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재미있는 IT·과학] "100년 내에 지구인 100만명 화성으로 보내겠다"

입력 : 2021.02.23 03:30

세계 거부들의 과학 기술 투자

세계에서 제일 돈 많은 부자 기업가들은 어떤 공통점이 있을까요? 회사를 만들어 큰돈을 벌었다는 것 말고 그들은 '과학기술로 세상을 바꾸겠다'는 꿈이 있다는 게 비슷합니다. 그 꿈은 우주 탐사에서 코로나 백신 개발까지 다양합니다. 과학을 사랑하고 인류 발전에 기여한 부자 기업가들을 찾아보겠습니다.

"우주에서 만나자"

전자상거래 분야에서 독보적인 지위에 오른 아마존의 창업자 제프 베이조스는 이달 초 경영자 자리에서 내려왔습니다. 베이조스 재산은 210조원이라고 해요. 우리나라 정부 1년 예산의 절반에 달하는 규모죠. 그는 앞으로 우주 탐사라는 어린 시절 꿈을 실현하기 위해 투자하겠다고 하네요. 어렸을 때 도서관에서 공상과학 소설을 읽는 게 취미였고, 다섯 살이던 1969년 아폴로 11호가 달에 착륙하는 장면을 보면서 우주에 대한 관심을 키웠다고 합니다. 고등학교 졸업식 때 연설하면서 친구들에게 "마지막 개척지인 우주에서 만나자"고 말할 정도였어요. 1994년 아마존을 창업한 그는 회사가 지금처럼 거대하게 되기도 전인 2000년에 민간 우주 기업인 블루오리진이라는 회사를 세웠어요. 블루오리진은 화성에 사람이 사는 도시를 건설하겠다는 목표로 우주 탐사 기술을 개발하고 있어요. '2024년 달 착륙'이란 목표를 세우고 전진하고 있습니다.

 /그래픽=안병현
/그래픽=안병현
"화성으로 이주하겠다"

전기자동차를 생산하는 테슬라의 최고경영자 일론 머스크는 베이조스와 세계 최대 부자 자리를 놓고 엎치락뒤치락하는 사람입니다. 두 사람은 우주에 대한 관심이 남다르다는 공통점이 있죠. 머스크는 베이조스보다 먼저 우주 개발에 뛰어들었어요. 머스크 역시 어린 시절 공상과학 소설을 즐겨 읽었고, 아이작 아시모프의 소설 '파운데이션'을 읽고 나서 우주 탐험을 꿈꾸기 시작했다고 해요. 펜실베이니아대에 다닐 때도 지구 환경 문제와 폭발적인 인구 증가, 식량 부족으로 인한 인류의 종말을 걱정했대요. "우주 개발로 세상을 바꾸겠다" "화성으로 이주하겠다는 어린 시절 꿈을 꼭 이루겠다"고 했어요.

그러면서 '스페이스X'라는 회사를 만들어 우주선을 개발하기 시작했습니다. 머스크가 관심을 가진 건 우주선을 대기권 바깥까지 끌고 올라가는 발사체입니다. 우주선을 쏠 땐 큰 힘이 필요하기 때문에 보통 막대한 연료를 담은 1단, 2단 발사체를 통해 대기권을 벗어나는 방법을 써요. 그런데 이전에는 이렇게 쓴 발사체를 바다나 우주에 버리는 경우가 많았어요. 머스크는 그 발사체를 다시 회수해서 재활용하는 기술을 개발해 비용을 크게 줄였답니다. 일론 머스크는 요즘 "100년 내에 100만명의 지구인을 화성으로 보내겠다"는 꿈을 꾸고 있답니다.

"우주보다 백신·기후에 더 관심"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인 빌 게이츠는 최근 "기후변화 문제에 더 많은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고 했어요. "천문학적인 돈이 드는 우주여행보다 백신 개발이 낫다"는 말도 했지요. 빌 게이츠는 2008년 회사 경영자에서 물러난 뒤에도 과학기술로 세상을 바꾸는 노력을 계속하고 있답니다. 2015년 한 강연에서 "앞으로 뭔가 1000만명이 넘는 사람들을 죽인다면, 그건 전쟁이 아니라 전염성 강한 바이러스일 것"이라고 말했어요. 코로나 사태를 예견한 것 같지 않은가요? 그는 백신 개발뿐 아니라 아프리카 지역 에이즈 예방과 확산을 막는 활동, 오염된 물을 간단한 방식으로 깨끗한 식수로 만드는 사업 등 과학기술을 통한 질병 퇴치에 막대한 투자를 이어가고 있어요.

이 가운데 유명한 건 모기 퇴치입니다. 모기는 여러 사람 피를 빨면서 뎅기열이나 지카, 황열병처럼 낯설고 무서운 병들을 옮겨요. 특히 아프리카나 동남아시아처럼 덥고 가난한 나라에선 이 전염병들로 수많은 사람들이 목숨을 잃는답니다. 빌 게이츠는 유전자 변형 모기를 고안했습니다. '울바키아'라는 박테리아를 모기 몸에 심으면 뎅기를 비롯해 전염병을 옮기는 바이러스들이 모기의 몸에 옮겨붙지 못하게 돼요. 울바키아를 품은 모기들이 늘어나면 전염병이 퍼지지 않는 효과를 노리는 거예요. 그는 최근엔 코로나바이러스 치료제 개발을 위해 투자도 하고 있습니다.

"옳은 일을 하자"

대표적인 실리콘밸리 기업 구글도 빠질 수 없죠. 구글의 신조는 "옳은 일을 하자(Do the Right thing)"입니다. 원래는 "사악해지지 말자(Don't be evil)"였는데 바꿨다고 해요. 구글 창업자인 래리 페이지와 세르게이 브린은 2015년 경영 일선에서 한발 물러나 인류의 미래를 위한 실험적 기술 개발에 나섰어요. 해결되지 않는 세상의 문제를 연구하는 '구글X'를 만들었고, 인류 노화와 질병을 연구하는 데 투자하기도 했습니다. 구글X는 열기구를 띄워 인터넷 접속이 어려운 지구촌 오지에도 빈틈없이 통신망을 까는 '룬(loon)' 프로젝트를 벌이고, 드론을 이용해 직접 사람이 갈 수 없는 곳까지 물류를 배송할 수 있는 '윙(wing)' 사업을 시작했습니다.

최호섭 IT칼럼니스트 기획·구성=최원국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