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화폐로 세상 읽기] 위대한 체코인 선정된 오페라 가수… 그녀 이름 딴 소행성도 있대요

입력 : 2020.12.21 03:30

체코 2000코루나와 에마 데스티노바

체코 2000코루나(약 11만 1300원·사진)의 모델은 소프라노 에마 데스티노바입니다. 체코를 대표하는 오페라 가수이자 체코 독립 영웅이죠.

에마 데스티노바는 체코 프라하의 부유한 집안에서 태어났습니다. 가수였던 어머니를 통해 음악 교육을 받았는데, 바이올린에 재능을 보였대요. 7살에 이미 콘서트를 열었고 12세에 천재 바이올리니스트라는 찬사를 받았습니다. 13세가 된 에마는 성악에 더 소질이 있다고 생각해 성악 공부에 전념했습니다. 이때 로웨 데스틴이라는 스승을 만나요. 에마의 본명은 에밀리 키틀로바였는데, 성악을 가르쳐주신 스승 로웨 데스틴에 대한 감사의 마음을 담아 에마 데스티노바로 이름을 바꾸었죠.

 /세계화폐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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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마는 한번 들은 음악은 절대로 잊지 않고 재연했습니다. 그녀는 1898년 20세의 젊은 나이로 거장 리하르트 슈트라우스의 초청을 받고 베를린에서 공연했습니다. 당시 오페라 '살로메'의 타이틀 역할을 맡아 세상을 놀라게 했어요. 이탈리아의 대표적인 오페라 작곡가 자코모 푸치니는 에마를 위해 '황금 서부의 아가씨'를 작곡했고, 1910년 뉴욕 메트로폴리탄 초연에 에마 데스티노바가 출연해 대성공을 거뒀습니다. 이 공연은 푸치니가 직접 객석에서 참관했어요.

그녀는 런던 로열 오페라 하우스에서 '돈 조반니'에 등장한 뒤 11년 동안 18편의 오페라에서 주연을 맡아 230여 회 공연을 했습니다. 1911년 조지 5세 대관식 기념 공연에 출연하기도 했습니다. 미국 뉴욕 메트로폴리탄 오페라에서는 249차례 공연을 했죠.

에마는 조국 체코를 무척 사랑했습니다. 1차 세계대전 당시 미국에 있었던 그녀는 미국에 남아달라는 간청을 뿌리치고 체코로 돌아갔어요. 조국에 돌아온 그녀는 당시 체코를 지배하고 있었던 오스트리아-헝가리 군대와 싸우는 체코 저항군을 지원했어요. 그녀는 오스트리아 군대를 위해 연주하라는 지시를 거절해 2년간 자택연금을 당하는 고초를 겪었죠.

전쟁이 끝난 후 에마는 전쟁으로 고통받고 있는 체코 농민들을 위한 연주회를 열었어요. 또 오스트리아-헝가리 제국으로부터 체코슬로바키아의 독립을 위해 노력했습니다. 이 공을 인정받아 그녀는 위대한 체코인 중 한 명으로 존경받아요. 2005년 체코 공영 방송국이 체코를 위해 공헌한 인물 100명을 선정하는 설문 조사를 했는데 에마가 26위에 선정됐죠. 우주의 작은 소행성에도 그녀의 이름이 붙여져 있는데, 13개 행성과 273개 소행성을 발견한 체코의 천문학자 안토닌 머코가 1984년 2월 21일 발견한 소행성 6583을 그녀의 이름으로 명명했습니다.

에마는 음악 외에도 여러 분야에 재능이 많았어요. 드라마, 소설, 단편, 오페라 대본, 시를 쓸 정도로 뛰어난 문필가였다고 합니다. 18살에는 프라하에서 연극 3편을 썼어요. 그녀가 쓴 희곡은 '목적지에서' '예술의 깃발 아래' '두 가지 죄' '달의 순환' 등이 있습니다. '카사노바 박사'와 '푸른 장미의 그늘에서'라는 소설도 썼어요. 5개국 언어를 유창하게 구사했답니다.


배원준 세계화폐연구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