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동물이야기] 둥지 위협받으면 어미가 알을 적게 낳고 새끼는 일찍 독립해요
입력 : 2021.01.07 03:30
새와 둥지
둥지는 새가 안전하게 알을 낳아 품고 새끼가 떠날 때까지 키우는 자리입니다. 사람으로 보면 집인 셈이죠. 야생 조류의 둥지는 사는 환경과 생활 모습에 따라 다양한 형태를 보여요. 칼새는 둥지를 높은 절벽에 만들고, 황새는 높은 나무 위에 커다란 접시 모양으로 둥지를 만듭니다. 직박구리는 숲속 나뭇가지 사이에 둥지를 숨기고, 딱따구리는 아름드리나무에 열심히 구멍을 파내 둥지를 만들죠. 흰물떼새의 둥지는 하천 모래톱 바닥에 움푹 들어간 모양입니다.
- ▲ 어미 박새가 새끼들에게 먹이를 주고 있는 모습이에요. /조선일보 DB
새가 새끼를 낳는 시기가 오면 포식자들은 둥지를 노려요. 알, 새끼 그리고 둥지를 지키는 부모 새가 모두 둥지에 있기 때문이죠. 주로 뱀이나 쥐는 알과 새끼를 먹지만 길고양이나 족제비는 부모 새를 노려요. 그런데 우리 주변 도심이나 인근 숲에서 생활하는 새들이 가장 무서워하는 포식자는 바로 같은 새입니다. 까치, 까마귀, 어치 등 까마귓과 조류인데요. 도시 생태계에 잘 적응해 우리 주변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는 새들입니다. 이들은 매우 영리하고 세심한 관찰력을 가지고 있어 둥지를 아주 잘 찾습니다. 둥지를 드나드는 부모 새의 움직임을 관찰한 다음에 둥지를 찾아내 알을 깨서 먹거나 새끼를 잡아먹습니다.
둥지를 위협하는 포식자가 많거나 둥지가 불안전한 곳에 있다면 새들은 어떻게 할까요? 최근 박새의 구멍 둥지에 대한 실험이 있었습니다. 구멍 둥지 모양으로 만든 상자에 박새가 둥지를 만들도록 한 다음 상자의 출입구 크기를 조절했습니다. 한 상자는 구멍을 크게 만들어서 위험한 둥지로 만들고 다른 상자는 구멍을 작게 만들어 상대적으로 안전한 둥지로 만들었죠. 이 두 둥지에서 번식하는 박새들의 행동을 비교했는데요. 실험 결과 위험한 둥지에서 새끼를 키운 박새는 조심성이 강하고 둥지를 자주 드나들지 않았다고 해요. 심지어 새끼들이 둥지에서 보내는 시간을 줄여 일찍 둥지를 떠나 독립하게 한다죠. 빨리 둥지를 버리는 게 부모와 새끼 모두 살아남는 데 유리하기 때문입니다. 조류학자들에 따르면 새들은 둥지가 위험한 환경에 있으면 알을 적게 낳아 나중에 자손들이 살아남아 퍼질 수 있는 시간과 에너지를 보전해 균형을 찾는다고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