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나는 기린 해부학자입니다ㅣ군지 메구 지음ㅣ이재화 옮김ㅣ최형선 감수ㅣ더숲

기린은 육상동물 중에서 가장 키가 큽니다. 2m 정도로 목이 길고, 다리도 2.5m에 육박해 높은 나뭇잎과 열매를 쉽게 따먹을 수 있습니다. 다 자란 암컷은 4m, 수컷은 5m로 아파트 2층 높이에 달합니다. 몸무게는 암컷은 약 800㎏, 수컷이 약 1200㎏이라고 합니다. 다른 동물보다 목이 유난히 길지만 기린의 목뼈는 포유동물과 마찬가지로 7개로 이뤄졌어요.

과학자 군지 메구는 세 살 무렵 동물원에서 기린에 매료됐어요. 18세에 평생 기린 연구자가 되기를 결심했고, 이후 10년 동안 기린 30여 마리를 해부했어요. 수십 마리의 기린을 완전히 해부한 사람은 군지 메구가 유일하답니다. 이 책은 기린의 몸에 감춰진 놀라운 진화의 신비를 풀기 위해 기린의 몸과 구조, 길게 발달한 목의 특성을 해부학자의 시선으로 담아냈어요.

기린처럼 커다란 동물의 사체는 보관이 쉽지 않기 때문에 일주일 안에 해부를 마쳐야 부패를 막을 수 있습니다. 기린 해부는 보통 3단계로 진행돼요. 먼저 죽은 기린의 사체를 반입한 다음 해부용 칼을 이용해 신중하게 피부를 벗겨냅니다. 두꺼운 근막을 조심스럽게 제거하면 감춰져 있던 복잡한 근육 구조가 드러나요. 이때 꼼꼼하게 사진 촬영을 하고 연필로 스케치합니다. 마지막으로 뼈에 붙은 살점을 제거하는 골격 표본을 제작하면 해부가 끝나요.

저자는 기린의 해부학적 연구를 통해 '기린의 제1 흉추가 여덟 번째 목뼈로 기능한다'는 사실을 밝혀냈어요. 이 놀라운 발견으로 학계에서 인정받고 권위 있는 학술상을 받았습니다. 자신이 좋아하는 것에 몰두하고 새로운 사실을 발견하는 즐거움의 가치를 기린 생물학자의 생생한 기록을 통해 깨달을 수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