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화폐로 세상 읽기] '절규' 그린 화가… "죽음의 천사는 내가 태어날 때부터 옆에 있었다"

입력 : 2021.01.18 03:30

노르웨이 1000크로네와 뭉크

노르웨이 1000크로네(약 12만9370원·사진) 지폐엔 화가 에드바르 뭉크(1863~1944년)의 얼굴이 실려 있습니다. 뭉크는 노르웨이 출신의 표현주의 화가로 '절규'라는 작품으로 유명합니다.

 /세계화폐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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뭉크는 1863년 노르웨이 뢰텐에서 태어났습니다. 그가 5세 때 어머니가 결핵으로 세상을 떠났고, 아버지는 우울증에 걸려 폭력적인 성향을 보였어요. 엄마를 대신해 뭉크를 돌보던 누나도 뭉크가 14세 때 결핵으로 세상을 떠났습니다. 뭉크는 집에서 그림을 그리며 우울함을 달랬다고 해요. 자신도 언젠가는 어머니와 누나처럼 결핵으로 죽을 수 있다는 불안감을 갖고 주로 삶에서 느끼는 감정을 작품의 주제로 다뤘어요. 그는 "죽음의 천사는 내가 태어나던 날부터 내 옆에 서 있었다"고 말했다고 합니다.

뭉크는 1889년 오슬로에서 첫 개인전을 열면서 화가로 데뷔했어요. 프랑스와 독일을 오가면서 당시 대세였던 인상주의와 상징주의 화풍을 익혀 '목소리', '생의 프리즈(Frieze·띠처럼 두르는 장식)' 등의 작품을 발표했어요.

화가로서 전성기를 맞은 뭉크는 아버지가 사망하면서 가족들을 책임져야 했습니다. 그는 그림을 팔아 번 돈으로 가족들을 부양하다 우울증으로 술에 의존했고, 사고로 손가락 일부를 잃는 등 힘든 시기를 보냈죠. 결국 그는 스스로 정신병원에 입원해 치료를 받기도 했습니다.

그는 자신의 모든 작품을 기증한다는 유언을 남겼습니다. 그의 탄생 100주년인 1963년 뭉크 미술관이 설립됐어요. 뭉크 미술관에는 회화 1200여 점, 소묘·데생·스케치 등 7050여 점 등 뭉크의 작품 2만6724점을 소장하고 있습니다. 또 편지, 연구 서적, 작업 노트 등 뭉크의 삶과 관련된 물품도 전시하고 있죠.

뭉크의 대표작은 '절규'입니다. 그는 이 작품에 대해 "어느 날 저녁, 나는 친구 두 명과 함께 길을 따라 걷고 있었다. 한쪽에는 마을이 있고 내 아래에는 피오르가 있었다. 나는 피곤하고 아픈 느낌이 들었다.(중략) 해가 지고 있었고 구름은 피처럼 붉은색으로 변했다. 나는 자연을 뚫고 나오는 절규를 느꼈다. 실제로 그 절규를 듣는 것 같았다. 나는 진짜 피 같은 구름이 있는 이 그림을 그렸다. 색채들이 비명을 질러댔다"고 일기에 적었다고 합니다.

'절규'는 4개로 구성된 작품입니다. 1893년 첫 번째 유화 작품은 오슬로 국립 미술관에, 1895년 두 번째 판화 작품과 1910년 네 번째 수채화 작품은 오슬로 뭉크 미술관에 소장돼 있어요. 1895년 세 번째 파스텔 작품은 개인이 소장하고 있습니다. 세 번째 작품은 2012년 6월 경매에서 사상 최고가인 1억1990만달러(1320억원)에 낙찰됐어요. 오슬로 국립 미술관에 있던 첫 번째 작품은 1994년 도난당했지만 3개월 만에 되찾았어요. 2004년에도 뭉크 미술관에 있는 작품을 무장 괴한에게 도난당했다가 2년 만에 찾았습니다.

배원준 세계화폐연구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