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고전 이야기] 양반 아닌 기생, 노비, 장사꾼 이야기에 관심… 서민들의 삶 다채롭게 보여줘
입력 : 2021.01.19 03:30
어우야담
전우치는 송도의 술사(術士)다. 한번 본 책은 기억하지 못하는 바가 없었다. 가업에 종사하지 않고, 산수 사이를 마음껏 노닐면서 둔갑술과 귀신을 부리는 술법을 터득했다. …전우치가 밥알을 씹다가 뜰을 향해 내뿜으니 그것들이 하얀 나비로 변해서 무수히 뜰을 가득 채우고 날아갔다.
'어우야담(於于野談)'은 조선 중기 문인 유몽인(1559∼1623)이 세상에 떠도는 이야기들을 모아 기록한 설화집(說話集)이에요. 설화는 신화, 전설 등 말로 전해 내려오는 이야기를 뜻해요. 유몽인은 인륜, 종교, 학예, 사회, 만물 5편으로 나눠 민중이 입에서 입으로 전해온 이야기들을 한데 모았어요. '어우야담'은 민간의 구비문학(말로 된 문학)이 지닌 진실성과 발랄한 미의식을 수용해 당대의 시대상을 폭넓게 구현한 작품으로 평가받고 있어요.
'어우야담(於于野談)'은 조선 중기 문인 유몽인(1559∼1623)이 세상에 떠도는 이야기들을 모아 기록한 설화집(說話集)이에요. 설화는 신화, 전설 등 말로 전해 내려오는 이야기를 뜻해요. 유몽인은 인륜, 종교, 학예, 사회, 만물 5편으로 나눠 민중이 입에서 입으로 전해온 이야기들을 한데 모았어요. '어우야담'은 민간의 구비문학(말로 된 문학)이 지닌 진실성과 발랄한 미의식을 수용해 당대의 시대상을 폭넓게 구현한 작품으로 평가받고 있어요.
- ▲ 유몽인이 지은 이야기 모음집인 ‘어우야담’의 표지입니다. /국립중앙도서관
'어우야담'을 잘 이해하기 위한 두 번째 주제는 '임진왜란'이에요. 조선이 세워지고 200년 만에 일어난 임진왜란은 조선 사회에 커다란 충격을 주었어요. 그에 따른 변화가 사회에서 하나 둘 나타났어요. 여전히 사대부가 권세를 누리는 세상이었지만 민간에서는 특히 문학과 예술의 영역에서는 양반이 아닌 사람들의 작품들도 하나 둘 주목을 받기 시작했어요. 유몽인은 사대부이긴 했지만, '어우야담'을 통해 문학적 관심사를 사대부의 영역 밖으로 확대하는 계기를 마련했다고 할 수 있어요.
'어우야담'은 민간의 생생한 소재를 있는 그대로 다뤘습니다. '인륜편'에서는 고려의 충신 정몽주처럼 사대부 이야기도 있지만 기녀, 노비, 장사치는 물론 두더지에게서도 배울 점을 찾아낸답니다. '종교편'에서는 옛날 유행한 드라마 '전설의 고향'에 등장할 법한 신선 이야기와 영화로 만들어지면서 우리에게도 잘 알려진 전우치 같은 술사들의 이야기를 흥미롭게 그려내요. 유교가 곧 하늘이었던 조선 시대에 술사 같은 천한 신분 사람들이나 신선 이야기를 하는 사대부라면, 미움받기 충분했겠죠?
'사회편'은 조선 중기 사회를 들여다보는 하나의 창이라고 할 수 있어요. 과거제도와 탐관오리, 귀양살이, 자린고비 이야기 등 당시 시대상을 한눈에 살필 수 있는 이야기들을 수록하고 있어요. '어우야담'은 비루한 이야기만 담고 있다고 해서 오래도록 저평가를 받았습니다. 하지만 풍자적인 설화와 재기 넘치는 글들로 가득한 '어우야담'이야말로 당시 서민들의 삶을 가장 잘 보여주는 작품이라고 할 수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