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클래식 따라잡기] 파격적인 '봄의 제전' 작곡…첫 공연 때 관객 야유 받아
이고리 스트라빈스키
- ▲ /위키피디아
올해 국립발레단이 이고리 스트라빈스키<사진>와 가브리엘 포레, 차이콥스키 등의 음악을 배경으로 한 3막 발레 '주얼스(Jewels)'를 최초로 전막 공연할 예정입니다. 이작곡가들 중 이고리 스트라빈스키는 지치지 않는 열정으로 늘 새로운 스타일을 작품 속에 녹이려 했던 작곡가입니다. 스트라빈스키는 "작곡가로 사는 동안, 나는 지식과 지혜를 통해서가 아니라 실수와 어긋난 추측을 통해 더 많이 배웠다"라는 말을 남겼습니다. 이처럼 그는 안주하지 않고 끊임없는 변신을 위해 쉬지 않고 도전했습니다. 올해는 그가 세상을 떠난 지 50주년인데요. 오늘은 20세기 작곡가들에게 많은 영향을 끼친 것으로 손꼽히는 이고리 스트라빈스키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최고의 발레 음악 작곡가였어요
스트라빈스키는 1882년 러시아의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태어났습니다. 그의 아버지는 유명한 성악가였어요. 스트라빈스키는 아홉 살 때부터 피아노 개인지도를 받았고, 당대 최고의 작곡가였던 니콜라이 림스키코르사코프를 찾아가 화성법과 관현악법을 배웠어요.
1909년 한 음악회장에서 만난 러시아 발레단의 단장 세르게이 댜길레프는 스트라빈스키의 운명을 바꿔 놓았어요. 당시 댜길레프는 러시아 전래 동화 '불새'의 발레 음악을 만들 사람을 찾고 있었어요. 다른 작곡가는 음악을 완성하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린다고 했는데, 스트라빈스키는 그해 겨울과 봄에 걸쳐 단숨에 작품을 만들어냈습니다. 1910년 6월 파리 오페라 극장에서 초연된 발레 '불새'는 엄청난 화제를 일으키며 스트라빈스키의 이름을 전 유럽에 알렸습니다. 스트라빈스키는 어릿광대의 짝사랑 이야기를 다룬 '페트루슈카'까지 흥행에 성공하며 최고의 발레 음악 작곡가가 됐습니다.
'봄의 제전'과 '병사의 이야기'로 유명해요
스트라빈스키의 작품 중 가장 유명한 작품은 '봄의 제전'입니다. 그는 이 작품으로 20세기 음악사에 손꼽히는 사건을 만들어냈는데요. 작품은 고대 러시아 이교도들의 제사 의식과 거기에서 등장하는 광란의 춤을 다루고 있습니다. 지금껏 아무도 시도하지 않았던 불협화음과 원시적이고 야만적인 리듬, 음산하고 공포스러운 분위기로 관객들을 놀라게 했죠. 1913년 5월 파리 샹젤리제 극장에서 처음 공연했을 때 청중이 충격을 받고 거센 야유를 보내면서 소란을 일으키자 경찰까지 출동했다고 해요. 역설적으로 이 사건 이후 '봄의 제전'은 더 유명해졌고, 후대 음악가들에게 새로운 물결을 불러일으킨 20세기 클래식 작품으로 꼽힙니다. 20세기에 만들어진 곡 중 가장 유명한 곡이라는 말도 나와요. 연주가 어려워 지휘자나 오케스트라 실력을 가늠하는 기준이 되는 곡이라고도 합니다.
1918년 발표한 발레곡 '병사의 이야기'는 소극장 무대에서 자주 만날 수 있는 작품입니다. 1차 세계 대전 중 스위스에서 초연된 이 곡은 7명이 연주하는 실내악 편성에 출연자도 세 사람과 내레이터(낭독자) 1명뿐인 단출한 구성이죠. 다른 장소로 옮기기 쉽고, 좁은 장소에서도 공연할 수 있는 유랑 극장용으로 만들었다네요. 작품은 병사와 악마의 이야기입니다. 악마는 앞일을 예측할 수 있는 마법의 책과 병사의 바이올린을 바꾸자고 제안하고, 꼬임에 넘어간 병사는 사흘 동안 악마 집에 묵은 뒤 마법의 책을 갖고 고향에 돌아갔지만 알고 보니 3년이 흐른 걸 알고 낙담합니다. 그 후 병사는 다른 모험을 떠나 악마와 카드 도박을 벌여 바이올린을 되찾고, 이웃 나라 왕녀가 앓고 있던 병을 바이올린 연주로 고쳐주지만, 다시 악마의 유혹에 빠져 나락으로 떨어진다는 줄거리입니다.
늘 새로운 변신을 추구했어요
러시아 혁명 이후 조국으로 돌아가지 못한 스트라빈스키는 스위스와 프랑스를 거쳐 1940년에 미국으로 건너갔어요. 그는 끊임없이 자신의 스타일에 변신을 꾀했는데요, 바로크 음악의 기법을 도입해 복고적인 작품을 쓰기도 하고 재즈의 즉흥적인 스타일과 화성을 이용한 작품도 다수 남겼죠.
그는 자신과 성향이 다른 음악가라 하더라도 큰 호기심을 보이며 연구하고 분석했죠. 특히 오스트리아의 음악가 아널드 쇤베르크와는 서로의 작품을 강하게 비판하며 사이가 좋지 않았는데요. 쇤베르크가 세상을 떠난 후 스트라빈스키는 오히려 그의 작품을 깊이 연구하고 자신도 그와 비슷한 스타일의 작품을 만들기도 했습니다.
[바츨라프 니진스키]
발레 '봄의 제전'은 이고리 스트라빈스키가 음악을 맡고 바츨라프 니진스키<사진>가 안무를 만들었어요.
러시아의 무용가인 니진스키는 역사상 가장 뛰어난 발레리노로 평가받는데요. '천재 발레 무용수' '무용의 신'이라 불려요. 그의 무용은 탁월한 도약, 경쾌한 몸놀림, 극적인 아름다움이 특징이죠. 니진스키는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의 황실 무용 학교를 졸업하고 '백조의 호수' '잠자는 숲 속의 미녀' 등 무대에서 천부적인 재능을 드러냈어요. 그는 러시아 발레단의 제1무용수로 활동하면서 '사육제' '셰에라자드' 등의 작품에 출연했습니다. 고전 무용의 법칙에서 벗어난 작품으로 논란을 일으킨 '목신의 오후'의 안무를 만든 것으로도 유명해요.
- ▲ 영국 국립발레단이 선보인 ‘봄의 제전’의 한 장면입니다. ‘봄의 제전’은 원시적이고 야만적인 리듬과 음산하고 공포스러운 분위기가 특징이에요. /게티이미지코리아
- ▲ /위키피디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