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식물 이야기] 마을을 지키는 거대한 나무… 달콤한 열매는 그대로 먹어도 괜찮아요
입력 : 2021.02.16 03:30
팽나무
지난달 경상남도 고성군에 있는 팽나무 <사진>가 보호수로 지정됐습니다. 보호수는 거대한 나무, 희귀한 나무 등 보존이나 증식을 위해 보호할 가치가 있는 나무를 뜻해요. 이번에 지정된 고성군의 팽나무는 수령(나무의 나이)이 550년으로 추정되는데요. 높이가 22m에 달하고, 둘레는 7m, 가지는 옆으로 넓게 뻗어 전체 폭이 30m나 되는 거대한 나무입니다. 이 나무는 수백 년에 걸쳐 한자리에 뿌리를 내리고 자라며 '어미나무'로서, 숲을 만드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기 때문에 사람들은 주변에 울타리를 치고 안내판을 설치해 보호하고 있어요. 전국 곳곳에 이렇게 수백 살 먹은 팽나무가 있습니다.
- ▲ /경상남도 고성군청
팽나무의 이름은 열매에서 유래했습니다. 초여름 팽나무에는 끝이 뾰족한 달걀 모양의 잎 사이에 드문드문 초록빛 열매가 열립니다. 옛사람들은 마을의 큰 나무였던 팽나무 그늘에서 쉬면서 팽나무 열매로 장난감을 만들었다고 해요. 대나무로 만든 통에 팽나무 열매를 넣어서 딱총을 쏘면 '팽' 하는 소리가 나며 날아갔기 때문에 이 열매를 맺는 나무를 팽나무라고 불렀대요.
팽나무 열매는 10월에 붉은빛이 도는 황색으로 익어 달콤한 간식거리가 됩니다. 과육이 많지는 않지만, 날것 그대로 먹어도 안전하고 단맛이 강해요. 팽나무의 정식 학명은 셀티스(Celtis)인데요. 셀티스는 고대 그리스어로 '열매가 맛있는 나무'란 뜻이에요. 팽나무 열매는 사람뿐 아니라 주변의 새나 곤충도 무척 좋아하는 먹이가 됐습니다.
팽나무 껍질은 보통 회색에 가까운데, 나이가 많아질수록 이끼가 많이 끼어요. 늦가을부터 이른 봄 사이 바싹 마른 팽나무 고목이나 죽고 남은 그루터기의 이끼 사이에서는 '팽이버섯'이 자랍니다. 쫄깃하고 아삭한 식감 때문에 우리 식단에서 빠지지 않고 만날 수 있는 음식 재료인 팽이버섯은 팽나무에서 자란다고 해서 이름이 팽이버섯으로 지어졌다는 설명이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