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고전 이야기] '보이지 않는 손'이 빵 값을 결정해요

입력 : 2021.03.02 03:30

국부론(國富論)

 /위키피디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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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많은 경우와 같이, 개인은 바로 그때 '보이지 않는 손'에 이끌려 자신이 의도하지 않았던 목표를 달성하게 된다. 의도하지 않았다고 해서 사회에 나쁜 영향을 끼치는 건 아니다. 의도적으로 사회의 이익을 증진시키려 할 때보다, 자신의 이익만을 추구함으로써 개인은 더 자주, 더 효율적으로 사회의 이익을 증진시킬 수 있다.

'보이지 않는 손(an invisible hand)'이라는 말을 들어본 적 있나요? '경제학의 아버지'라 불리는 영국 학자 애덤 스미스<사진>가 1776년 출간한 '국부론(國富論)'에 등장하는 말인데요. 자유시장경제의 효율성을 설명하는 상징적인 단어예요.

국부론의 원래 제목은 '국부의 본질과 원인에 관한 연구'인데요. 분업과 생산성, 자원의 효율적 분배 등 자유시장경제에 대한 내용을 다루고 있어요. '고전 경제학의 기초를 놓은 책'으로 평가받고 있죠.

국부론을 이해하려면 먼저 책이 언제 출간됐는지 봐야 합니다. 이 책이 나왔을 때 영국에서는 산업혁명의 기운이 한창 무르익고 있었어요. 증기기관이 발전하면서 상품을 대량 생산하는 게 가능해졌고, 사람들은 일자리를 찾아 농촌을 떠나 도시로 몰려들었죠. 그전까지는 대부분 농업에 종사했기 때문에 경제의 주체라는 인식도 없었고, 유럽 여러 나라들은 중상주의(重商主義), 즉 무역을 통해 귀금속을 많이 확보하는 게 국가의 부를 축적하는 거라 생각했죠. 하지만 산업혁명이 일어나면서 공업을 통해 엄청난 부가 창출되고 개인 하나하나가 경제 주체로 중요하게 참여하는 시대가 왔습니다.

여기서 애덤 스미스는 시장에 참여하는 사람들의 이기심을 눈여겨봤어요. 시장에 참여하는 사람들은 크게 두 부류가 있어요. 생산자와 소비자죠. 생산자는 상품을 만들어 비싸게 팔아 최대한 이윤을 많이 얻고 싶어하고, 소비자는 물건을 되도록 싸게 사려 하죠. 이렇게 서로 각자 만족스러운 결과를 얻으려고 노력하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흥정이 벌어지고 물건 값이 결정됩니다. 누가 정해준 것도 아닌데 마치 '보이지 않는 손'이 가격을 결정해주는 것처럼 보인다는 거죠. 빵집 사장이 빵을 만드는 건 돈을 벌기 위해서지만, 그 결과 사람들은 빵을 먹을 수 있고 사장은 돈을 벌 수 있기 때문에 이런 '이기심'은 사회에 도움이 된다고 지적합니다.

애덤 스미스는 시장에 참여하는 개인과 자유시장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교환은 인간의 본성이고, 그 본성을 충족시켜주는 곳이 시장이라는 거예요. 애덤 스미스는 국가의 역할 역시 중요하다고 말합니다. 국가는 사회 시스템이 잘 돌아갈 수 있도록 법과 제도를 바로잡아야 한다고 강조했어요.

장동석 출판도시문화재단 본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