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클래식 따라잡기] "음악이 세상을 바꾼다"… '위로와 희망' 연주한 첼리스트

입력 : 2021.02.08 03:30

첼리스트 요요 마

코로나 바이러스 확산은 우리 일상을 바꿔놨습니다. 힘든 상황에 놓인 많은 사람들을 위해 음악가들은 음악을 만들고 연주해 그 고통을 어루만져주고 위로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세계적인 첼리스트 요요 마도 그중 한 명입니다. 그는 코로나가 본격적으로 확산하기 시작한 지난해 3월 바흐의 무반주 첼로 모음곡을 연주하는 모습을 공개하면서 방역과 치료 일선에 나선 의료진을 격려했어요. 요요 마는 "음악을 하며 행복하지 않다면 당신은 왜 음악을 합니까"라고 말했습니다. 음악으로 사람과 세상을 바꿀 수 있다는 신념을 가진 요요 마는 어떤 사람일까요.

천재 첼리스트로 각광

요요 마는 작곡가 아버지와 성악가 어머니 밑에서 태어나 열 살도 되기 전부터 천재 첼리스트로 각광받았습니다. 지금까지 100장이 넘는 앨범을 발표했고 미국 음반업계 최고로 권위 있는 상인 그래미상을 19번이나 받았어요. 23세에는 동양인 최초로 미국 클래식 최고 영예인 에이버리 피셔상도 받았습니다.
1987년 10월 요요 마가 백악관에서 미국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 내외와 일본 아키히토 천황 내외를 위해 연주하는 모습입니다. /위키피디아
1987년 10월 요요 마가 백악관에서 미국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 내외와 일본 아키히토 천황 내외를 위해 연주하는 모습입니다. /위키피디아
요요 마는 상을 받고 나서 슬럼프를 겪었어요. 프랑스 파리에서 태어난 중국계 미국인이었던 그는 자신이 프랑스인인지, 중국인인지, 미국인인지 정체성의 혼란을 느꼈어요. 또 본인이 직접 원해서 첼리스트가 된 게 아니라 부모님의 뜻에 따라 첼리스트가 된 건 아닌지 의구심이 들었다고 해요. 진정한 자신을 표현할 수 있는 첼로 소리를 내기 위해 그가 선택한 건 인문학이었습니다. 요요 마는 하버드대에서 인류학을 전공하며 음악가로서의 사명을 깨닫게 됩니다.

아시아 민속음악 소개

1998년 시작된 '실크로드 앙상블'은 요요 마의 창의적인 실험 중 하나입니다. 고대로부터 2000년 이상 동서양의 교역로였던 실크로드와 직간접적인 연관을 맺고 있는 아시아 여러 나라 민속음악을 소개하는 프로젝트였죠. 전 세계의 문화와 그들이 지닌 아이디어를 연결하는 데 초점을 맞춘 공연과 교육 프로그램으로 발전했습니다.

실크로드 앙상블에는 우리에게는 조금 생소할 수 있는 중국, 일본, 중앙아시아, 중동 지역 전통 악기들이 자주 등장합니다. 우리나라 장구와 가야금도 앙상블의 중요한 멤버죠. 실크로드 앙상블을 이끄는 요요 마는 각자의 '다름'을 인정하는 동시에 함께하는 연주로 동질감과 공감을 불러일으키는 무대를 만들어 냈어요.

요요 마는 장르를 불문하고 어떤 음악과의 만남도 거부하지 않았습니다. 1992년 재즈 보컬리스트인 보비 맥퍼린과 발표한 앨범 '허쉬'는 재치 있는 편곡과 자유롭고 즉흥적인 연주 스타일로 듣는 이들에게 많은 즐거움을 선사했습니다. 작년 12월 29일 세상을 떠난 재즈 피아니스트 클로드 볼링과 연주한 '첼로와 재즈 트리오를 위한 모음곡'(1984) 역시 클래식과 재즈를 절묘하게 결합시킨 작업으로 호평을 받았어요.

이외에도 재즈 바이올리니스트 스테판 그라펠리와 함께한 '애니싱 고즈(Anything goes)'(1989), 컨트리음악을 클래식과 접목한 '애팔래치아 왈츠'(1996), 탱고 작곡가 아스토르 피아졸라의 붐을 일으켰던 '탱고의 영혼'(1997) 등은 발표될 때마다 전 세계의 주목을 받았습니다. 영화 '와호장룡'에서도 요요 마의 탁월한 해석이 빛을 발하는 연주를 감상할 수 있어요.

평범한 일상의 소중함 알려

지난해 8월 요요 마는 '위로와 희망의 음악'이라는 앨범을 냈습니다. 코로나로 위기를 맞은 전 세계인들에게 용기를 주기 위한 작품들로 꾸며졌죠. 피아니스트 캐스린 스토트와 의기투합한 요요 마는 친근한 노래와 민요, 성가곡 등을 창의적으로 편곡했습니다. 재치 있게 해석한 연주가 돋보이죠. 찬송가 '어메이징 그레이스', 미국 민요 '셰넌도어', 우리에겐 '아 목동아'로 알려진 아일랜드 민요 '런던데리의 노래', 사이먼 앤드 가펑클의 노래로 유명한 '스카버러의 시장' 등을 통해 요요 마는 웃고 울며 살아가는 평범한 일상의 소중함을 일깨워주고 있습니다. 모두가 따라 부를 수 있는 이 노래들은 외롭고 고립된 사람들에게 '함께'라는 메시지를 전달해줬습니다.



김주영 피아니스트 기획·구성=최원국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