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재밌다, 이 책!] 인도는 언어 700개… 23개가 공용어… 문자 사라지면 문화도 사라진대요
세계의 문자
비탈리 콘스탄티노프 지음ㅣ이미화 옮김
출판사 지양사ㅣ가격 1만7500원
인간의 언어를 기록한 문자는 문명의 발달에 큰 역할을 했습니다. 처음 문자가 생겨나고 지금까지 전 세계에는 얼마나 많은 문자가 존재했을까요? 이 책에 따르면 인류는 역사상 292개 문자 체계를 만들었다고 합니다. 문자는 말이나 소리를 눈으로 볼 수 있도록 적은 의사소통 체계입니다. 모든 문자를 다루지는 못했지만, 중요한 문자 체계를 이 책에서 거의 볼 수 있답니다. 문자의 선이 쐐기 모양인 설형문자, 사물을 본떠 그것과 관련 있는 개념을 나타낸 상형문자, 9세기 후반 슬라브 민족의 고유 문자에서부터 현대의 이모티콘까지 닮은 듯 다른 여러 문자를 구경하는 건 무척 재미있어요. 읽을 수는 없지만 아름다운 문자가 참 많습니다.
우리는 대한민국에서 태어나 자연스럽게 한글을 배우고 사용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는 한글(문자)과 한국어(언어)만을 사용하는데 일부 국가에서는 다양한 언어와 문자를 공용어로 사용해요. 인도에선 주로 힌디어와 영어를 쓰지만 700개 언어가 있고 그중 23개를 공용어로 인정하고 있다고 합니다. 불교의 창시자인 석가모니가 학교에 다닐 때는 언어 64개를 배워야 했다고 해요. 생각만 해도 어지럽죠?
만약 전 세계 공용문자를 선택해 하나만 사용하면 더 편해질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문자는 문화를 담는 그릇이라고 불립니다. 문자 체계 하나가 사라지면 문화도 큰 타격을 입어요. 유럽인들은 아메리카와 아프리카, 아시아 등을 정복하면서 유럽어를 공용화시켰는데, 그 과정에서 그 지역의 언어와 문화가 많이 사라졌어요. 우리나라도 일제 식민지 시대 한글을 지키려고 많은 사람이 애썼던 걸 보면 문자의 중요성을 알 수 있습니다.
이 책은 새로운 언어를 만드는 과정을 흥미진진하게 소개합니다. 한 인도 언어학자는 토착민들이 자신들 전통을 지킬 수 있게 10개가 넘는 문자를 만들었고, 소설 '반지의 제왕'을 쓴 작가 톨킨도 소설에 등장하는 요정들이 쓰는 가상 언어 퀘냐어와 신다린어를 직접 만들었어요. 언어학자들은 공상과학 영화 '스타트렉'에 등장하는 가상의 외계 종족이 쓰는 문자를 만들기도 했어요. 이 문자는 국제표준화기구로부터 언어로 인정받았어요.
이 책은 지난해 독일 국제아동청소년도서관 선정도서로 뽑혔어요. 저자는 문자 체계의 복잡한 전개 과정을 그림을 활용해 쉽게 풀어내고 있어요. 다소 어려울 수 있는 문자의 기본 개념에 대해 호기심과 탐구심을 자극합니다. 말하기와 쓰기 등 문자가 형성되는 과정을 따라가다 보면 문자의 구조를 이해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