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스포츠로 세상 읽기] 홈런 1위 아니지만 '진정한 홈런왕'… 1982년 방한해 한국 프로야구 출범 축하했어요
입력 : 2021.02.01 03:30
행크 에런
- ▲ 미국 프로야구 명예의 전당에 있는 행크 에런 상패. /위키피디아
에런은 홈런뿐 아니라 통산 안타에서도 3771개로 역대 3위에 올라 있어요. 발이 빨라서 도루도 200개 넘게 성공했죠. 빠른 발을 활용한 수비도 좋아 외야수로 3번이나 골드글러브상을 받았어요. 골드글러브는 포지션별로 가장 수비가 뛰어난 선수에게 주는 상이에요. 통산 타점은 2297점으로 45년째 1위에서 내려오지 않고 있습니다.
1934년생인 에런은 원래 어렸을 때 비행기 조종사가 되고 싶었다고 해요. 그런데 당시 흑인 조종사는 한 명도 없었죠. 아버지는 에런에게 "얘야, 조종사는 백인들이 하는 거란다"라고 말했다고 하네요. 에런은 다음으로 메이저리그 프로야구 선수를 꿈꿨는데 이 역시 메이저리그가 흑인들을 받지 않아 좌절할 뻔했지만, 1947년 재키 로빈슨이 흑인으로선 처음으로 메이저리그에 발을 디디면서 에런의 꿈이 이뤄지게 됐습니다.
에런은 스무 살이던 1954년 메이저리그 선수 생활을 시작합니다. 이후 23년간 메이저리그에서 뛰면서 21번이나 올스타에 꼽혀 가장 많이 올스타전에 출전한 선수로 남아있습니다. 철저한 몸 관리도 한몫했지만 그는 단지 '크고 힘 좋은 흑인' 야구 선수가 아니었습니다. 동료들은 그가 상대를 파악하기 위해 무서울 정도의 집중력으로 상대 팀 투수를 관찰하고 연구했다고 말합니다.
에런 이전에 최다 홈런 기록은 백인인 베이브 루스의 714개였습니다. 에런이 '신성불가침'이라던 이 기록을 깬 해는 1974년. 그의 나이는 마흔 살이었습니다. 흑인 에런이 백인 기록을 깨려 하자 백인들은 수시로 경기장에서 야유를 날렸고 에런은 "네가 그 기록을 깬다면 난 널 쏴버리겠다"는 살해 협박 편지도 수천 통 받았다고 합니다. 1974년 4월 8일 드디어 에런은 홈구장인 애틀랜타에서 개인 통산 715호 홈런을 쏘아 올리며 베이브 루스의 기록을 갈아치웠습니다. 당시 그의 딸은 혹시 있을 납치에 대비해 경호를 받고 있었고, 경기장을 찾은 어머니는 아들을 껴안으며 감격에 눈시울을 붉혔습니다.
에런은 1982년 한국 프로야구가 생기자 이를 축하하기 위해 한국에 와 친선 경기를 벌인 적도 있습니다. 초청비로 받았던 돈을 주한 미군을 위해 써달라고 맡기기도 했다네요. 6·25전쟁이 벌어졌을 때 미국 야구 선수들도 많이 참전했는데 자기는 운 좋게 빠져 그 미안함을 나중에라도 갚는 차원이었다고 했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