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새 학년 새 학기가 시작되는 3월이 됐습니다. 학교에 가게 돼 기쁜 마음도 있지만, 집에 있고 싶은 마음도 없지 않을 거예요. 우리나라는 헌법에서 초등학교까지, 초중등교육법에서 중학교까지를 의무교육으로 규정하고 있어요. 그런데 만약 학생이 학교에 다니지 않겠다고 하고, 부모님 등 보호자도 이에 동의를 한다면 학교에 다니지 않아도 될까요? 비슷한 문제가 미국에서 벌어졌었어요.

미국은 수정헌법 제1조에 종교의 자유를 명시하고 있어요. 이렇게 다양한 종교를 존중하는 미국에는 아미시(Amish)교라고 불리는 현대 문명을 거부하는 종교 공동체가 있었습니다. 이들은 전기도, 자동차도 사용하지 않았어요. 이들이 살았던 위스콘신주는 고등학교까지 의무교육이었는데, 주로 농업과 목공예에 종사하며 살던 아미시들은 너무 많이 배우면 오만해져서 신앙에 방해된다고 생각했습니다. 또 농사와 목공 일을 배우고 도와야 할 나이의 청소년들이 학교에 가서 일손이 부족하다고 생각했어요.

1971년 세 아미시 학부모가 자녀를 고등학교에 보내지 않겠다고 선언했습니다. 그러자 위스콘신주는 학부모에게 벌금을 물리고 구속했고 아미시 공동체 전체가 들고일어났어요. 아미시들은 위스콘신주를 상대로 소송을 벌였는데 학부모 중 한 명이었던 요나스 요더의 이름을 따서 '요더 사건'이라고 불려요.

아미시들이 수정헌법 제1조를 내세워 신앙에 따른 삶에 의무교육이 필요 없거나 심지어 방해가 된다면 당연히 이를 거부할 권리가 있고 국가는 이를 강제할 수 없다고 주장했어요. 반면 위스콘신주는 현대사회에서 아이들이 살아가기 위해서 필요한 기본적인 소양을 기를 기회를 주지 않는다면, 부모의 신앙을 지키기 위해 아이들의 미래를 가로막는 행위라고 주장했어요.

미국 법원은 수정헌법 제1조의 취지를 강조했어요. 위스콘신 대법원은 요더 측의 손을 들어줬습니다. 연방대법원의 최종심도 종교적인 이유로 학교를 보내지 않아도 된다고 했어요. 그러나 이 결정은 의무교육 전체가 불필요하다가 아니라 '고등학교까지 의무교육으로 할 필요는 없다'는 의미였어요. 아이들이 고등학교까지 다니면 아미시 종교 공동체의 유지가 어렵기 때문에 종교적인 자유와 아이들의 복지, 교육 의무를 비교했을 때 종교적인 자유를 더 존중한 거예요.

우리나라에서는 종교적인 사유 등으로 의무교육을 거부하고 법원에서 이를 다툰 사례는 아직 없었어요. 그러나 중학교까지는 기본적인 소양을 배우는 단계로 보기 때문에 이를 놓고 소송이 벌어진다면 의무교육을 존중할 가능성이 높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