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재미있는 과학] 기온이 높아지면 숲이 지구를 더 뜨겁게 만들어요

입력 : 2021.02.17 03:30

지구온난화와 광합성

미국 전기자동차 제조 회사 테슬라의 최고경영자 일론 머스크가 "2025년 '지구의 날'(4월 22일)까지 획기적인 탄소 포집 기술을 개발하면 1억달러(약 1100억원)를 주겠다"고 최근 밝혔어요. 화석연료를 태울 때 생기는 이산화탄소를 대기로 배출하기 전에 따로 모아 저장하거나, 공기 중의 이산화탄소를 직접 흡수해 걸러내는 게 탄소 포집 기술이에요. 머스크가 내건 조건은 "10억t의 이산화탄소를 포집해 영구 차단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10억t은 항공모함 1만 대를 가득 채울 수 있는 분량으로, 우리나라의 1년 배출량(7억t)을 웃도는 규모랍니다.

이산화탄소 감축을 위해 전 세계가 노력하고 있어요. 나무를 심는 것도 이산화탄소를 줄이는 좋은 방법이지요. 그런데 어떨 때는 나무와 숲이 이산화탄소를 내뿜는다는 사실을 알고 있나요? 또 늙은 나무는 이산화탄소를 많이 흡수하지 못한다고 해요. 오늘은 지구의 온도를 낮추는 나무의 역할에 대해 알아볼게요.

기온이 광합성 효율 좌우해요

식물은 광합성을 합니다. 식물이 빛 에너지를 이용해 기공으로 흡수한 이산화탄소와 뿌리로 빨아들인 물로부터 탄수화물과 산소를 생산하는 과정이 광합성이에요. 이때 만들어진 영양분은 잎·줄기·뿌리에 공급돼 생장하는 데 씁니다. 대기의 이산화탄소 약 30%가 광합성을 통해 흡수되고 있어요. 식물의 광합성이 대기의 이산화탄소를 줄이는 일등 공신이라고 할 수 있어요.

 /그래픽=유재일
/그래픽=유재일
빛의 세기, 이산화탄소 농도, 온도가 식물의 광합성에 복합적으로 영향을 줘요. 그런데 대기 온도가 올라가면 식물의 수분이 증발하면서 광합성 효율이 떨어지는데요. 수분이 모자라면 식물이 말라버리기 때문에 수분 손실을 막기 위해 잎의 기공을 닫아버려요. 기공은 대기의 이산화탄소를 흡수하는 통로이지요. 이 기공이 닫히면 이산화탄소를 흡수하지 못해 잎 안의 이산화탄소 농도가 낮아지면서 광합성을 돕는 효소가 산소와 결합하게 되죠. 이렇게 되면 식물이 이산화탄소를 흡수한 뒤 산소를 내뿜는 게 아니라 반대로 산소와 결합해 이산화탄소를 방출하게 되는 거죠. 이를 '광호흡'이라고 불러요. 광호흡은 반드시 빛이 있을 때만 일어나요.

식물은 밤낮없이 호흡을 하는데요. 광호흡은 식물이 밤에 하는 호흡과 유사해요. 식물은 밤에 빛이 없기 때문에 호흡에 필요한 산소를 흡수하고 호흡 결과 발생한 이산화탄소를 내뿜어요. 이렇게 이산화탄소를 방출하는 게 광호흡과 비슷한 거죠.

지구온난화 심해지면 숲 기능 잃어요

지구온난화로 대기 기온이 계속 올라가고 있는데요. 최근 미국과 뉴질랜드 공동 연구팀이 지구온난화가 계속돼 지금보다 대기의 기온이 훨씬 높아지면 식물이 광합성을 통해 이산화탄소를 흡수하는 양보다 오히려 호흡 작용으로 내뿜는 이산화탄소의 양이 더 많아진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어요. 처음엔 광합성이 활발히 일어나다가 어느 특정 온도까지 기온이 올라가면 이 전환점을 지나면서부터 광합성 효율이 떨어지기 시작합니다. 식물의 이산화탄소 저장 능력이 감소할 수 있다는 것이죠. 식물마다 이 특정 온도가 다른데요. 콩 같은 온대 작물은 18도, 옥수수·사탕수수 같은 덥고 건조한 지역에서 자라는 작물들은 28도에서 광합성 효율이 가장 높아요. 지금도 한여름 폭염이 지속되면 온대 작물은 이산화탄소를 뿜어내요.

광호흡을 포함한 모든 식물의 호흡 작용은 기온이 높아질수록 활발해져 그만큼 이산화탄소를 더 배출하는 것으로 분석됐는데요. 이산화탄소가 많아지면서 지구온난화가 발생했는데, 이제 지구온난화로 기온이 올라가면서 이산화탄소가 더 많아지는 악순환에 빠질 수 있는 거예요. 지구온난화가 심각해진다면 어느 순간 숲은 이산화탄소를 흡수하는 기능을 잃어버릴지도 몰라요.

젊은 나무가 이산화탄소 많이 흡수해요

세계 각국은 지구온난화 등 기후 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탄소 중립을 선언하고 있습니다. 탄소 중립은 온실가스 배출량(+)과 흡수량(-)을 같도록 해 '0(제로)'로 만드는 것입니다. 우리나라 산림청도 2050년까지 30억 그루의 나무를 심어 총 3400t의 탄소를 줄인다는 계획을 발표했어요. 특히 숲의 이산화탄소 흡수 능력을 높이기 위해 젊은 나무들을 심어 수목의 평균 나이를 개선할 예정인데요. 어린나무가 광합성이 왕성해 더 많은 이산화탄소를 흡수하기 때문이에요. 사람도 나이가 들면 활동량이 줄어드는 것처럼 나무도 시간이 지나 늙게 되면 광합성 활동이 이전보다 줄어들어요. 이산화탄소 흡수량도 그만큼 줄어들게 되는 거죠.


김형자 과학 칼럼니스트 기획·구성=최원국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