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식물이야기] 식물 이용해 만든 최초 약… 100년 지나서도 효능 계속 발견돼
버드나무와 아스피린
식물이 신약 개발에 중요한 역할을 한 것은 벌써 100년도 넘은 역사가 있어요. 식물을 이용해 인류가 최초로 합성한 약은 '아스피린'입니다. 해열·진통제로 유명한 이 약은 1897년 독일 바이엘 연구소의 펠릭스 호프만 박사가 개발했어요. 아스피린의 재료는 '버드나무'<사진>입니다. 버드나무는 들이나 냇가에서 쉽게 볼 수 있는 나무인데요. 15~20m까지도 자라는 웅장한 나무죠. 손가락만 한 크기의 길쭉한 잎이 가는 줄기를 따라 물가를 향해 고개를 축 숙여 아름다운 풍경을 만들어내요.
- ▲ /위키피디아
버드나뭇과에 속하는 나무는 전 세계적으로 300종 이상이 있을 정도로 아주 흔해요. 우리나라에는 수양버들, 호랑버들, 갯버들과 같은 버드나무류가 자라고 있습니다. 버드나무는 물을 아주 좋아해요. 버드나무는 물과 접한 환경에서 아주 빠르게 생장하는데요. 잔뿌리를 많이 뻗어 흙을 붙잡고 미생물이 잘 살 수있는 환경을 만들어 냇가 생태계를 안정적으로 유지하는 데 도움을 줍니다. 버드나무는 이르면 3월부터 털이 달린 꽃을 피웁니다. '버들개지' 또는 '버들강아지'라고도 불리는 이 꽃은 말 그대로 강아지 꼬리처럼 털이 복슬복슬하고 둥글게 굽어졌습니다. 버드나무의 나무껍질은 검은 갈색을 띠고, 가지는 황록색을 띱니다. 꽃이 피는 봄이 되면, 잎이 나오기 전 꽃이 먼저 피는데, 진한 나무껍질과 대비돼 하얀 눈송이가 내린 것 같은 모습을 만들어 낸답니다.
버드나무는 아스피린이 개발되기 전에도 천연 약으로 사용됐습니다. 사람들은 냇가에 흔히 퍼져 있는 버드나무를 약으로 이용했는데요. 우선 버드나무 껍질을 칼로 벗기고, 이후 필터 역할을 할 수 있는 면포나 종이에 물과 함께 넣어 찌고 여러 번 걸러 내 즙을 얻어냈지요. 이 즙에 들어 있던 '살리실산' 성분은 감기부터 관절염까지 두루 효과가 있었거든요.
하지만 버드나무 껍질의 살리실산은 맛이 좋지 않고 때로는 배가 아픈 부작용이 있었습니다. 이에 따라 호프만 박사는 식초의 주성분인 아세트산과 살리실산 두 성분을 합성했고, 결국 부작용이 덜한 '아세틸살리실산' 성분을 가진 약을 만드는 데 성공했어요. 아스피린이라는 이름은 아세트산의 '아'와 버드나무의 학명인 '스피아리아'에서 따왔다고 해요.
재미난 점은 아스피린의 효능이 여전히 새롭게 발견되고 있다는 거예요. 개발된 지 111년 만인 2008년 아스피린은 협심증이나 심근경색과 같은 심혈관 질환을 예방하고 뇌졸중의 재발을 방지하는 약으로도 승인받았습니다. 2013년에는 치매와 암 예방에도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연구 결과도 나왔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