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식물 이야기] 어디서든 잘 자라는 강인한 생명력… 중금속 흡수해 강·하천 맑게 해주죠
입력 : 2021.02.23 03:30
미나리
- ▲ 수확철을 맞은 미나리의 모습. /조선일보 DB
영화 '미나리'에 나오는 한 대사입니다. 한국인 가정의 미국 이민 정착기를 생생하고 잔잔하게 그려낸 영화의 주제를 잘 담고 있죠. 미국에서 먼저 개봉한 이 영화는 미국 내 시상식에서 상을 휩쓸고 있는데요. 영화가 주목받으면서 영화 제목인 미나리라는 식물도 화제가 되고 있습니다.
미나리는 '물에서 자라는 나리'라는 뜻이 있는 풀입니다. 1527년 국어사전인 훈몽자회에 처음 '미나리'로 표기됐고, 지금까지 그대로 사용하고 있지요. 미나리는 하천이나 계곡 변두리, 논과 같은 곳에 뿌리를 내리고 여러 해 동안 줄기와 잎을 피웁니다. 뿌리만 심어두면 어디에서도 잘 자라요. 미나리는 뿌리가 땅에 고정되기만 하면 봄에는 위로 속이 빈 줄기를 뻗어 올리고 여름에는 바닥을 기는 줄기를 뻗어요. 줄기 끝에 무더기로 난 잎에는 거친 톱니가 발달하고 여름에는 하얗고 아주 작은 꽃이 모여 피어납니다.
미나리는 줄기에서 새로운 뿌리를 내거나, 꽃에서 나온 씨앗을 하천물을 이용해 멀리까지 퍼뜨리는 방법으로 번식합니다. 아주 오염이 심한 하천 주변에서도 살아남아 풍성하게 잎을 피우고 번식할 수 있기 때문에 미나리는 강인한 생명력으로 잘 알려진 식물입니다. 미나리가 생명력이 강한 이유는 바로 '흡수력' 때문입니다. 오염이 심한 하천에는 카드뮴, 크롬, 납과 같은 유해 중금속이 있고, 인이나 질소 같은 영양염류가 있는데요. 보통의 식물은 주변에 중금속이나 영양염류 농도가 짙어지면 중독되거나 수분을 잃고 호흡도 잘하지 못하게 돼 죽고 말아요. 반면 미나리는 식물체 내에 중금속이나 영양염류를 흡수할 수 있는 단백질 구조를 가지고 있어요. 흡수된 중금속과 영양염류는 대부분 미나리 뿌리에 저장돼 미나리 주변 환경은 반대로 깨끗해져요. 그래서 미나리는 오염된 하천을 맑게 해주는 정화식물로도 이용됐답니다. 미나리를 먹으면 사람 몸에서 쉽게 배출되지 않는 중금속도 미나리가 흡수해 건강에 도움을 준다는 주장도 있어요.
봄이나 가을에 무릎 높이만큼 잘 자란 미나리를 캐서 양념에 무치거나 국에 넣어서 먹으면 향긋하고 달콤한 맛과 함께 줄기의 아삭함도 함께 느낄 수 있는데요. 맛있고 건강에도 좋기 때문에 미나리는 동아시아 사람들의 맛있는 음식 재료로 사랑받아 왔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