀어내요. 아이들은 또 제법 철학적인 고민도 한답니다. 동시 '매달리기'에서는 매일 회사에서 업무에 매달리는 아빠, 집안일에 매달리는 엄마를 보고 "철봉에 매달리기도 쉽지 않은데, 앞으로 어떤 것들에 매달려야 할까"라고 고민에 빠진 아이들의 마음을 보여줍니다.

아이들과 함께 어른들이 이 책을 읽어도 좋습니다. 성인이 된 어른들은 세상에 너무 익숙해져 아이들의 눈에서 공감하는 게 쉽지 않아요. 이 책을 읽다 보면 '아차' 하고 허점을 찔리게 될 거예요.

김성신 출판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