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동물 이야기] '떠돌이 새'로 불리는 국제 멸종위기종이에요

입력 : 2021.02.18 03:30

검은머리갈매기

지난달 경남 남해 갯벌에서 검은머리갈매기<사진>가 사냥하는 모습이 포착됐습니다. 검은머리갈매기는 국제적 멸종위기 취약종인데요. 우리 정부는 멸종위기 야생생물 II급으로 지정해 보호하고 있어요.
/국립생태원
/국립생태원
검은머리갈매기는 중국, 한국, 일본에서만 살고 있어요. 이 새는 우리나라에 드물게 도래하는 겨울 철새였어요. 1998년에 처음 인천 해안가 매립지와 군산 새만금 매립지에 자리를 잡았어요. 매립지는 바다를 흙으로 메운 땅이에요. 이제 인천 송도 매립지와 새만금 간척지 등에 약 600쌍의 검은머리갈매기가 서식하고 있어요. 검은머리갈매기는 갯벌에서 작은 게와 갯지렁이를 먹고 살아요. 4~6월 집단 번식하는데, 바닥에 둥지를 틀고 한 번에 3~4개 알을 낳아요. 그리고 약 26일 동안 알을 품어요.

검은머리갈매기는 다른 갈매기들과는 많이 달라요. 이 새는 생물을 종별로 분류했을 때 유사한 종이 없어요. 그래서 많은 조류학자가 매우 관심 있게 보고 있어요. 다른 갈매기들은 천적을 피해 먼바다 외딴 바위섬에서 집단으로 번식하는 것과 달리 검은머리갈매기는 갯벌 인근 매립지에 집단으로 둥지를 틀어요. 매립지의 바닥 둥지는 쉽게 둥지를 짓고, 먹잇감이 많은 갯벌과 가까운 장점이 있지만, 둥지를 노리는 포식자들에게 매우 취약해요. 특히 우리나라의 매립지는 육지와 연결돼 있기 때문에 육지에서 넘어오는 포식자들이 둥지의 알이나 새끼를 잡아먹어요. 예를 들면 까치, 까마귀와 너구리, 길고양이까지 검은머리갈매기의 집단 번식지에서 자주 관찰되고 있어요. 이들에게는 검은머리갈매기의 번식지가 풍부한 먹이터인 셈이죠. 그래서 검은머리갈매기 새끼들은 생존을 위해 부화한 지 3일 정도 되면 둥지를 떠나야 해요.

검은머리갈매기는 '떠돌이 새'라는 별명이 있습니다. 집단 번식지를 계속 옮기기 때문인데요. 이들의 국내 번식지를 8년간 연구한 결과, 바쁘게 이사를 다닌 것으로 확인됐어요. 서식지를 빨리 옮기는 이유는 바로 포식자들 때문이에요. 검은머리갈매기가 새로운 번식지를 개척하고 나서 1~2년은 둥지가 공격당하는 비율이 20%였는데, 그다음 해엔 80%에 가까운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포식자가 없다고 해도 검은머리갈매기는 번식지를 옮겨야 해요. 매립지가 시간이 지나 짠 바닷물이 빠지고 뭍으로 변해가면 검은머리갈매기가 더 이상 번식지로 사용할 수 없기 때문이에요.

우리나라는 검은머리갈매기 보호를 위해 일본, 중국 등과 협력하고 있어요. 매년 국제 회의를 열어서 검은머리갈매기 보호를 위한 정책을 제안하고 공유하고 있습니다.



윤종민 국립생태원 멸종위기종복원센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