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북어, 동태, 황태, 코다리, 노가리…. 어디선가 들어본 생선이죠? 우리 식탁에 자주 오르는 물고기인 이들은 모두 한 생선입니다. 바로 명태(明太)예요. 명태는 '세상에서 가장 이름이 많은 생선'이라고 합니다. 국립민속박물관 조사에 따르면 명태 이름이 무려 60가지나 되죠. 갓 잡아 올린 명태는 생태, 꽝꽝 얼리면 동태, 낚시로 잡으면 조태, 그물로 건져 올리면 망태, 말리면 북어, 얼었다가 녹았다를 반복해 노랗게 말리면 황태, 날씨가 따뜻해 물러지면 찐태, 하얗게 마르면 백태, 검게 마르면 먹태, 딱딱하게 마르면 깡태, 대가리를 떼고 말리면 무두태, 물기가 약간 있게 꾸들꾸들 말리면 코다리, 봄에 잡으면 춘태, 가을에 잡으면 추태, 잘 잡히지 않아 비싸지면 금태라고 부르죠. 이처럼 이름이 다양한 건 그만큼 한국인이 명태를 즐겨 먹었기 때문입니다. 한국·중국·일본 동아시아 3국 중에서도 한국만 전통적으로 명태를 먹었습니다.

명태는 차가운 물에서 사는 한류성 어종으로, 1월에 앞뒤로 알이 꽉 차고 살도 통통하게 올라 가장 맛있어요. 함경도와 강원도 등에서 잡힌 명태는 팔도로 팔려나갔습니다. 일제강점기에는 일본 어민들이 몰려와 큰 배와 첨단 어구로 명태를 싹쓸이했습니다. 명태를 먹지 않는 일본인이 명태를 잡은 건 알, 즉 명란젓을 얻기 위해서였습니다. 일본인들은 한반도를 강제 병합한 뒤 알게 된 명란젓 맛에 반했죠. 함경도 북청·원산, 강원도 양양, 부산 등지에서 생산한 명란젓은 '멘타이코(明太子)'라는 이름으로 시모노세키항을 거쳐 일본 전역으로 팔려나갔습니다.

명태 어획량은 1940년 27만t으로 최고기록을 세운 이후로 차츰 줄어들다가 1980년대 말부터 급속도로 감소했습니다. 1990년대를 지나면서는 동해에서 명태를 구경하기도 어려워졌죠. 지구온난화로 동해 수온이 상승하며 더는 명태가 동해까지 내려오지 않습니다. 1970년부터 어린 명태인 노가리 어획 금지가 풀리면서 마구 잡은 것도 영향을 미쳤으리라 짐작합니다. 지금은 명태 연간 소비량 25만t의 90％이상을 수입하고 있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