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재미있는 과학] 손으로 버튼 누르지 않아도 손짓·몸짓 인식해 작동해요
터치리스(비접촉) 기술
◇게임 산업에서 기술 개발
터치리스 기술은 직접 손으로 누르거나, 다른 물리적 입력이 없어도 움직임만으로 컴퓨터나 디지털 장비를 제어하는 방법입니다. 이 기술을 이용한 디지털 장비는 사람의 움직임, 얼굴 표정, 목소리 등을 인식하고 시스템이 정한 절차에 따라 해석합니다. 접촉이 없어도 신호를 보낸 사람이 원하는 결과를 만들어내죠. '알리바바와 40인의 도적' 이야기를 떠올려 보세요. 알리바바가 동굴 앞에서 손을 대지 않고 "열려라 참깨"를 외쳤을 때, 이 음성 신호를 인식해 문을 열어주는 게 '터치리스 기술'입니다.
- ▲ /그래픽=안병현
터치리스 기술은 1990년 전후 빠르게 성장했던 게임 산업에서 시작됐습니다. 게임기를 조종하는 움직임을 인식하는 기술이 출발점이었죠. 처음엔 선으로 연결된 장갑을 끼고 움직이면 그 움직임에 따라 화면에서 게임 캐릭터 등이 조종되는 간접적인 인식 방법으로 시작했어요. 곧 카메라로 움직임을 인식하는 기술이 개발됐어요. 카메라에서 빛을 쏴서 손까지의 거리를 측정한 다음에 손의 움직임을 입체적으로 인식하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빛을 인식하는 센서로 움직임을 인식하는 기술이 개발됐죠. 2005년에 움직임을 인식하는 센서에 버튼이 달린 게임 조종 장치가 등장했고, 이후 움직임을 인식하는 비디오 게임 조종 장치는 게임 산업의 핵심 기술로 자리 잡았어요.
◇빛을 이용해 입력 신호 감지
터치리스 기술은 입력되는 신호에 따라 분류할 수 있어요. 입력 신호는 몸의 움직임이 될 수도 있고 음성이나 표정이 될 수도 있어요. 이뿐만 아니라 블루투스 같은 무선 통신 기술도 될 수 있죠. 터치리스 장치는 광학 센서를 통해 입력 신호를 감지하고, 그 신호를 디지털 영상·소리 장치로 보내는 부분을 공통으로 갖고 있습니다. 이 장치가 신호를 전기적 신호로 바꿔서 디지털 시스템이 작동하는 신호가 되게 합니다.
이미 많은 터치리스 기술이 널리 응용되고 있어요. 가장 사용 빈도가 높은 기술은 적외선 센서입니다. 자동문 앞에 센서가 있어서, 버튼을 누르거나 문고리를 돌리지 않고 문을 여닫는 것을 가능하게 해 줍니다. 엘리베이터에서 가고자 하는 층으로 이동할 때 누르는 숫자판에 이 센서를 설치하면 승객의 손이 번호판 부근을 오가는 것을 감지하죠. 손가락이 직접 닿지 않아도 작동시킬 수 있습니다.
적외선 센서에는 인간이나 동물에서 나오는 적외선을 감지하는 센서도 있고, 적외선을 쏘아서 돌아오는 양을 측정하는 방식의 센서도 있습니다. 센서의 정확도를 올리기 위해서 다른 센서들도 속속 개발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 개발된 황화몰리브덴(MoS₂)을 활용한 센서는 피부의 땀과 같은 수분이나 사람의 호흡량을 고감도로 감지할 수 있는 습도 센서입니다. 기존 센서보다 감도가 수백 배 뛰어나고 감지 시간도 짧아서 적외선 센서 등의 대체품이 될 것으로 예상합니다.
◇목소리, 얼굴 등으로 확장
목소리로 사물을 제어하는 기술도 급격히 발달하고 있습니다. 우리가 말하면 반응하는 인공지능 스피커들이 수년 전부터 유행하고 있어요. 이 스피커는 무선으로 연결된 각종 장비들을 말로 움직일 수 있습니다. 말을 해서 전등을 끄거나 켤 수 있고 집 안의 온도를 조절하거나 각종 조리 도구들을 제어하는 것도 가능합니다.
인공지능 기술을 적용해 안면 인식 등 새로운 터치리스 기술들도 속속 도입되고 있습니다. 안면 인식 기술은 터치리스일 뿐만 아니라 터치했을 때보다도 훨씬 정확하게 사람을 가려냅니다. 이미 안면 인식 기술은 스마트폰의 잠금장치로 활용되고 있지요. 각종 금융 거래에서 본인을 인증하는 방법으로도 사용되죠. 안면 인식 기술을 응용해 개발된 출입문은 마스크를 쓰지 않으면 열리지 않으면서도 마스크를 쓴 사람의 신원을 정확하게 파악한다고 합니다. 사람이 직접 나서 마스크를 써달라고 말하지 않아도 되는 거죠. 출입문 보안에 많이 사용됐던 지문이나 정맥 부위 등을 접촉하는 방식은 점점 더 사라지고 얼굴 인식 시스템으로 급격하게 변화하고 있습니다.
센서 기술은 주변 모든 사물에 적용되고 있습니다. 손짓만으로 제어하는 제품이 점점 더 많아지고 있죠. 손을 대지 않아도 자동으로 작동되는 '터치리스 양변기' '터치리스 수도꼭지' 등 화장실과 주방 곳곳에 터치리스 기술이 적용되고 있습니다. 이제, 집 안에서 마법사처럼 침대에 누워 모든 장치들을 손짓, 눈짓으로 움직일 수 있는 시대가 도래할 전망입니다. 그리고 그 속도는 코로나 바이러스 확산 사태로 감염을 피하려는 방법들이 함께 연구되면서 점점 더 빨라지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