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IT 따라잡기] 100년 전 '로봇' 단어 등장… 이젠 공중제비할 만큼 발전

입력 : 2021.01.26 03:30

로봇

지난 11일 세계 최대 IT 전시회 'CES 2021'에서 LG전자가 선보인 '클로이 살균봇'이 눈길을 끌었습니다. 이 로봇은 스스로 공간을 찾아다니며 살균이나 방역 작업을 할 수 있습니다. 이 로봇을 이용하면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이 우려되는 곳에 사람이 들어가지 않고도 안전하게 방역할 수 있어요.

로봇은 사람이 정한 규칙에 따라서 움직이는 기계입니다. 로봇이란 단어는 지금으로부터 100년 전인 1921년 1월 25일 체코 프라하의 한 극장에서 처음 무대에 오른 카렐 차페크의 희곡 '로섬의 만능 로봇'에서 유래했어요. 카렐은 '강제 노역'이란 뜻의 슬라브어 '로보타'를 변형해 로봇이란 단어를 만들어냈습니다. 희곡 속 로봇은 인간의 특징을 가지고 있지만, 영혼이 없는 존재들로 인간을 위해 노동하다가 인류와 맞서 싸워요.

 /그래픽=김영석
/그래픽=김영석
로봇이란 단어가 등장한 지 100년이 지난 지금 우리는 사회 곳곳에서 로봇을 볼 수 있어요. 1961년 미국 자동차 회사 GM(제너럴모터스)은 자동차 조립 공장에 처음으로 로봇팔을 배치했어요. 이후 물류 공장, 건축 현장 등에서 사람을 대신해 위험한 작업이나 단순 반복 작업을 수행하는 공업용 로봇이 필수적인 존재가 됐습니다.

공간 이해하는 로봇 청소기

산업용 로봇 외에도 우리 주변 일상에서도 로봇이 많습니다. 대표적인 게 로봇 청소기예요. 버튼 하나만 누르면 집 안 곳곳을 스스로 돌아다니며 먼지를 쓸어 담는 가전이죠. 흔하게 볼 수 있기 때문에 로봇이 아니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로봇 청소기는 가장 빨리 발전하는 로봇 중 하나입니다. 단순하게 보면 청소기에 움직이는 바퀴를 달아놓은 것이지만 그보다는 좀 더 많은 기술이 들어가 있습니다. 어디를 어떻게 움직일지를 스스로 판단하기 때문입니다.

초기 로봇 청소기에는 충격 감지 센서 기술이 적용됐습니다. 앞에 작은 범퍼를 달아 사물에 부딪치면 더 앞으로 갈 수 없다고 판단하고 방향을 바꾸는 방식이었죠. 일단 부딪쳐야 방향을 바꾸기 때문에 자칫 화분을 밀어서 넘어뜨릴 수도 있고, 계단에서 굴러 떨어지기도 했어요. 이후 초음파 센서를 달아 사물에 닿기 전에 방향을 바꿀 수 있게 됐어요. 그리고 로봇 청소기는 집 안 구조를 읽은 다음 자신이 지나간 곳을 기억해요. 그래서 청소된 곳과 안 된 곳을 구분할 수 있죠. 청소가 끝나면 사람에게 청소 결과를 보여줘 청소된 곳을 한눈에 파악할 수 있어요.

이번에 CES 2021에서 삼성전자가 발표한 '제트봇 AI'에는 인공지능 기술이 더해졌습니다. 카메라와 레이더 센서를 달아 사람의 눈처럼 주변 공간을 읽어내죠. 사물을 읽어내는 '컴퓨터 비전' 인공지능 기술을 이용해 사물과 부딪치지 않도록 조심스럽게 움직입니다. 센서로 잘 잡히지 않는 가느다란 전선도 볼 수 있어요. 공간을 이해하고 스스로 판단해 움직이는 로봇이죠.

두 발로 자연스럽게 걸어

인간 신체와 유사한 모습을 갖춘 로봇을 휴머노이드라고 부르는데요. 대표적인 휴머노이드는 로봇 개발 전문 기업 보스턴 다이내믹스의 '아틀라스'예요. 이 로봇은 사람만 한 키에 무게가 150㎏에 달하지만, 사람처럼 두 발로 자연스럽게 걸어 다닐 수 있어요. 보통 로봇은 중심을 잡기 어렵기 때문에 걷는 것보다는 바퀴를 사용해 이동해요. 두 발로 걷는 로봇도 편평한 곳이나 미리 학습된 곳만 이동할 수 있는 수준이 많았어요. 하지만 아틀라스는 산을 오르고 장애물을 뛰어넘을 수 있어요. 심지어 밀어도 넘어지지 않고 사람처럼 비틀거리면서 중심을 잡고 일어설 수 있어요. 공중제비도 한다고 합니다. 아틀라스에 달린 수많은 센서는 주변 환경과 수평을 읽어들이고, 컴퓨터가 중심을 잡습니다. 최근에는 아틀라스가 노래에 맞춰 근사한 춤을 선보여 사람들을 놀라게 했어요.

컴퓨터 속 로봇으로 업무 자동화

로봇이라고 하면 인간을 닮거나 거대한 기계가 떠오르지만 컴퓨터 속 로봇으로 불리는 RPA(Robotic Process Automation)는 좀 다릅니다. 업무 자동화를 위한 로봇이라 볼 수 있어요. RPA는 업무 과정에서 많은 일들이 반복적으로 이뤄진다는 것에 초점을 맞춘 기술입니다. 예를 들면 잉크젯 프린터 카트리지가 떨어지면 새로 갈아 끼워야 합니다. 매장에 가서 사거나 온라인으로 주문해야 하죠. 회사 곳곳에 있는 프린터에서 이런 일이 무수히 반복되는데 RPA는 이런 현상들을 지켜보면서 어깨너머로 일을 배우고 어느 순간 때가 되면 스스로 카트리지를 주문해줍니다.

사람들이 하는 일이 대부분 디지털로 전환되면서 모든 행동이 기록되는데 인공지능 기술은 이런 반복되는 상황을 읽어 판단을 내리고 적절하게 대응하죠. 시장조사 기관 가트너는 2022년이면 85%의 대기업이 업무에 로봇을 적용할 것이라고 내다봤고, 미국 컴퓨터 회사 IBM은 현재 기업 업무의 63%를 RPA로 대신할 수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단순 업무는 로봇에 맡겨 업무 부담을 줄이고 사람들은 창의적인 일에 집중할 수 있어요.

의료용 로봇도 눈에 띄는 분야입니다. 정교한 로봇을 이용해 환자를 수술하는 거예요. 로봇 수술은 원격의료에도 쓰일 수 있습니다. 통신 기술 발달로 네트워크 연결 속도가 빨라지면서 의사가 환자 곁에 있지 않아도 멀리서 로봇을 조종해 진료하는 개념입니다. 기술이 더 발달한다면 머지않아 의사들이 공간 제약 없이 로봇으로 진료하는 날이 올 거예요.

군대에서도 로봇이 곧잘 쓰입니다. 로봇은 피로를 느끼지 않으면서도 빠르고 정확하게 움직일 뿐 아니라 이성과 감정이 없기 때문에 살상 목적으로 사용되곤 하죠. 자동으로 움직이는 소형 드론은 전쟁에 많이 쓰입니다. 지난해 10월 미군은 드론으로 시리아 북부 지역을 폭격해 테러 조직 알카에다 간부 7명을 제거하기도 했습니다.



최호섭 IT 칼럼니스트 기획·구성=최원국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