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동물이야기] 날개에 화려한 은백색 띠… 멸종위기였다가 금강에서 대규모 서식지 발견

입력 : 2021.01.21 03:30

은줄팔랑나비

인간들 사는 곳이 넓어지고 논밭이 많아지면서 야생 생물들은 위협을 느끼고 있습니다. 영국 리즈대와 옥스퍼드대가 함께 연구해보니 인구가 늘면서 야생동물 1만7409종이 사는 곳을 잃을 것이라는 예측도 나왔어요.
은줄팔랑나비. /국립생물자원관
은줄팔랑나비. /국립생물자원관
그중에서도 은줄팔랑나비는 심각합니다. 나비목 팔랑나빗과에 속한 이 종은 양쪽 날개를 펼쳤을 때 3.1~3.5㎝로 나비 중에서도 작은 편입니다. 은줄팔랑나비는 생태계 먹이망 내 1차 소비자입니다. 주로 식물을 먹으면서 그 자신은 조류나 육식성 곤충들에게 잡아먹힙니다. 생태계가 유지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고 볼 수 있죠. 은줄팔랑나비 애벌레는 물억새, 기름새, 강아지풀, 띠 등 식물 잎을 주로 갉아먹어요. 유충(幼蟲)은 식물의 잎을 먹을 뿐만 아니라 잎을 말아 안으로 들어가서 살기도 해요. 밖에서 발견하기 쉽지 않죠. 다 자란 성충은 여러 종류 꽃의 꿀을 빨아 먹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은줄팔랑나비의 앞날개는 대체로 갈색인데, 뒷날개는 은백색 띠가 가운데 눈에 띄게 자리 잡고 있습니다. 은줄팔랑나비라는 이름도 이 은백색 띠에서 따왔습니다. 애벌레는 가늘고 긴 모양으로 엷은 녹색 바탕에 짙은 녹색의 가는 선 3줄이 인상적이에요.

은줄팔랑나비는 물 근처에서 주로 살아요. 먹이가 주로 물억새나 갈대 등으로 연못이나 습지, 강가에 있기 때문이죠. 과거 이들은 강이나 하천을 기반으로 전국 곳곳에서 살았는데 연못이나 하천 등에서 가까운 지역이 공원이나 농경지로 많이 개발되면서 사는 곳이 파괴되어 멸종 위기에 처하게 된 겁니다. 그 뒤론 주로 강원도 인제군과 경남 밀양시 등에서나 찾아볼 수 있었는데 2018년 환경부와 국립생태원이 금강에서 새로운 서식처를 발견했습니다. 멸종 위기였지만 이제는 개체 수를 어느정도 확보할 수 있게 된 거예요.

이들이 새롭게 발견된 지역은 금강 중·하류 30㎞ 구간(부여군 부여읍~익산시 용안면)으로, 지금까지 발견된 은줄팔랑나비 서식지 중 가장 큽니다. 이곳은 물가 주변을 새롭게 복원한 지역으로, 물억새나 갈대 등이 많아 은줄팔랑나비의 알이나 애벌레가 따라 들어왔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연구자들은 인위적으로 복원한 지역에서 멸종위기종이 사는 게 확인된 이례적인 사례로, 이 지역에서 은줄팔랑나비가 계속 살게 하려면 주변을 잘 관리해야 한다고 충고합니다.

은줄팔랑나비뿐 아니라 다른 멸종위기종도 마찬가지입니다. 전에는 자연 지역이었던 곳이 사람 손을 거쳐 개발되면서 다양한 생물들이 점점 사라져가고 있습니다. 강이나 하천, 습지 주변 지역은 메워서 논밭으로 바꾸면 사람들은 좋을지 모르지만 은줄팔랑나비 같은 생물들은 먹이도 사라지고 집도 없어져 살 수가 없게 되거든요. 멸종위기에 놓인 생물들을 보전하기 위해 우리가 어떻게 해야 하는지 더 고민해야 할 때입니다.



최종윤 국립생태원 생태공간연구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