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디자인·건축 이야기] 첨단 기술 이용한 실험적 건축가… 여의도 파크원 설계했어요

입력 : 2021.02.09 03:30

리처드 로저스

지난달 프랑스 문화부는 2023년 말부터 2027년 초까지 약 3년간 퐁피두센터 문을 닫기로 결정했어요. 개관 50주년에 맞춰 전면적 보수 공사를 하기 위해서였죠. 퐁피두센터는 국립현대미술관, 공공도서관, 음향연구소, 영화관 등이 입주한 파리의 대표적 복합 문화 공간이에요. 매년 300만명이 찾는 명소입니다. 퐁피두센터는 또 혁신적 건축물로도 유명한데요. 이 건물을 설계한 주인공은 바로 리처드 로저스(88)입니다.

리처드 로저스가 설계한 프랑스 퐁피두센터(왼쪽)와 서울 여의도 파크원 건물입니다. /위키피디아
리처드 로저스가 설계한 프랑스 퐁피두센터(왼쪽)와 서울 여의도 파크원 건물입니다. /위키피디아
리처드 로저스는 하이테크 운동을 이끌었던 영국의 건축 거장입니다. 하이테크 운동이란 최신 공학 기술 등을 바탕으로 건축의 기능, 재료, 구성, 시공법을 실험하는 건축인데요. 렌초 피아노와 합작한 퐁피두센터에는 하이테크 건축 철학이 그대로 반영됐어요. 리처드는 불필요한 장식을 없애고, 건축물의 내부 시설과 공사 과정이 자연스럽게 건물에 드러나도록 했어요. 전기와 난방은 노란색, 배수관은 녹색, 통풍구는 푸른색, 엘리베이터와 에스컬레이터는 빨간색 등 건물 기능과 관련된 파이프에 색을 칠한 다음에 건물 밖으로 완전히 드러냈어요. 수많은 철골도 그대로 놔뒀어요. 내부 창은 유리로 처리해 건물 밖과 안을 시각적으로 하나로 만들었습니다.

퐁피두센터 이후 그의 입지를 다진 건물은 바로 1986년 완공된 로이드 빌딩입니다. 설계의 핵심은 앞으로 50년간 쓸 수 있는 건물을 만드는 것이었어요. 로저스는 실내 면적을 최대한 확보하기 위해 각종 관, 계단, 엘리베이터 등을 서비스 타워 6개로 분리해 외부에 배치했습니다. 내부 공간은 완전히 비워 필요에 따라 자유자재로 공간을 바꾸도록 만들었어요. 건물 중앙 상부에는 천장까지 연결된 거대한 공간이 있는데 반원통형 유리 지붕으로 햇빛이 들어오며 자연 채광이 극대화됩니다.

리처드는 유럽인권재판소, 런던 그리니치 밀레니엄 돔, 런던 히스로 제5터미널 등을 설계했습니다. 그는 특히 런던의 도시 계획에 깊게 참여하면서 지금의 런던을 만드는 데 일조했다는 평을 받는데요. 1991년에는 영국 왕실에서 기사 작위를 받아 리처드 로저스 경이 됐고, 1998년 종신 작위를 받았습니다. 그의 공식 호칭은 리버사이드의 로저스 남작이에요. 2007년에는 건축계의 노벨상인 프리츠커 건축상의 주인공이 되었고, 영국왕립건축가협회와 미국건축가협회가 선정하는 최고 권위의 골드 메달을 모두 받았죠.

로저스의 건축물은 한국에서도 볼 수 있어요. 바로 작년 7월 완공한 여의도의 새로운 명소 '파크원'입니다. 업무 공간, 상업 시설, 호텔 등으로 이뤄진 파크원은 건물 코너마다 강렬한 빨간 선이 있어 눈길을 끄는데요. 건물 무게를 지탱하는 모서리의 철 기둥에 단청에서 영감받은 붉은색을 칠해 외부에 노출했어요. 이 건물은 로저스가 맡은 단일 프로젝트 중 최대 규모라고 해요.


전종현 디자인 건축 저널리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