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세상을 바꾼 물건] "고무로 문질렀더니 글씨가 지워지네?"… 이제 값싼 플라스틱으로 만들어

입력 : 2021.01.11 03:30

지우개

/위키피디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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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업 시간에 필기하거나 공부할 때 샤프와 연필로 글씨를 쓰다 보면 틀릴 때가 잦습니다. 이때 필요한 것이 바로 지우개인데요. 틀린 글씨를 지워주는 지우개는 어떻게 발명됐을까요?

고무를 사용해 연필 글씨를 지우는, 우리에게 익숙한 지우개를 발명한 사람이 누구인지는 정확하게 알려지지 않았습니다. 그래도 지우개 발명에 대한 유명한 일화가 있는데요. 산소를 발견한 것으로도 유명한 영국의 화학자 조셉 프리스틀리는 어느 날 글을 쓰다가 잠시 생각에 잠겼습니다. 그런데 그때 프리스틀리의 손에는 생고무로 만든 공이 들려 있었어요. 우연히 프리스틀리는 생각하는 동안 자신도 모르게 글씨 위에서 그 생고무 공을 빙글빙글 굴렸습니다. 그런데 정신을 차리고 자신이 쓴 글을 본 프리스틀리는 고무가 연필 글씨를 지울 수 있다는 점을 발견했다는 이야기입니다.

하지만 실제로 프리스틀리의 기록에는 이런 이야기가 없습니다. 프리스틀리가 1770년 남긴 기록에는 '나는 종이에 남은 연필 자국을 지우기에 아주 적합한 물체를 발견했다. 이것은 왕립 거래소 맞은편에 있는 네언씨의 수학 도구 업체에서 살 수 있다'고 적혀 있습니다. 즉, 지우개를 최초로 발견한 사람은 널리 알려진 것처럼 프리스틀리가 아니라, 에드워드 네언일지도 모르죠. 네언은 그 당시 다른 사람들처럼 빵 조각을 이용해 글씨를 지우려고 했는데 실수로 고무를 집었고, 그 고무를 종이 위에 문질렀는데 글이 지워지는 것을 확인했다고 합니다. 하지만 역시 출처가 불분명합니다.

최초의 지우개는 생고무를 원료로 만들어졌기 때문에 온도 변화에 취약하다는 단점이 있었습니다. 여름에는 녹아서 찐득찐득해지거나, 겨울에는 딱딱하게 굳어버리는 문제가 있었죠. 이 문제를 해결한 사람이 찰스 굿이어입니다. 고무 연구자였던 굿이어는 1839년 고무와 황을 송진에서 추출한 기름에 섞는 실험을 하고 있었는데요. 실수로 고무가 난로 위에 떨어졌다고 합니다. 당연히 굿이어는 고무가 녹을 줄 알았으나, 고무가 녹지 않았던 것을 보고 고무에 황을 섞으면 온도 변화에 관계없이 사용할 수 있는 고무를 개발할 수 있다는 것을 발견해냈죠. 이 기술은 지우개에도 적용돼 계절과 상관없이 사용할 수 있는 지우개의 개발로 이어졌습니다.

혹시 이 글을 읽으면서 필통에서 지우개를 꺼내보셨나요? 그러나 여러분의 필통 안에 있는 지우개는 고무지우개가 아닐 겁니다. 여러분이 쓰는 지우개는 대부분 재료가 플라스틱입니다. 플라스틱을 부드럽게 만드는 화학 첨가물 프탈레이트를 플라스틱에 넣어 말랑말랑하게 바꾼 것이죠. 이러한 플라스틱 지우개는 1958년 일본의 시드사에서 처음 개발했습니다. 고무보다 원재료의 값이 더 쌌고, 개발과 개량을 거듭하면서 고무지우개보다 더욱 깨끗하게 지워지는 지우개를 만들어냈죠. 이후 미술 등 특수 용도를 제외한 일반 필기구 용도로는 플라스틱 지우개가 고무지우개를 빠르게 대체했습니다.



김현철 서울 영동고 역사 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