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법학 에세이] 재판에 참여한 국민이 유무죄를 판단… '배심제'라고도 해요
입력 : 2021.02.10 03:30
국민참여재판
6개월간 옆집 소음에 시달리다 이웃에게 고무망치를 휘두른 혐의로 재판을 받게 된 20대 남성이 지난 7일 국민참여재판에서 형 집행을 유예하는 선고를 받았습니다. 국민참여재판 배심원 9명 중 7명은 살인 미수 혐의는 유죄지만, 일정 기간 형 집행을 미루고 그동안 다른 잘못을 저지르지 않으면 형을 집행하지 않는 게 좋겠다고 판단했어요. 국민참여재판에서는 배심원들이 낸 의견을 바탕으로 재판부가 최종적으로 유무죄 결론을 내립니다.
이처럼 일반 국민을 사법 절차에 참여시켜 직접 결정을 내리도록 하는 제도를 '배심제'라 부르는데, 우리나라는 2008년 1월부터 '국민참여재판'이란 이름으로 배심제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재판에 참여하는 국민을 배심원이라 부르죠.
이처럼 일반 국민을 사법 절차에 참여시켜 직접 결정을 내리도록 하는 제도를 '배심제'라 부르는데, 우리나라는 2008년 1월부터 '국민참여재판'이란 이름으로 배심제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재판에 참여하는 국민을 배심원이라 부르죠.
- ▲ 2008년 2월 대구에서 열린 국내 첫 국민참여재판의 모습입니다. /조선일보 DB
국민참여재판에서 배심원들은 검사와 변호사의 주장을 주의 깊게 듣고 충분히 이해한 다음에 자신이 생각하는 유죄와 무죄에 대한 판단을 내려요. 그리고 양형에 대한 판단도 해요. 판사는 배심원들의 판단을 참고해 최종적으로 판결을 내립니다. 판사가 배심원들 판단을 반드시 따라야 하는 건 아니에요.
배심제는 여러 나라에서 시행하고 있지만 특히 미국에서 많이 활용해요. 19세기 프랑스 정치학자인 토크빌은 당시 신생 국가였던 미국을 방문하고 저술한 '미국의 민주주의'라는 책에서 배심제가 "민주정치의 가장 활력 있는 방법이자 누구에게나 개방되어 있는 무료 공립학교"라고 높게 평가했어요. 배심제를 통해 올바른 판결을 내린다는 점도 중요하지만 이렇게 국민이 직접 참여하는 경험을 통해 사법 제도에 대한 신뢰감을 높이고 더 나아가 나 자신이 민주국가의 주인이라는 사실을 깨닫는 중요한 교육적 효과가 있다는 거죠.
그러나 단점도 있습니다. 일단 재판에 들어가는 시간과 비용이 늘어나게 됩니다. 그리고 일반인들이 증거와 법적 논리보다는 감정에 치우쳐서 잘못된 판단을 내릴 수 있다는 우려도 있어요. 인상이 험상궂은 피고인을 보면 선입견 때문에 더 쉽게 유죄라고 판단하거나, 반대로 불쌍하고 연약하게 느끼는 피고인은 동정하는 평결을 내리는 경우가 생기는 거예요. 1994년 미국의 유명 미식축구 선수였던 O. J. 심슨이 아내를 살해한 혐의로 재판을 받은 사건이 있었는데요. 심슨이 범인임을 입증하는 증거가 적지 않았는데 배심원단은 무죄로 판단했어요. 변호인단이 "백인 경찰이 흑인인 심슨에게 수사 과정에서 인종차별을 했다"는 등 감정에 호소한 게 효과를 본 거죠. 미국은 우리나라와 다르게 배심원이 유무죄 판단을 내리면 재판부가 반드시 따라야 해요. 일부 사람들은 이 재판이 잘못됐다고 주장하는 등 논란을 일으켰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