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재미있는 과학] 미국 듀폰에서 인공 고무 만들다 발명… 투명한 스타킹 탄생했죠

입력 : 2020.12.09 03:30

나일론

코로나 사태로 전 세계인이 사용하는 일회용 마스크는 합성섬유 일종인 '폴리프로필렌'으로 만듭니다. 전 세계 인구 78억 명이 매달 1290억 개의 마스크를 사용한다는 추정도 있어요. 어마어마한 양의 합성섬유가 필요하다는 것이죠.

나일론이나 폴리에스터와 같은 합성섬유는 한정된 자원인 석유계 화학물질에서 얻은 원료로 만들어왔습니다. 그런데 지난달 16일 살아있는 미생물에서 합성섬유의 원료를 얻는 방법에 관한 연구가 발표됐습니다. 국내 카이스트 연구팀이 세계 최고 농도의 글루타르산 생산이 가능한 미생물 균주를 개발한 거죠. 글루타르산은 나일론, 폴리에스터 등을 만드는 원료예요. 이 연구는 국제 학술지 미국 국립과학원 회보에 실렸습니다.

화학적인 방법으로 합성되는 섬유를 생물체에서 만들어내는 일이 어떻게 가능할까요? 오늘은 합성섬유 개발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천연섬유의 시대

섬유는 옷이나 가방 등을 만드는 직물의 원료가 되거나 각종 생활용품, 산업용품 등의 원료로 쓰입니다. 섬유는 가늘고 길며, 쉽게 구부릴 수 있는 선 형태의 물질을 뜻합니다. 매우 가느다란 실이죠. 섬유는 구성 성분이나 가공 방법에 따라 천연섬유와 인조섬유로 나눌 수 있어요. 천연섬유는 자연에서 섬유 형태로 생산합니다. 어디에서 추출했는지에 따라 식물성 섬유, 동물성 섬유로 나누기도 하고, 화학적 조성에 따라 셀룰로오스계 섬유, 단백질계 섬유, 광물질계 섬유로 구분해요.
/그래픽=안병현
/그래픽=안병현
식물성 섬유는 물을 잘 흡수하고, 전기 전도성이 높아 정전기가 잘 생기지 않으며, 열과 화학약품에 대한 안정성이 높습니다. 하지만 신축성이 적고 구김이 잘 생기는 단점이 있어요. 목화 솜에서 추출한 면이나 삼에서 추출한 마 등이 대표적인 식물성 섬유입니다.

동물성 섬유는 물을 잘 흡수하지만, 식물성 섬유와 달리 구김이 잘 생기지 않고, 탄성 회복력이 뛰어나요. 또 질소 성분을 포함하고 있어 불에 잘 타지 않는다고 해요. 그러나 열과 물, 화학약품, 해충으로 인한 충해에 약하다는 단점이 있지요. 누에고치에서 추출한 견과 동물의 털로 만든 모가 동물성 섬유에 속해요.

인조섬유는 제조 과정에서 화학적 방법으로 만들어 낸 섬유예요. 인조섬유도 성분이나 제조 과정에 따라 재생섬유와 합성섬유 등 여러 가지로 나눌 수 있어요. 재생섬유는 천연 또는 인조 고분자물질을 녹여 균일한 상태로 만든 후 섬유 형태로 뽑아내 만듭니다. 목재펄프처럼 원래는 전혀 섬유의 모습이 아니거나 섬유 형태라도 이용이 어려운 고분자화합물을 원료로 사용하죠. 나무나 종이, 면 조각 등을 화학적으로 녹여서 실로 뽑아내는 인견이 대표적입니다.

합성섬유는 인조섬유 중에서도 석유나 석탄 등에서 추출한 저분자를 고분자화합물로 합성해 만드는 섬유예요. 1930년대에 세상에 알려져 현재까지도 널리 쓰이는 나일론과 1950년대에 섬유화에 성공한 폴리에스터가 대표적인 합성섬유입니다.

◇여성 스타킹으로 폭발적 인기

나일론은 상업적 생산에 성공한 최초 합성섬유입니다. 1920년대 후반 미국의 화학공업회사인 듀폰은 하버드대 화학과에 재직 중이던 월리스 캐러더스를 영입해 자연에서 충분히 얻기 어려웠던 고무를 인공적으로 합성하는 방법을 연구했어요. 연구 중 캐러더스는 에스터(ester)를 여러 개 연결한 형태인 폴리에스터를 최초로 합성했어요. 에스터는 알코올이 산과 결합해 물을 잃고 축합해 생긴 화합물입니다.

연구팀은 이 폴리에스터에서 가늘고 긴 실을 뽑아낼 수 있다는 것을 발견했어요. 이후 산과 아민을 길게 연결한 고분자 아마이드 화합물인 폴리아마이드 섬유를 합성했으며, 여기에 석탄 부산물인 벤젠에서 얻은 아디프산을 반응시켜 중합체를 만드는 데 성공합니다. 1935년 듀폰사는 여기에 '나일론'이라는 이름을 붙여 상업화하기 시작했습니다. 나일론은 처음에는 칫솔에 이용됐고, 이후 가볍고 질기면서도 마찰과 물 등에 강한 특성 때문에 의류, 생활용품, 산업용품에 이용됐습니다. 낙하산, 텐트 등 군수용품에도 사용됐죠.

나일론의 명성을 확립해준 상품은 여성용 스타킹이었습니다. 1940년 최초 시판일에는 백화점 앞에 스타킹을 구입하려는 여성들이 장사진을 이뤘대요. 나일론 개발로 듀폰사의 매출이 곧바로 두배나 늘었고 화학 기업 중 최강자가 됐죠.



◇나일론 뽑아내는 미생물을 만들다

합성섬유는 편리하고 튼튼하며, 대량생산이 가능하기 때문에 현대사회 곳곳에서 이용되고 있습니다. 합성섬유는 대부분 석유계 화학물질을 기반으로 인공적으로 합성합니다. 그 때문에 자원과 환경 문제에서 벗어날 수 없습니다. 폐기 후 자연 분해에 오랜 시간이 걸리고, 사용 과정에서 미세 플라스틱이 방출되거나 태울 때 오염물질이 발생하죠.

최근엔 친환경적인 방법으로 합성섬유를 제조하기 위한 연구가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어요. 카이스트 이상엽 교수 연구팀은 미생물 균주를 이용해서 합성섬유의 원료를 고농도로 생산해내는 데 성공해 화제가 됐습니다. 연구팀은 기존에 대장균으로 합성섬유 제조에 중요한 화합물인 '글루타르산'을 생물학적으로 만들어내는 데 이미 성공했었지만, 생산된 글루타르산의 농도가 옅다는 아쉬움이 있었어요. 이번에 발표한 연구에선 대장균 대신 코리네박테리움 글루타미쿰이라는 세균을 이용했고, 글루타르산 생산에 관련된 유전자를 새로 발견했어요. 연구팀은 또 생산 공정의 최적 조건을 찾아 기존보다 1.17배 향상된 105.3g/L의 글루타르산 생산에 성공했습니다. 생물을 이용해서 친환경적인 방법으로 세계 최고 농도의 글루타르산을 생산해냈죠.



안주현 박사·서울 중동고 과학 교사 기획·구성=최원국 기자