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식물 이야기] 눈 속에서 봄을 알리는 꽃… 스스로 열을 내 주변 눈 녹여
복수초
- ▲ /이종현 객원기자
복수초는 우리나라 전역 숲속에서 자랍니다. 특히 햇빛이 잘 드는 지역의 그늘진 곳이나 약간 습기가 있는 곳에서 잘 자라요. 복수초의 키는 바닥부터 꽃 끝까지 10~15㎝ 정도로 아주 작아요. 꽃이 아기 손바닥만 하고 노란 꽃잎에 진한 주황색 수술이 가득 모여 있고, 커다란 꽃을 풍성한 꽃받침 조각이 떠받들고 있어 흰 눈 사이에서 단연 눈에 띕니다.
새해가 될 때마다 꽃을 피운 복수초 주변에 카메라를 든 사람들이 모여듭니다. 그것은 복수초가 눈 사이에서 구멍을 낸 것처럼 꽃대를 올리고 꽃을 피워낸 모습 때문인데요. 흰색 눈과 노란색 꽃이 대비를 이루며 화려한 늦겨울 풍경을 만들어 냅니다. 이 모습이 눈 속의 연꽃 같다고 복수초를 설연화(雪蓮花)라고 부르기도 하고, 우리말로 '얼음새꽃'이라고 부르기도 한답니다.
복수초는 어떻게 이처럼 눈이 쌓인 자리에서도 꽃을 피울 수 있을까요? 바로 복수초가 스스로 열을 발생시켜 주변 눈을 녹이는 '난로 식물'이기 때문입니다. 복수초는 포유류 같은 동물처럼 '열'을 주변으로 발생시킵니다. 식물 세포 속에서 일어나는 호흡으로 만들어지는 이 열 발생 현상으로 복수초 뿌리 주변은 영상 10~15도 정도로 주변보다 따뜻한 온도를 유지할 수 있는데요. 과학자들도 이 현상을 명확히 규명하지는 못했습니다. 학계에서는 눈에 보이지 않는 화학물질을 더 멀리까지 퍼뜨리기 위해서라거나, 얼어붙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스스로 택한 보호법이라는 등의 설명을 내놓고 있답니다.
재미난 점은, 난로 식물인 복수초도 혹한기 밤과 새벽을 보내기 위해 또 다른 전략을 쓴다는 거예요. 복수초는 매일 꽃잎을 피우고 오므립니다. 해가 뜨면 복수초 꽃잎이 살짝 펼쳐지기 시작하고, 꽃 머리가 태양을 따라 돌면서 햇빛을 최대한 받습니다. 오목한 꽃 안으로 햇빛을 모으다가 오후 3시가 지나면 꽃잎을 꽁꽁 닫아 온기를 잃지 않도록 해요. 이렇게 이른 봄, 나무가 신록을 피우기 전 생명 활동을 시작한 복수초는 부지런히 꽃잎을 펼치고 오므리다 여름이 되면 오히려 말라 죽어버립니다.
복수초는 뿌리나 줄기에 독성 물질을 가지고 있어, 몸의 수분 배출을 촉진하는 약으로 만들어 쓰기도 하지만, 많이 먹으면 중독 증상을 일으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