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디자인·건축 이야기] 미국 상징하는 대표적인 건물… 파리 루브르 박물관에서 영감 얻어 설계

입력 : 2020.12.29 03:30

미국 국회의사당

지난 21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독특한 행정명령을 내렸습니다. 바로 연방 건축물에 전통적인 양식을 장려한다는 내용인데요. 모더니즘 건축 이전의 로마네스크, 고딕, 그리스·로마식 고전주의 등 전통적인 스타일에 초점을 맞췄습니다. 트럼프 정부에서 생각하는 '연방 건축물'의 이상적인 예는 무엇일까요? 아마 미국 국회의사당이 대표적일 것입니다.

미국 국회의사당은 1800년 이래 미국 입법부를 상징하는 역사적 장소이자 신고전주의 건축의 대명사입니다. 미국인이 사랑하는 건물 10선에 드는 명소이죠. 1792년 조지 워싱턴은 국회의사당 신축을 준비하며 워싱턴 DC 중앙 동쪽에 자리 잡은 언덕인 캐피톨 힐 부근에 부지를 마련했는데요. 덕분에 이후 국회의사당을 '캐피톨'이라 부르게 되었답니다. 파리 루브르박물관 동쪽 파사드와 기둥, 그리고 국립묘지 판테온에서 영감받은 설계안에 따라 1793년 착공해 1800년 겨울 완공됐습니다.

미국 워싱턴D.C.에 위치한 국회의사당입니다. /위키피디아
미국 워싱턴D.C.에 위치한 국회의사당입니다. /위키피디아
커지는 국력에 비해 수용 가능한 인원이 부족해지자 1850년 건축가 토머스 월터의 지휘 아래 큰 확장을 진행하게 됩니다. 우선 캐피톨 양옆에 거대한 날개 건물 2개를 증축해 북쪽에는 상원이, 남쪽에는 하원이 머물게 되었어요. 월터는 현재 국회의사당의 상징이 된 웨딩 케이크 모양의 돔 설계를 주도했어요. 파리 앵발리드 군사 박물관, 런던 세인트폴 대성당, 로마 성 베드로 대성전, 상트페테르부르크 성 이사악 대성당 등 유럽의 유명 건축물을 참고해 직경 29m짜리 돔을 재설계했죠. 특히 내부에 석조 돔을 쌓고 천장에 커다란 채광 구멍을 뚫고 그 외곽에 주철로 된 돔을 다시 만드는 이중 돔 구조로 만들었어요.

현재 국회의사당이 차지하는 부지는 110만m²에 이를 정도로 광활하지만 대부분 산책로, 정원, 잔디밭이고, 실제 건물은 5층 규모로 연면적을 따지면 6만6800m² 정도입니다. 우리나라 국회의사당(8만1443m²)보다 약간 작은 편이죠. 의사당에는 북쪽 상원 회의당, 하원 회의당, 돔 동쪽과 서쪽 정면까지 총 네 곳에 깃발 게양대가 있는데요. 특히 돔에 있는 두 곳에서는 제1차 세계대전 이후 지금까지 단 한 번도 미국 성조기를 내린 적이 없답니다.

의사당 내부의 꽃은 돔 아래 있는 원형 공간인 로툰다입니다. 직경 29m, 높이 55m의 거대한 로툰다에서 천장으로 시선을 돌리면 콘스탄티노 브루미디가 그린 '워싱턴의 신격화'와 미국 역사를 주제로 한 프레스코화가 보입니다. 영국에서 독립한 초기 13주를 상징하는 13명의 여자와 두 여신에게 둘러싸여 승천하는 워싱턴은 로마의 최고신인 유피테르처럼 묘사됐습니다. 과학, 해양, 상업, 공업, 농업, 전쟁을 주제로 로마 신화와 미국 역사를 고전적인 상징체계로 융합시킨 프레스코화는 마치 미국의 건국 신화를 연상케 하죠. 로툰다는 미국 정부가 고인에게 최대한의 애도와 경의를 표하기 위해 관을 운구한 후 유해를 일반에 공개하는 장소로 쓰이기도 합니다.

전종현 디자인 건축 저널리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