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고전이야기] "전쟁은 정치 행위"… 12살 입대해 평생을 군대에서 보낸 경험 담아
전쟁론
- ▲ 1832년 출간된‘전쟁론’의 표지에요. /위키피디아
"그러므로 전쟁은 우리의 의지를 구현하기 위해 적을 강요하는 폭력 행동이다…. 폭력, 즉 물리적 폭력은 전쟁의 물리적 수단이고, 적에게 우리의 의지를 강요하는 것은 전쟁의 목적이다."
카를 폰 클라우제비츠(1780~1831)의 '전쟁론'은 전쟁에서 승리하는 방법을 담은 전략서이자, 전쟁과 정치의 연관성을 분석한 정치학 교과서로 평가받는 작품입니다.
클라우제비츠는 19세기 후반 독일 통일을 주도했던 프로이센 출신으로 군사 전략가이자 개혁가였어요. 그는 열두 살 어린 나이에 군대에 들어갔고 열세 살에는 직접 전투를 경험했어요. 20대 초반에 베를린의 군사학교에 입학해 수석으로 졸업했고, 1806년에는 프로이센과 프랑스의 전쟁에 참전했다가 프랑스의 포로로 잡히기도 했어요. 클라우제비츠는 포로로 잡혀 있는 동안 프로이센의 패배 원인을 분석했다고 해요. 이후 나폴레옹에 대항하기 위해 러시아 군대에서 활동했고, 1818년부터 1830년까지 12년 넘게 군사학교 교장으로 일했습니다. '전쟁론'은 클라우제비츠의 이 모든 경험이 녹아 있는 책인 셈이죠.
클라우제비츠는 전쟁을 "우리의 의지를 구현하기 위해 적을 강요하는 폭력 행동"이라고 규정했습니다. 여러분도 자신과 생각이 다르다는 이유로 가끔 친구와 다투는 경우가 있지 않나요? 사회 혹은 국가 사이에도 서로 생각이 다른 경우가 많고, 그 다툼이 정점에 이르면 폭력 행동을 동원해 전쟁을 벌이기도 하죠.
클라우제비츠에 따르면 전쟁은 두 가지가 있습니다. 추상 전쟁과 현실 전쟁입니다. 추상 전쟁은 경제 등 여러 사안을 고려하지 않고 폭력을 무제한 사용하는 전쟁이에요. 전쟁 당사국은 무한 군비 경쟁을 벌일 수밖에 없겠죠. 하지만 현실 세계에서의 전쟁, 즉 현실 전쟁은 여러 사항을 고려해야 하기 때문에 모든 군사력이나 국력을 한 전장에 쏟을 수 없어요. 모든 결정이 최선일 수도 없고, 우연하게 발생하는 일이 많기 때문에 전쟁의 승패가 한 번의 결전으로 이뤄지는 경우는 거의 없습니다.
클라우제비츠가 전쟁에 관한 이론을 펼치면서 정치와의 연관성을 밝힌 이유가 여기 있어요. 그는 전쟁이 "정치와는 다른 수단으로 수행하는 정치의 연속"이라고 봤어요. 클라우제비츠 이전까지 전쟁은 '고립된 돌발적 현상'이었지만, 이후로는 '정치를 비롯한 전체적인 성격'을 띤 것으로 정의하게 됐어요. 전쟁을 계속할 것인지, 그칠 것인지는 그 나라의 정치, 경제, 사회적인 사정에 따라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이죠. 여러 사정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면 어제의 적이 오늘의 친구가 되고, 어제의 친구가 오늘의 적이 될 수도 있어요.
클라우제비츠 사후인 1832년 출간된 '전쟁론'은 시대에 뒤떨어진 병법서라는 비판도 있습니다. 하지만 전쟁의 본질에 대해, 그것이 정치 등 다양한 시대적 상황과 연관돼 있다는 사실을 밝힌 것은 지금도 유효하다고 할 수 있어요. 무엇보다 전쟁의 본질을 이해함으로써 '평화'가 얼마나 중요한지 알 수 있게 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