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재밌다, 이 책!] TV는 '대제단', 변기는 '성스러운 항아리'… 2000년 후 상상해 본 가상 유적 발굴
미스터리 신전의 미스터리
데이비드 맥컬레이 지음
김서정 옮김ㅣ크래들ㅣ1만8000원
이집트 투탕카멘 왕의 무덤을 알고 있나요? 1922년 고고학자 하워드 카터가 기원전 1300년대에 살았던 이집트의 파라오 투탕카멘의 무덤을 발굴했어요. 무덤에서는 신비하고 화려한 유물이 1300점이나 발견됐습니다. 거의 훼손되지 않은 이집트 왕 무덤 발굴은 처음이었기 때문에 사람들은 흥분했답니다. 고고학자들은 이 유물을 해석해 과거의 삶을 추론했습니다. 그런데 우리가 유물을 보고 파악한 과거의 삶은 사실일까요?
저자는 투탕카멘 무덤 발굴에서 힌트를 얻어 이 책을 썼어요. 가상의 대재앙이 세계를 덮치고 모든 생명체가 급작스럽게 사라지고 나서 수천년이 지나 4022년에 유적이 발굴되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요? 주인공인 아마추어 수집가 하워드 카슨은 우연히 문을 하나 발견하고, 그곳이 고대 무덤이라고 확신해요. 이름은 '투탠커몬'. 사실은 고속도로 변에 있는 숙소였지만 하워드 카슨은 그것을 알지 못했어요.
아주 진지하게 묘사했지만 맞는 것이라곤 하나도 없어요. 서랍장 위의 TV는 '대제단'이라고 생각했어요. 방 안의 모든 것이 TV를 향하고 있었거든요. 얼음을 담은 통은 죽은 사람의 장기를 넣어두는 단지라고 생각했고, 양변기를 '성스러운 항아리', 그 위의 물탱크는 '뮤직 박스'라고 보고서에 적어넣었죠. 그는 양변기 시트를 목에 걸고, 칫솔을 귀에 달고, 사슬 달린 욕조 마개를 목걸이처럼 늘어뜨린 것이 엄숙한 장례식 복장이라고 생각했어요.
사실을 알고 보면 웃긴 이야기지만 4022년의 후손은 하워드의 해석이 진짜라고 믿어요. 우아하게 양변기 모양의 커피잔 세트로 차를 마셔도 알려줄 방법이 없네요. 주변의 물건들을 돌아보세요. 2000년 뒤에 그 물건을 뭐라고 할지 즐겁게 상상해보세요. 혹시 투탕카멘 왕도 하늘에서 고고학자들이 해석한 유물 목록을 보면서 깔깔 웃고 있는 것은 아닐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