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디자인·건축 이야기] "취한 로봇들이 축제를 벌이는 모습" 유연한 사고와 자유로움 표현했어요

입력 : 2021.03.09 03:30

MIT 스타타 센터

MIT 스타타 센터의 외관. /위키피디아
MIT 스타타 센터의 외관. /위키피디아
세계 최고 대학 중 하나로 꼽히는 매사추세츠 공과대학교(MIT)는 1865년 미국에서 가장 먼저 건축학과를 만든 곳이기도 합니다. 미국 보스턴 인근 케임브리지에 있는 MIT 캠퍼스에는 건축 거장(巨匠)이 지은 건물이 곳곳에 있습니다. 그중 스타타 센터(Stata Center)가 대표적인 건물로 손꼽힙니다.

이 건물은 연 매출이 60억달러에 달하는 반도체 기업 아날로그디바이스의 창업자 레이 스타타와 마리아 스타타 부부 기부금 등으로 지었어요. 레이는 MIT 졸업생이기도 하죠. 그래서 '레이 앤드 마리아 스타타 센터'로 불립니다.

스타타 센터는 캐나다의 건축 거장 프랭크 게리(92)가 설계했어요. 그는 독특한 외양을 지닌 스페인 빌바오 구겐하임 미술관, LA 월트 디즈니 콘서트홀 등을 설계했죠. 우리나라 청담동에 있는 루이비통 매장도 그의 작품이에요. 스타타 센터는 직사각형 벽돌 빌딩 옆에 마치 쓰러질 것처럼 기울어지거나 자유롭게 뒤틀린 건물을 배치하고 아주 매끈한 금속으로 건물 외부를 덮었어요. 회색과 갈색의 차분한 톤에 강렬한 노랑을 써 건물에 생기를 불어넣었죠. 유연한 사고방식과 자유로움을 시각적으로 나타낸 거라는데 게리는 스타타 센터를 "술 취한 로봇들이 함께 축제를 벌이는 모습"이라고 비유했습니다.

스타타 센터는 내부 공간도 남다릅니다. 스타타 센터는 MIT 방사선 연구소를 철거한 자리에 새로 지었는데요. MIT 방사선 연구소는 노벨상 수상자 9명을 배출한 곳이기도 하죠. 그런데 임시 건물로 급하게 짓다 보니 내부 공간과 동선이 엉망진창이었대요. 이런 의도하지 않은 혼란함이 도리어 창의력을 북돋는 계기가 됐다네요. 미로처럼 복잡한 복도에서 길을 잃어 우왕좌왕하다 우연히 동료를 만나면 생각지 않게 잠시 대화를 나누게 되는데 그 가운데 새로운 아이디어가 떠올라 연구에 도움을 줬다고 해요.

게리는 이런 숨겨진 장점을 놓치지 않았어요. 건물 안에서 사람들이 우연히 부딪치고 생산적인 생각을 교환하는 기회를 높이려고 한 거죠. 일부러 동선을 혼란스럽게 하고, 공용 공간에서 서로 마주칠 수 있도록 유도했죠. 건물 내부 곳곳도 반듯하게 직선으로 설계하지 않고 움푹 파이거나 튀어나온 구조를 많이 넣었어요. 계단, 조명, 테라스 하나도 지루하지 않게 만들고, 소화전이나 경찰차 같은 이색적인 소품도 여기저기 놓아 학생들이 틀을 넘어서는 생각을 계발하게 돕고 있어요.

전종현 디자인 건축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