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동물 이야기] 탐진강·보성강에 사는 포식자… 상대 위협하는 눈 모양 반점과 독가시 있어요

입력 : 2020.12.10 03:30

꺽저기

농어목 꺽짓과에 속한 꺽저기<사진>는 탐진강, 보성강 등 남해로 흘러가는 일부 하천에서만 관찰되는 담수 물고기입니다. 꺽저기는 하천 상류나 중류의 물 흐름이 느리고 수생식물이 풍부한 지역을 선호합니다. 서식 범위가 매우 제한돼 있죠. 농업용 소형 보가 설치된 하천 구간은 유속이 느려 수생식물이 잘 성장할 수 있는데, 보 위아래를 중심으로 가장자리에 주로 서식합니다.

 /위키피디아
/위키피디아
꺽저기는 몸이 길고 납작한 방추형입니다. 최대 13㎝까지 성장해요. 등지느러미는 딱딱하고 날카로운 가시 형태인데, 이 가시에는 독성이 있어 찔리면 심한 통증을 느낍니다. 꺽저기는 눈을 중심으로 분포하는 6~8개의 붉은 줄무늬와 몸통 옆면에 있는 7~8개의 흑갈색 가로무늬가 매우 인상적입니다. 아가미 뒤에는 눈 모양의 청록색 반점이 있는데, 마치 눈이 하나 더 있는 것처럼 보이죠. 이것은 상대를 위협하거나 몸을 보호하고자 진화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같은 과인 꺽지보다 몸이 높고, 양쪽 눈 사이에 있는 간격이 넓은 점으로 꺽지와 구별할 수 있어요. 꺽지는 눈 주변에 붉은 줄무늬가 없죠.

꺽저기는 수서곤충이나 작은 물고기를 주로 섭식하는 육식성입니다. 하천 먹이망에서 최상위 포식자로 군림해요. 어린 시기에는 주로 애벌레나 곤충 등을 섭식하다가 성체가 되면 다른 물고기의 치어(어린 물고기)를 먹습니다. 성장 시기별로 먹이 포획 능력이 달라지고, 입 크기 등에 따라 먹이도 바뀌는 거죠. 꺽저기는 수영 실력이 좋지 않아 주로 수생식물의 잎이나 줄기 사이에 숨어 있다가 피라미나 갈겨니 등의 물고기가 지나갈 때 사냥합니다.

꺽저기 수컷의 새끼 사랑은 매우 지극해요. 꺽저기는 주로 5~6월에 산란하는데 암컷은 알을 낳고 떠나지만, 수컷은 남아 혼자서 산란장을 지킵니다. 수정란이 잘 부화할 수 있도록 수컷은 지느러미를 계속 움직여 수정란에 산소를 지속적으로 공급해줘요. 산란장을 노리는 다른 물고기가 접근하면 사나운 기세로 쫓아버리죠. 꺽저기는 한 번에 알 350~755개를 낳는데, 다른 물고기보다 적은 편입니다. 하지만 꺽저기 수컷의 지극한 부성애 덕분에 꺽저기 알의 부화율은 상당히 높은 편이랍니다.

최근 하천 정비나 복원으로 하천 서식 환경이 훼손되면서 꺽저기 개체 수는 빠르게 감소하고 있습니다. 하천 정비로 바닥 등 저층을 평탄화하거나 수변 식생들을 제거하면 꺽저기가 살 수 없는 환경이 됩니다. 꺽저기가 주로 서식하는 상류나 중류는 인간 활동이 많은 지역이라 수질이 나빠질 위험도 높아요. 환경부에선 꺽저기를 멸종 위기 야생동물 2급으로 지정해 포획을 엄격하게 금지하고 있어요. 가까운 장래에 멸종 위기에 처할 우려가 있다고 판단한 겁니다. 우리의 지속적인 관심과 보전 노력이 없다면 꺽저기의 서식지는 사라지고 말 거예요.

최종윤 박사·국립생태원 생태공간연구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