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스포츠로 세상읽기] 윔블던은 잔디, 프랑스 오픈은 흙… 코트 달라 모두 우승 어려워

입력 : 2021.03.01 03:30

테니스 그랜드슬램

한 시즌 그랜드슬램을 달성한 로드 레이버(왼쪽부터), 마거릿 코트, 슈테피 그라프. /위키피디아
한 시즌 그랜드슬램을 달성한 로드 레이버(왼쪽부터), 마거릿 코트, 슈테피 그라프. /위키피디아
지난 21일 테니스 선수 노박 조코비치가 호주 오픈 테니스 대회에서 우승하면서 이 대회 3년 연속 패권을 차지했습니다. 개인 통산 18번째 메이저 대회 우승인데요. 라파엘 나달, 로저 페더러 선수가 보유한 메이저 대회 우승 최다 기록인 20승을 바짝 뒤쫓고 있습니다.

메이저(Major) 대회는 말 그대로 크고 중요한 대회라는 뜻입니다. 테니스에서는 호주 오픈, 프랑스 오픈, 윔블던, US 오픈 등 4개 대회를 메이저 대회라고 부르는데요. 이 대회에서 모두 우승한 것을 그랜드슬램이라고 해요. 같은 해에 열린 메이저 대회 4개를 모두 우승한 선수는 단 3명밖에 없습니다. 남자는 로드 레이버가 2번(1962, 1969), 여자는 마거릿 코트(1970)와 슈테피 그라프(1988)가 달성했죠.

해를 넘겨서 4개 대회를 연속으로 우승하는 것을 논(non)캘린더 그랜드 슬램이라고 하는데요. 이것도 남자는 노박 조코비치, 여자는 마르티나 나브라틸로바와 세레나 윌리엄스가 전부입니다. 여러 시즌에 걸쳐 4개 메이저 대회를 모두 우승하면 커리어 그랜드슬램이라고 하는데요. 남자는 앤드리 애거시, 로저 페더러, 라파엘 나달, 여자는 크리스 에버트, 마리야 샤라포바가 달성했습니다.

그랜드슬램을 달성하기 어려운 가장 큰 이유는 4개 메이저 대회에서 사용하는 코트 재질이 다르기 때문입니다. 호주 오픈과 US 오픈은 아스팔트나 콘크리트 위에 아크릴 바닥재를 덮은 하드 코트를 사용합니다. 프랑스 오픈은 표면이 흙으로 된 클레이 코트를 사용하고, 윔블던은 잔디 코트를 사용해요. 코트마다 특징이 있는데요. 하드 코트는 표면이 딱딱해 땅에서 튄 공의 속도가 빠르고, 선수의 발이나 허리에 부담이 많이 가요. 클레이 코트는 표면이 타구의 속도를 흡수해 공의 속도가 약해져요. 잔디 코트는 미끄럽고 공이 잔디에 스치듯이 낮게 튀는 게 특징입니다.

재미있는 건 클레이 코트와 하드 코트에 강한 선수가 뚜렷이 나뉜다는 겁니다. '테니스의 황제'라고 불리는 라파엘 나달 선수는 클레이 코트의 강자입니다. 프랑스 오픈에서만 모두 13번이나 우승했어요. 나달 선수와 함께 메이저 대회 우승 최다 기록을 보유한 로저 페더러 선수는 클레이 코트에선 단 한 번 우승을 차지했습니다. 피트 샘프러스는 메이저 대회에서 14번 우승했지만 클레이 코트를 사용하는 프랑스 오픈에서는 한 차례도 우승하지 못했어요.



김유겸 서울대 체육교육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