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화폐로 세상 읽기] 독립선언서 작성한 미국 민주주의의 상징… 1803년 미국 영토 2배 넓혔어요

입력 : 2020.12.28 03:30

미국 2달러와 토머스 제퍼슨

미국 2달러(사진·약 2250원)는 행운을 가져다주는 지폐로 유명합니다. 우리나라에서도 부적처럼 지갑에 넣고 다니는 사람이 많아요. 2달러 지폐는 활용도가 낮아 발행 장수가 많지 않습니다. 희소성이 있는 데다가 여배우 그레이스 켈리가 동료 배우에게 2달러를 선물 받고 모나코의 왕비가 되면서 행운의 상징으로 자리 잡게 됐어요.

 /세계화폐연구소
/세계화폐연구소
이 지폐에는 미국의 3대 대통령 토머스 제퍼슨의 모습이 실려 있습니다. 탁월한 문장가였던 제퍼슨은 미국 민주주의의 대의를 밝힌 독립선언서를 작성한 인물입니다. 미국 역사상 가장 위대한 대통령 가운데 한 사람으로 손꼽혀요. 케네디 대통령은 노벨상 수상자 49명을 위해 베푼 연회에서 "오늘처럼 탁월한 재능들과 지성들이 한자리에 모인 것은 백악관 역사상 최초의 일이 아닐까 싶다"며 "물론 토머스 제퍼슨이 이곳에서 '혼자' 앉아서 식사했을 때는 제외하고 말이다"라고 말했어요. 미국의 수도 워싱턴DC에 기념관이 있고 러시모어 산에 링컨, 루스벨트, 워싱턴과 함께 제퍼슨의 얼굴이 거대한 조각으로 새겨져 있습니다.

그는 1743년 미국 버지니아주에서 태어났습니다. 그는 윌리엄 앤드 메리 대학을 졸업하고 변호사로 일하다가 버지니아주 하원의원이 됐습니다. 제퍼슨은 버지니아주의 법률과 제도를 대대적으로 개정했어요. 낡은 귀족 정치를 없애고 참된 대의정치의 토대를 쌓는 것이 목적이었습니다. 그는 한정상속제도의 폐지, 장자상속제도의 폐지, 신앙의 자유, 교회의 특권 철폐, 교육제도의 확립 등을 추진했습니다.

1800년 제퍼슨은 3대 대통령선거에 출마해 당선됐습니다. 1803년 그는 당시 프랑스가 지배하고 있었던 루이지애나를 매입했습니다. 제퍼슨이 나폴레옹 1세가 아이티와의 전쟁으로 재정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것을 알고 프랑스와 협상을 벌여 루이지애나를 사들였죠.

이 협상은 세계 역사상 가장 수지맞은 토지 거래입니다. 214만㎢인 루이지애나를 1500만달러에 샀는데요. 이 가격은 현재 가치로 2억1900만달러(약 2650억원)입니다. 1㎢당 단돈 7달러에 불과했어요. 이 영토를 사면서 당시 기준으로 미국의 영토가 2배로 넓어졌고 현재 기준으로도 미국 영토의 4분의 1에 달해요. 루이지애나는 지금의 15주에 걸쳐 있는데요. 미주리, 아칸소, 아이오와, 네브래스카, 오클라호마, 사우스다코타의 전체와 몬태나, 캔자스, 와이오밍의 대부분이 이 지역에 해당합니다.

대통령에서 물러난 제퍼슨은 고향 버지니아주로 돌아와 직접 설계한 저택을 짓고 '몬티셀로'라는 이름을 붙였습니다. 몬티셀로는 이탈리어로 '작은 산'이라는 뜻입니다. 그래서 제퍼슨을 '몬티셀로의 성인'이라고 불렀어요. 그는 버지니아 대학을 직접 디자인해 설립하기도 했습니다. 그는 가장 자랑스러워하는 세 업적을 담아 묘비명을 직접 작성했어요. 그의 묘비에는 "미국 독립선언서를 작성하고, 종교의 자유를 위한 버지니아 법을 제정했으며 버지니아 대학을 설립한 토머스 제퍼슨 이곳에 묻히다"라고 적혀 있습니다.


배원준 세계화폐연구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